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투표자 52% 유급 불사
"전체주의? 답하지 않겠다"

전국 의대생 '유급불사'와 '수업복귀' 고민 사이

등록 2000.11.01 22:35수정 2000.11.01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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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신> 의대 비대위 "비장한 각오로 유급 결심" - 이병한 기자

전국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의대 비대위)는 11월 1일 오후 1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2만 448명의 의대생은 비장한 각오로 유급을 결심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의대 비대위는 "정부가 조금이라도 빨리 극적인 타결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집단 유급사태를 막는 길"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한림대를 시작으로 유급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준 대변인은 '유급불사' 의사를 밝힌 8천870명이 아닌 나머지 1만1천578명(수업복귀+무효+기권)에 대한 대책을 묻는 질문에 "2만 의대생 중 단 한 명이라도 피해를 받는다면 2만 의대생은 모두 그 피해를 함께 한다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면서,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인원은 다수결의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의대 비대위는 각 학교별로 투표 결과를 집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학교별 집계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여러 갈등의 요소가 있기 때문이지만 자세한 것은 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학교별 투표 결과는 본과보다는 예과가, 지방보다는 서울 지역이 '수업복귀' 의사가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정영수 비대위원장은 "각 학교별 결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2만이 함께 했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수결에 따르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전체주의라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김 대변인은 잠시 어이없어하며 "대답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유급불사냐 수업복귀냐" 고려대 의과대학 투표소에서 의대생에게 전국공통으로 제작된 투표용지를 나눠주고 있다.ⓒ 오마이뉴스 이병한
<2신> 유급불사 51.49%, 수업복귀 47.29% - 이병한 기자

전국 의과대학 학생들이 총투표에서 집단유급을 선택했다.

'유급불사'와 '수업복귀' 여부를 놓고 10월 31일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전국 41개 의과대학에서 동시에 진행된 총투표 결과 총 1만7천125명 중 8천870명(51.79%)이 '유급불사'를 선택했다. 반면 '수업복귀'를 선택한 학생은 8천98명으로 47.29%, 무효 및 기권은 157명으로 0.92%로 나타났다.

의대생들의 집단유급 선택은 내년도 의과대학 신입생 선발은 물론 앞으로 전개될 의료분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투표 결과 수업복귀 의견 또한 절반 가까이 나온 점을 감안할 때 실제 집단유급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11월 1일 자정이 넘어 시작된 개표 결과 유급쪽으로 결정됨에 따라 의대 비대위는 오전 8시까지 향후 대책회의를 열었다.


<1신> 전국 2만 의대생, "유급불사냐, 수업복귀냐" - 김종규 기자

지난 10월 23일 전국 전공의들의 유급 불사 및 4년차 전문의 시험 거부 총투표 이후 전공의들의 유급 결정은 학생들 역시 유급을 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을 주었다.

한림의대에서 11월 2일로 수업 개시 명령이 내려지고 일부 학교들의 유급 시한이 다가옴에 따라서 전국 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 (이하 학생 비대위)에서는 10월 28일, 10월 31일에 유급 불사와 수업 복귀를 두고 전국 의대생 총투표를 감행하게 되었다.

다음은 10월 30일, 투표를 하루 앞두고 A 의대에서 있었던 토론회와 31일 투표 현장, 그리고 회자되는 말들이다.

투표하고 있는 서울대 의대 학생 ⓒ 오마이뉴스 이병한
10월 30일 '유급 불사 수업 복귀' 투표를 앞두고 전학년 토론회가 있었다. 이미 유급 시한이 다가옴에 따라서 유급에 대한 자체 논의가 있었고 당시 '유급 불사 수업 복귀'의 의견은 70:30 정도로 유급 불사의 의견이 많았으나, 당장 유급이라는 문제 앞에서 많은 이들은 고민하고 있었다. A의대 학생 비대위에서는 이에 대해서 중립적 입장을 취하기로 하고 양 진영의 주장을 설명한 이후, 토론회를 진행하였다.

유급 찬성 - 지금 정부에서 우리에게 약속한 것들에 대한 문서화 및 공식화를 부인하고 있다. 결국 우리는 얻어낸 것이 없다. 지난 1차 폐업을 마친 이후, 우리는 정부의 답변에 얼마나 신뢰성이 없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는 없다.

유급 반대 - 지금은 협상중이다. 협상의 진행을 보고 그 때 유급을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유급 시한이 닥쳤다면 일단 수업에 복귀하고 추후 정부의 입장을 보고 다시 결정하자. 지금 유급이라는 카드를 사용하는 것보다는 유급 시한이 닥쳐 수업에 복귀하고 나서 얼마든지 다시 수업거부를 하고 전원 유급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오히려 더 큰 압력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유급 찬성 - 의사 국가 고시를 거부한 본4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의사 국가고시를 거부한 이상 추가 국시가 없으면 그들은 전원 유급당할 것이다. 또한 지금 수업 복귀한다면, 앞으로 이어진 파행 수업은 어떻게 할 것인가? 참의료 실현, 국민건강 수호라는 우리의 목적을 볼 때 오히려 우리는 파행 수업을 거부하고 제대로 된 의사가 되는 것이 우리의 순수성을 유지시킬 수 있는 길이 아닌가?

