경찰 청문감사관 제도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청문감사관은 민원조사관과 인권옹호자 역할

등록 2000.10.21 13:06수정 2000.10.24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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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서는 작년 6월 10일부터 일선 경찰서에 청문감사관제도를 도입하여 운영해 오고 있다. 이 제도는 조선시대 신문고와 외국의 옴부즈맨 제도를 골간으로 우리 실정에 맞게 개편한 제도이다. 청문감사관은 민원 조사관과 인권옹호자로서 주민들의 소리를 듣고 불편 불만을 해소하고 부정과 비리를 찾아내어 엄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청문감사실의 업무를 살펴보면 민원처리와 경찰내부 문제해결로 나눠볼 수 있는데 청문으로 민원을 처리하는데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청문 내용 조사 결과에 따라 잘잘못을 가려 벌과 상을 주도록 권고하고 민의를 수렴, 경찰행정에 반영토록 하는 것도 청문 감사관이 하는 일이다.

경찰개혁을 위해 지휘관과 간부들의 독선을 견제하고 개혁 추진 실태를 점검하여 개혁이 올바른 방향으로 추진되도록 감시. 조정하고 공정한 인사와 공적 심사를 위해 기초자료도 제공하고 있다. 경찰내부 기강을 세우고 선행. 수범 직원을 발굴하는 일도 청문감사실의 몫이다.

유치장이나 주취자 안정실 등을 찾아 피의자나 주취자들을 상대로 인권보호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고 집회 시위현장을 암행 감찰하여 공권력 행사를 정당하게 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일도 인권옹호자의 역할로 빼 놓을 수 없다.

이러한 임무를 수행하려면 시민의 입장에 서서 민원을 들어야 하고 민원인을 대할 때 아픈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려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아무리 사소한 민원이라도 성심껏 도와주어야 경찰 신뢰 향상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서울에 있는 민원인으로부터 전화 청문을 받고 무더운 여름날 서울까지 달려가 민원을 해결하던 일, 사돈지간에 사소한 오해와 감정으로 쌍방 고소되어 헝클어진 실타래처럼 얽힌 민원을 해결하던 일과 인터넷을 통해 미국 애틀랜타에 거주하는 재미교포의 사망자 유가족 소재확인 메일을 받고 10시간만에 국제민원을 처리하여 감사의 메일을 받던 일 등 수없이 많은 청문을 받고 처리해 오고 있다.

초기에 폭주하던 민원이 최근 격감하는 현상을 볼 때 경찰관들의 자세가 과거 보다 친절. 공정해졌다고 볼 수 있으나 거기에는 환부를 도려내는 아픔도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청문감사실에서 역할 수행을 제대로 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과거 감찰이 물위에 떠다니는 기름 같았다면 현재 청문감사실은 감찰활동의 전환과 불합리한 문제점을 찾아 개선한 탓으로 조직 내부에서 소금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상사나 동료들이 중요 사안에 대한 결심이 필요하면 청문감사실의 의견을 우선적으로 듣고 반영하는 것을 볼 때 이 사실이 입증되고 있다.

경찰청에서는 청문감사실 운영 실태 점검 결과 영도경찰서 청문감사실이 "청문감사관 제도"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지난 9월 29일 경찰청 강당에서 전국 각 경찰서 청문감사관들이 모인 자리에서 성공적 운영 사례를 발표하여 참석자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청문감사관제도 시행 1년 4개월이 지난 현 시점에서 나름대로 평가해 보면 구체적으로 업무를 규정할 운영규칙이 제정되어 있지 않고 직무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 등 법적 제도적 미비점으로 인해 시원스럽게 민원을 해결해 주지 못한 아쉬움도 있으나 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내부 개혁분야와 민원 해소에 일정 부분 역할을 해 왔다고 본다.

청문을 하면서 느낀 점은 경찰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고 민원인 대부분이 사건과 관련 아는 경찰관에게 부탁을 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피해의식에 젖어 있어 공정하게 수사를 했더라도 편파 수사 의혹을 갖고 민원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민원인들은 잘 봐달라는 사건 청탁으로 득을 보았다고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으나 경찰관은 친절히 대하는 것 이외 잘 봐줄 것이 아무 것도 없고 법과 원칙을 어기지 않으면 잘 봐줄 수도 없는 것이다.

자신에게 돌아오는 불이익을 감수하고 청탁을 들어 줄 어리석은 경찰관은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고 청탁으로 내가 득을 보면 반드시 상대방이 피해를 보게 된다는 사실도 곱씹어 보아야 한다.

경찰개혁으로 많은 변화를 거듭하고 있으며 경찰관 개개인의 의식도 많이 바뀌었고 조직문화도 새로운 모습으로 태동하고 있다. 정통성을 상실한 군사정권 시절 독재와 민주를 외치다가 탄압 받으면서 바라보던 경찰이 아니라 국민의 경찰로 거듭나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다.

경찰은 10월23일 "국민 인권보호 실천 다짐대회"를 개최키로 하였다. 인권을 보호하자는 데는 인권론자 뿐만 아니라 누구나 공감을 갖는 사안이다. 경찰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과거 시대적 상황에서 인권이 무시된 측면이 있었으나 탄압의 주체가 권력기관 중 일부 부서에서 몇몇에 의해 저질러진 일이라고 본다.

국민인권보호 실천 다짐대회를 놓고 경찰 내부에서 불만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들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범인을 제압하며 치안활동에 자신의 몸을 희생하며 범죄인들과 싸운 것밖에 없는데 경찰이 인권을 탄압하는 기관으로 치부되고 있다면서 이런 면에서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주장을 한다.

일선 경찰관들이 인권 문제로 직무수행 과정에서 위축된 행동을 할 때 사회질서 붕괴와 함께 권력이 아닌 폭력에 의해 또 다른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따라서 이제 시민들도 변화하는 경찰 모습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 볼 줄 알아야 한다.

경찰관은 항상 범법자에게는 엄정한 법 집행으로 선량한 시민들을 보호하고 민원인을 대할 때는 부모 형제를 대하듯 따뜻한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엄정하고 공정한 법 집행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민원인들의 입장에 서서 마음에 있는 근무를 하는 일이다.

청문을 처리 하다보면 민원인들은 "가재는 게 편이 아니냐" 면서 오해를 하고 경찰관은 자신들의 주장은 무시하고 민원인 입장에서 일을 처리한다고 불만이지만 청문감사실에서는 민원인과 경찰관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공정히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청문감사실 문은 항상 활짝 열려 있고 청문감사실 요원들은 열린 마음으로 신문고와 경찰 옴부즈맨(ombudsman)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이런 운영으로 청문감사관 제도가 정착되어 제 기능을 다할 때 경찰개혁은 앞당겨 성공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10월24일부터 사이버경찰청(http://www.police.go.kr)을 개청 on line으로 민원을 접수하므로 많은 이용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10월24일부터 사이버경찰청(http://www.police.go.kr)을 개청 on line으로 민원을 접수하므로 많은 이용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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