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언론연합 총학선거 보도단(www.snuvote.com)에서는 이번에 사이트를 오픈하면서 역대 Best, Worst 총학생회장을 선출하기로 했다.
선출 기준은 총학생회장 재임시절의 활동이 아니라 서울대 총학생회장이라는 브랜드를 활용해 우리 사회에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를 더 중시여겼다. 한나라당의 정형근 의원, 한나라당의 심재철 의원, 전 한나라당의 이우재 의원, 민주당의 김민석 의원을 후보로 올렸다.
그래서 이러한 작업이 앞으로 선출될 서울대 총학생회장들이 졸업 이후에도 서울대 총학의 정신을 잃지 않도록 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최악의(The worst) 총학생회장은 3일간의 사이버 폴을 이용한 투표 결과 전체 투표자 517명 중 418명(80.9%)의 지지를 받은 폭로국회의 주범, 한나라당의 정형근 의원이 선출되었다.
정형근 의원은 서울대학교 법학과 64학번으로 법대 학생회장을 거쳐 서울대 총학생회장을 역임하였다. 정형근 의원에 대한 간단한 소개는 [뉴스플러스] 96년 6월 13일자 〈15대 국회 새인물 열전〉에 실린 다음과 같은 소개를 인용하는 것이 좋겠다.
"6·8 부정선거를 규탄한 서울대 총학생회장, 검사, 13년간의 안기부 대공수사책임자, 국회의원……. 정의원은 누가 봐도 ‘신원 특이자’이다. 실제 검사 임관때 그는 학생회장 경력 때문에 ‘신원 특이자’로 지목돼 애를 먹었다. 하지만 그의 ‘대표 이미지’는 역시 문익환 목사 밀입북 사건, 서경원 간첩사건, 임수경 밀입북 사건, 사노맹 사건, 김낙중 간첩사건, 그리고 ‘간첩 이선실 사건’ 등을 지휘한 안기부의 얼굴이었다. 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일에 다 관심을 갖는다’는 안기부의 국내정보 책임자였다. 정 의원 자신의 변은 의외로 간단했다. ‘운동권은 운동권대로, 나는 나대로 맡은 분야에서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정의원이 학생회장 출신의 검사에서 안기부 수사 책임자로 ‘변신’하게 된 것은 ‘검사 중에서 가장 똑똑한 검사를 안기부에 파견시키라’는 전두환 전대통령의 지시 때문."
정형근 의원이 역대 최악의 총학생회장으로 뽑힌 이유는 세 가지이다. 첫째. 80년대 공안검사 시절부터 민주화 인사에 대한 고문을 주도했고, 둘째. 서울대라는 시가 2억짜리 브랜드를 팔면서 학력주의를 조장했으며, 셋째, 중요한 정치적 사안마다 신빙성 없는 폭로전을 펼치며 식물국회로 몰고 가기 때문이다.
박노해 시인이 [신동아] 99년 1월호에 기고한〈한나라당 기획위원장 정형근을 고발한다〉의 한 대목을 살펴보자.
"정 국장은 숨소리도 나지 않는 조사실 한 가운데로 저벅저벅 걸어오더니 의자에 앉았다. '사노맹의 최고책임자가 누구냐?' '나와 백태웅이 실질적인 공동대표입니다.' 순간 정 국장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불쾌하다는 투였다. '조직이나 권력에 수뇌가 둘일 수 있는가. 너는 대학도 못 나왔고 너의 시나 글은 모두 서울대 출신들이 써준 것 아니냐.'
모든 수사관들이 기립해 있는 가운데 정 국장은 권위를 잃지 않으려는 듯 상한 감정을 억누르며 톤을 낮추었다. '너같은 공돌이가 어떻게 서울대 출신 부하들을 거느릴 수 있느냐.', '다 남들이 써준 거지.' 학벌주의와 엘리트주의에 젖은 출세주의자의 눈에는 ‘공돌이’가 조직을 이끈다는 것이 이해될 수도 없고, 용납될 수도 없을 거라는 생각이 박씨의 머리를 스쳤다. 박씨가 희미하게 웃으며 쏘아 붙였다. '그럼 이 나라에 미국 유학을 갔다 온 서울대 출신이 많은데 왜 육사출신 밑에서 밥을 먹고 있습니까.' 이 말에 화가 치민 듯 정 국장은 '임마, 나도 육사 출신이야'라고 소리치며 벌떡 일어나 조사실을 나가 버렸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정 국장은 운동권 출신이라도 자신의 출신학교인 서울대 등 명문대 출신이어야 어느 정도 인정해준다는 것이다."
정형근 의원의 고문전력은 이미 '고문 국회의원 정형근을 심판하는 시민모임', '인권운동사랑방', '민변', 등에서 피해자들의 증언을 통해 상당부분 입증되었고, 그로 인해 총선시민연대의 낙천, 낙선자 리스트에 1순위로 올랐으니 그가 역대 최악의 서울대 총학생회장으로 뽑힌 것에 대해 의아해할 사람은 별로 없으리라 믿는다.
고문검사 출신인 그는 국회에서도 신북풍론을 제기하며 남북화해 무드를 깨는데 일조하다 지금은 합리적인 근거도 없이 디지털 라인 부도 사건에 K의원 실세 발언을 하며 국회를 파행으로 이끌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그가 더 이상 서울대 총학생회장 경력을 내세우지 말 것을 요구한다. 또한 그의 발언이라면 검증도 없이 그대로 받아 적어 기사화하고 있는 각 언론사 기자들에게도 엄중경고를 하며, 마지막으로 그를 '부산을 지키는 아들'이라며 몰표를 보내준 부산 북.강서갑선거구 주민들에게도 우리의 뜻을 전달한다.
우리의 이러한 작업은 매년 계속될 것이니 역대 서울대 총학생회장들은 총학생회장 재임시절의 정신과 발언에 끝까지 책임을 질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서울대 총학선거 공동취재단(www.snu.vote.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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