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파일” 보기 위해서는 29개의 광고를 보아야 한다.
미국은 그야말로 미디어 천국이다. 수많은 채널과 프로그램이 있어서 무엇을 선택해서 보아야 할지 고민이 될 정도이다. 오늘날 미국에서 TV는 하나의 매체의 의미를 넘어 문화의 일부분이 되어 있다. 한 통계에 따르면 미국인은 평균 1주일에 29.5 시간을 TV 시청하고 있으며, 1가구 당 평균 60시간을 시청하고 있다고 한다. 이 시간은 사실 1주일 평균 노동시간을 훨씬 상회한다. 물론 이 시간에 광고를 보는 시간도 포함되어 있다. 매일 1,500개 정도의 광고가 TV를 통해 노출되고 있으며, 기업은 매일 2억7천만불을 광고에 투자하고 있다.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미식축구의 결승전인 슈퍼볼의 1분 광고비용이 2백4십만불이라고 하니 미국에서의 광고의 규모와 그 영향력이 가히 짐작이 된다.
미국 광고에서의 비용의 규모와 함께 또 하나의 특징은 중간광고이다. 뉴스 시간에도 매 꼭지마다 광고가 3개 정도씩 붙는다. 그리고 모든 드라마, 시트콤, 영화를 시청할 때에도 시청자는 15분마다 광고를 보아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 가령, 한국에서도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X-파일”을 보기 위해서는 총 29개의 광고를 보아야 한다. 시작하기 전에 7개, 9분마다 삽입되는 네번의 중간광고 4개씩, 영화가 끝나면 다시 6개가 따라 붙는다. 이것은 아직 중간광고에 익숙하지 않은 나로서는 여간 짜증스러운 것이 아니다.
문제는 이런 광고를 통해서 미디어에 대한 거대기업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진다는 것이다. 뉴스를 비롯해서 모든 프로그램의 가치 판단의 기준이 광고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어 결국은 미디어의 저널리즘 기능의 축소와 여론의 왜곡, 축소의 가능성이 언제나 존재하고 있다. 또한 미디어 기업의 상업적 이익에 대한 집착은 수용자를 단순히 소비자로 전락시킬 우려도 있다
만일 한국에서 드라마 중간마다 10분씩 광고가 3개씩 삽입된다면 과연 시청자들이 수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작년 잠깐 동안 중간광고 문제가 공론화 되었다가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비판 속에 수면 아래 가라앉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한국의 경우에도 기업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중간광고가 허용될 날도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마 우리도 5년 후에는 MBC뉴스를 보면서 매 꼭지마다 광고를 보아야 하는 수고를 해야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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