유급 반대 - 본4의 경우 생각해볼 문제이다. 하지만 본4 때문에 전원이 다 유급당한다는 것은 타당성이 없다. 또한 유급을 당한다고 파행 수업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공립대 예과의 경우 전원 유급의 물결에서 피해나갈 수 있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

ⓒ 오마이뉴스 이병한
또한 전원 유급을 당한다 해도 신입생 선발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과거 한의대의 경우 신입생을 선발했으며, 국공립대의 경우 학칙상 예1은 유급이 없다. 결국 어느 한 학년의 인원이 두 배가 되는 파행 수업을 피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 유급당하자는 말은 고학년, 그리고 지금 본과생들은 파행 수업을 피하면서 후배들에게 이를 떠넘기자는 이야기이다. 오히려 우리의 순수성을 강조하고 싶다면 파행 수업이라는 짐을 우리가 떠안고 나아가는 것이 합당하다.

또한 의료 인력 수급은 어떻게 할 것인가? 설사 전공의 전체가 유급당한다고 해도 군의관 및 소외 의료지역을 담당하는 보건지소의 공중보건의의 수급이 불확실해질 것이 확실하다. 결국 우리는 국민 건강을 이야기하면서 소외 의료 지역을 희생시킬 생각인가? 넓고 멀리 생각해야 한다.

유급 찬성 - 멀리 생각해야 한다. 지금의 1년보다는 앞으로의 30년을 생각하자. 미국에서는 의사는 욕먹지만 돈은 번다고 한다. 유럽에서는 의사는 돈은 못벌지만 존경은 받는다고 한다. 지금 우리나라의 의료 현실에서는 돈도 못벌고 존경도 받을 수 없다. 나는 욕먹는 의사가 되고 싶지 않다.

유급 반대 - 지금의 유급이 국민 건강에 10년 정도의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은 왜 하지 못하는가? 또한 유급이 지금의 2만 의대생의 총단결을 유지시켜주지 못한다. 3개월간의 투쟁동안 우리 사이에 많은 갈등과 분열이 있었으나, 앞으로 유급이 확정된다면 이러한 갈등의 심화를 막을 길이 없다. 유급은 위험한 투쟁이며 최후의 투쟁일 수 밖에 없다.

유급 찬성 - 지금처럼 의대생이 단결하고, 또한 의사 사회 내에서 영향력을 발휘해본 적이 없다. 우리는 의협 개혁을 부르짖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이 자리에서 수업 복귀를 선택한다면 학생들이 부르짖는 의협 개혁의 목소리는 힘을 잃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과거의 의료 사회에서 가장 낮은 지위로, 부패하고 어려운 의료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우리의 수업 복귀는 오히려 학생 투쟁의 순수성을 의심받고 집단이기주의로 매도될 것이다.

10월 31일 밤 늦은 시간, 전국 41개 의과대학에서 옮겨온 투표함이 서울 동부이촌동 의협회관 3층 동아홀에 모여있다. 의대 비대위는 내부단결을 위해 각 학교별 개표를 하지 않고 한꺼번에 모아서 개표했다. ⓒ 오마이뉴스 이병한
유급 반대 - 오히려 유급될 경우 집단 이기주의로 치부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또한 수업 복귀가 투쟁의 중단을 의미하지 않는다. 수업이 복귀되더라도 우리의 투쟁은 더욱 진행될 것이다.

유급 찬성 - 결국 수업이 복귀되면 우리의 바쁜 일정상 투쟁이 계속되지 못할 것은 자명하다. 수업과 투쟁의 병행은 허울좋은 말뿐이다.

이러한 논쟁이 계속되었으며, 그 결과는 31일 투표로 넘어갔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우리는 서로 동의할 수 없다 - agree to disagree - 라는 결론을 가졌으며 본인이 처한 현실과 대의를 생각하며 고민하는 분위기였다.

대체적으로 5:5 내지는 6:4 정도의 유급:복귀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었으나 아무도 섣부른 예측을 하기 어려웠다. 일부 방송의 보도대로 유급 결사를 위한 투표는 아니었고 오히려 이번 투표를 통해 결정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 또한 유급으로 결정될 경우 제적 및 군입대 대상자에 대해서 선별 복귀를 허용하는 쪽으로는 거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다.

또한 많은 수의 선배 의사들의 수업 복귀의 말과 글이 인터넷을 비롯한 여러 방법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의견은 학생들의 순수한 희생이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희생과 피해를 최소화하자라는 의견이었다.

10월 31일 마침 예비군 훈련일이어서 대상자를 위해서 아침 7시부터 투표가 진행되었다. 여러 생계 문제, 건강상의 문제로 인해서 투쟁에 함께할 수 없었던 학생들도 함께 투표에 참여하였다. 또한 학생 비대위측에서도 추후에 생길 수 있는 잡음을 막기 위해서 투표율을 최대한 올리기 위해 노력하였다.

연세대 의과대학 투표인 명부. 전국 의대생들은 10월 31일 총투표에서 83.75%라는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 오마이뉴스 이병한
이때까지도 투표 결과의 향방을 예측할 수 없었으며 과거와 달리 이번 총투표는 잡음을 막기 위해서 투표함을 봉함한 채 의협에서 11월 1일 0시에 일괄개표를 하기로 했으며, 실시간 개표 보도를 하지 않고 11월 1일 오전중에 개표 결과를 발표하기로 하여 여러 잡음이 생겨나고 있다.

일부 학생비대위를 신뢰하지 못하는 입장에서는 실시간 개표를 주장하고 있으나 결국 결과는 1일 아침 발표를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10월 31일 총투표의 결과는 전체 의과대학생(예과포함)의 재적 20454명 중 투표 17051 명으로 83.36%의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11월 1일 0시 현재 아직까지 개표에 관한 어떤 소식도 전해지지 않고 있다.

덧붙이는 글 | 김종규 기자는 의과대학 본과 3학년 학생입니다.

덧붙이는 글 김종규 기자는 의과대학 본과 3학년 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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