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상호신용금고 영업정지 원인은?

통장·인감 등 위임, 증권투자 등 총113억원 손실

등록 2000.11.21 20:48수정 2000.11.21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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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 경위

지역 금융기관으로 탄탄하게 자리 매김하고 있던 장항상호신용금고(이사장 나부환·이하 장항신금)에 대해 지난 16일 금융감독원에 의해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진 이후 지역주민들 사이에서 무수히 많은 이야기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72년 설립 이후 28년 동안 꾸준히 성장, 현재 총 수신고 3백69억여원을 자랑하던 장항신금이 어떻게 하루아침에 파산을 맞게 되었을까.

장항신금은 그동안 일부 고객들로부터 대출이자가 너무 높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 것도 사실이지만 IMF 등 경제불황 속에서도 비교적 탄탄한 경영구조로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장항신금이 그동안 얼마나 부실하고 안일하게 운영해 왔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어 많은 사람들을 허탈하게 하고 있다.

사건의 전말을 보면 장항신금은 김 모 상무와 군산상고 동기동창인 전 이승구 조흥은행 화점동 지점장과의 친분을 계기로 전남 광주에 위치한 조흥은행 화정동지점에 올해 1월 초부터 11월 초까지 총 70억원을 정기예탁, 금고 잉여자산을 운영해 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장항신금은 상식적으로 납득하지 못할만한 자금관리를 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장항신금은 70여억원의 막대한 자금을 예탁해 놓고도 인감과 통장은 물론 비밀번호까지 이 전지점장에게 전부 맡김으로써 불행을 자초했으며 한 달에 한 번꼴로 예금잔액 조회를 해야 함에도 불구, 이조차 지키지 않아 전 이지점장이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45회에 걸쳐 38억원을 불법 인출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등 관리에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장항신금은 전 이지점장을 통해 그동안 불법 증권투자를 통해 엄청난 손실을 자초한 것으로 밝혀져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금융기관은 고객의 안전을 위해 증권에 투자하더라도 자산규모의 일정한도 안에서만 할 수 있으며 합법적인 펀드 내지는 공모주 안에서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장항신금은 28억여원 안팍의 자산규모에도 불구하고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일은증권 영업부 계좌를 통해 일지테크 주식 2백24만주(약 1백40억원)를 매매해 36억7천만원의 손실을 가져왔다.

또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현대증권 영업부 계좌를 통해 일지테크 주식 76만5천주(약 58억7천만원)를 매매해 지난 8일까지 6억3천만원을 손해보기도 했다.

결국 장항신금은 무리한 증권투자로 총 43여억원, 자금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70억원을 도둑 맞는 등 총 1백13억원을 손해보는 결과를 초래했다.

■ 지역에 미치는 파장

장항은 제일은행 퇴출에 이어 IMF사태와 지난 98년 장항신협의 영업정지 사태로 인해 경제적 침체일로를 겪게 된데다가 이번 장항신금 사태로 금융권 몰락에 이어 경제 위기 심화 등 심각한 국면에 접어들 우려를 낳고 있다.

이같은 제2금융권의 이어지는 몰락은 주민들의 금융권에 대한 신뢰도를 무너뜨리면서 자금의 원활한 공급 사이클 기반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장항신금 사태는 자금수요가 집중되는 연말에 악재로 작용되면서 지역자금의 자금 유동성에 제동이 걸리고 이로 인해 소규모 상인들의 파산이 우려되는 등 서민층과 자영업자들의 체감적인 피해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또 영업정지 이후 대출회수 조치가 이루어질 경우 대출자와 보증인들의 파산 도미노현상이 발생될 수 밖에 없으며 대출에 관련된 보증인들과 대출자들간의 불화가 지역공동체의 필수조건인 상호 신뢰의 기반을 붕괴시킬 처지에 놓여있다.

■ 향후 전망

장항신금은 이번 사태로 자산규모의 4배가 넘는 손실을 겪게 됨으로써 다시 일어설 수 없는 결정타를 맞았다.

사태초기 인근 금융기관에 인수합병을 고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되었지만 조사가 이루어지며 손실의 규모가 워낙 큰 것으로 확인되고 있는데다가 고객들의 불신이 이어져 지난 15일 하루만에 13억원의 인출사태가 발생하는 등 정상운영에는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돼 파산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지난 16일 예금지급정지 6개월(내년 5월15일까지) 및 임원 직무정지, 관리인 파견, 주주명의 개서 정지 등 일련의 경영관리 조치를 취했다.

예금보험공사도 철저한 업무인수인계를 통해 재산을 실사하고 장항금고가 제출하는 경영정상화 계획 및 실사 결과를 토대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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