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재단은 개인 기업이 아니다"

재단비리 겪은 한 학부모가 사립학교법 개정에 나선 이유

등록 2000.11.17 11:09수정 2000.11.17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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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비리 문제로 한바탕 심한 몸살을 앓았던 한 사립학교의 학부모가 사립학교법 개정 운동에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2월 딸이 다니던 학교(대전시 청란여고)에 재단비리가 발생하면서 현 사학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그는 지난 11월 10일 열린 한 공청회에 참석 사립학교의 비리문제가 발생하고 처리되는 과정을 지켜본 경험을 바탕으로 사립학교법 개정의 정당성을 역설해 주목을 받았다.

학내 분규 당시 평범한 아버지에서 학교 정상화를 위한 '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했던 김광겸 씨(52, 공인중개사)는 사립학교법 개정 운동에 나서게 된 이유를 "더 이상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사립재단의 문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해방 이후 오늘날까지 국가 공교육의 커다란 부분을 담당해온 전국의 사학재단들은 재단 설립의 본래 숭고한 목적인 육영사업의 기치를 망각한 채 각종 불법과 비리를 저질러 이미 학교로서의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 되었다"며 "이러한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립학교법이 개정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광겸 씨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사학비리 발생의 근본적 원인을 다섯 가지로 설명했다.

첫째, 사학재단 대부분이 재단이사장과 학교의 경영자가 친인척관계로 족벌체제를 구성하고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점. 둘째, 사학재단 교직원의 채용방식이 비공개 채용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것. 셋째, 사립학교의 예결산이 공개되지 않는 가운데 처리되고 있는 사실.

넷째, 교육 3 주체인 학부모, 학생, 교사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그 결과를 반영하는 민주적인 절차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 마지막으로 사립학교법의 규정상 부패한 구 재단이사들이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주장은 지난 국감 이후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발간한 공동정책자료집과 비교해 보면 김광겸 씨의 주장이 단순히 주장만으로는 보여지지 않는다.

이 자료집에 따르면 98년부터 2000년 상반기까지 실시한 16개 시도 교육청의 사립재단 정기 감사 결과 대상학교 900개교 전부에서 4,309건의 부당 재정운영이 적발 됐으며, 16.2%의 학교에서 인사상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재단이 족벌체제를 구축해 학사행정에 간섭하는 등 전횡을 일삼고 있고, 사립학교에 대한 관리, 감독의 책임이 있는 교육부 및 교육청의 감사 이후 드러난 비리 사실에 대한 처분조치도 비리의 정도에 비해 지극히 미약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은 수능이 있던 지난 15일 대전 둔산에서 만난 김광겸 씨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지난 2월 발생했던 학내 비리 문제는 잘 해결 됐습니까?

"표면적으로는 정리가 돼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아직 문제가 많습니다. 전 교장공판도 아직 남아있는 상태고, 임시이사가 선임된 상태지만 전임 이사진의 입김 없이 공평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회의가 들기도 합니다."

학내 분규 당시 '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했는데 당시 경험을 토대로 사립학교법 개정을 주장했는데 당시 문제 해결과정에서 느낀 점을 말씀해 주십시요.

"청란여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시 교육청 사람 얘기 들어보면 강력한 제재 수단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교육청의 제재를 안 들으면 강제수단 써서라도 따라오게 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굉장히 미진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사립학교에 대한 관리감독이 너무 약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립학교법 개정 내용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은 어떤 부분입니까?

"가장 시급한 건 애들을 위해서라도 교원 채용과정에서 공개채용방식이 빨리 도입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러 자료를 통해 알려진 사실이지만 밀실 채용으로 인한 비리 발생도 문제지만 그만큼 비민주적 채용 방식으로 인해 교육의 질적 저하가 우려됩니다."

현재 학교운영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학운위의 문제점은 없습니까?

"국공립 학운위의 위상과는 달리 사립학교 학운위는 학교의 자문기구로 전락해 학부모들은 그저 학교운영 과정의 민주성을 형식적으로 제고하는데 필요한 들러리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사립학교의 민주성을 도모하기 위해 설치된 학운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거죠. 따라서 교육주체들의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기 위해서라도 사립학교의 학운위 위상을 의결기구화 될 수 있도록 제도 개정이 필요합니다."

사립학교법 개정을 통해서만 사립재단의 문제가 해결 될 수 있다고 봅니까?

"모든 사학재단이 다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본다면 사립학교법 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와 같은 법 체계로는 사립재단의 비리를 방지하거나 해결하는데 문제가 많습니다. 법으로 강력한 뒷받침 될 때 사립학교의 정상화가 이루어 질 것입니다. 사학재단은 개인 기업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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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 민언련 매체감시 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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