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희귀음반, 국내에 공개되다

Fire의 'The magic shoemaker'

등록 2000.12.01 12:33수정 2000.12.01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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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은 대중음악사에 있어 여러모로 짚어볼 만한 해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현재까지도 호평을 받는 명반들이 많이 나오기도 해서이지만 특히 포크, 사이키 델릭의 절정을 이루었던 때이기도 해서이다.

그 유명한 비틀즈의 'Sgt.pepper's lonley hearts club band'를 비롯해서 도어즈의 데뷔앨범 'The doors', 불세출의 기타리스트로 추앙받는 지미 헨드릭스의 데뷔작 'Are you experienced?',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일명 '바나나앨범'으로 불리는 'Velvet underground & Nico', 핑크 플로이드의 데뷔앨범 'The piper at the gates of down' 등이 이 당시에 나오면서 대중음악사를 새롭게 써내려갔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지명도면에서는 미약하지만 프로그레시브록의 태동을 알리며 컨셉트 앨범이란 개념을 제시한 그룹 파이어(Fire)의 작품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파이어는 영국 Hounslow 출신의 동창생인 데이브 렘버트(Dave Lambert)와 밥 보이스(Bob Voice)에 결성된 록그룹으로 이들은 렘버트의 친척이 경영하는 선술집에서 첫 무대를 가지며 데뷔했으며 베이스주자인 Dick Dufall을 영입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에도 여러 클럽에서 연주활동을 하며 지명도를 쌓아간 파이어는 데카(Decca) 레코드사를 통해 두 장의 싱글앨범을 발매하나 판매량 부진으로 실패를 겪는다. 그러자 이들은 클럽활동 당시 자신의 매니저였던 Ray Hammond의 도움으로 새롭게 (처음이자 마지막인) 데뷔앨범 'The magic shoemaker'를 발매하였다.

그러나 본작은 이후 멤버들의 음악적 견해차이와 멤버들 각자의 개인 활동으로 인해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한 채 그대로 묻혀져 버리고 만다. 밴드의 주축이었던 Bob voice가 폴 브렛 세이지(Paul Brett Sage)의 멤버로 빠져나가고 Dick Dufall 역시 다른 뮤지션의 세션주자로 참여하자 밴드는 해체위기로 치닫게 된다. 리더인 Dave Lambert가 새로운 멤버를 영입하며 팀을 유지하려 했으나 그 역시 72년 Strawbs의 정식멤버로 참가하며 결국 파이어는 해체가 되었다.

본작 'The magic shoemaker'는 비틀즈의 'Sgt.pepper's..'와 같은 해에 나오면서 상대적으로 빛을 보지 못한 작품이었지만 그 내용물들은 들으면 들을수록 지루하지 않은 구성을 담고 있다. 하늘을 날 수 있는 마법구두에 얽힌 동화이야기를 음악으로 엮어낸 본작은 곡 사이사이에 영화대사처리를 하며 마치 영화사운드 트랙을 듣는 듯한 느낌을 갖게끔 하고 있다.


인트로형식의 'children of imadination'을 지나서 리더인 Dave Lambert가 조금은 쉰듯한 음색으로 노래하는 몽환적인 분위기의'tell you a story'를 듣게 된다. 이어지는 'magic shoes'는 포근하게 다가오는 분위기의 곡으로 듣는 이를 동화 속으로 이끌고 있다.

본작의 중반부에 이르면 마치 꿈 속을 거니는 분위기를 연상시키는, 가장 대중적인 트랙이라 추천해도 될만한 'Only a dream'이 동화이야기를 잇고 있으며 차분한 어쿠스틱 기타연주에서 신나는 락넘버로 반전하는 'Flies like a bird'가 좀더 활기찬 분위기로 만들고 있다.


그리고 후반부에 이르면 차분한 선율의 건반과 애절한 보컬이 압권인 본작의 타이틀곡 'Shoemaker'에서 이들의 음악세계는 절정을 이룬다. 지금껏 평론가들로부터 가장 극찬을 받는 'shoemaker'는 너무나 감정을 잘살린 보컬과 드라마틱한 악곡구성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다만 뒤이어 흐르는 난데없는 컨트리풍의'ha-ppy man am I'만 아니었다면 훨씬 곡의 분위기를 이어나갈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기는 하다.

전체적으로 포크, 사이키델릭의 사운드구성에 클래식을 접목시키면서 고급스런 분위기를 만들어낸 작품으로 70년대 본격적으로 전성기를 이루는 프로그레시브락의 초기명반이라 평가할만하다.

본작은 현재 국내발매를 계기로 희귀성이 많이 떨어졌지만 사실 지난 30년간 좀처럼 구경하기 힘든 희귀앨범 중의 희귀앨범이었다. 80년대 중반 본작의 거래가격은 우리 돈으로 50만원을 넘는 등 웬만한 매니아들도 엄두를 내기 힘들 정도로 잡하기 어려운 음반이었다.

그나마 9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일반에게 공개됐다는 사실은 우리의 음반시장이 점진적이나마 넓어져 가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아직은 열악하지만 이런 명반들이 앞으로도 일반에게 공개되고 음악팬들이 들어준다면 특정 장르에 의해 한정되어 있는 국내 음반시장에도 좋은 자극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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