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장의 사진과 '이등병의 편지'

아직은 너무도 시린 곳, DMZ의 사람들

등록 2000.10.31 15:44수정 2003.07.0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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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를 켜세요.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를 들으며 사진을 감상하세요.)

여기는 강원도 화천 칠성부대 GOP.

그들은 붉은 노을을 기다린다.
님이 찾아오기엔 너무 멀고 험한 남방한계선 철책 너머로
고요히 익어 가는 초가을
분단의 하늘도 통일의 님 맞으려 화장을 하는 걸까.
오늘도 그렇게 하루가 간다

이정훈 상병은 세상의 모든 연예인이 자기 애인이다.
작전 없는 한가한 오후 시간
내무반 사물함에 장식할 애인 사진을 고르며
전선의 긴장을 푼다
이 상병의 진짜 애인은 언제나 올까

내무반 공터의 타임캡슐 속에는 무엇이 담겨 있을까?
이제 막 전입신고를 마친 유승훈 신병의 바짝 군기든 모습
오후의 따스한 여유를 즐기는 취사병의 행복한 표정….
제대 뒤엔 그 모든 게 다 아름다운 추억이 되리.
덤으로 통일의 바램까지도 타임캡슐에 넣고 싶다.

터벅터벅 오늘도 오른다.
1만9천여 개의 계단을….
냉전의 기류가 여전히 시린 비무장지대
올해도 어김없이 피어난 들꽃을 벗삼아 계단을 오른다.
분단의 장벽을 넘는다.

덧붙이는 글 | * 사진촬영에 협조해 주신 칠성부대 사단장 이하 장병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이 기사는 월간 말 11월호에 실린 기사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사진촬영에 협조해 주신 칠성부대 사단장 이하 장병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이 기사는 월간 말 11월호에 실린 기사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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