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노갑 최고위원 전격 사퇴의 의미와 전망

권노갑 최고위원 전격 사퇴와 민주당의 세력변화 그리고 사퇴로 이끈 민주당의 전략

등록 2000.12.18 16:15수정 2000.12.19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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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노갑 최고위원 전격 사퇴의 의미와 전망

민주당 서영훈(徐英勳) 대표와 권노갑 최고위원이 18일을 기해 대표직 및 최고위원직의 사퇴를 표명했다.(연합통신 12월 18일자) 민주당 권노갑 최고위원의 사태는 현재 김대중 대통령이 진행중인 당정개혁과 맞물려 현 민주당 세력판도의 결정적인 변화를 초래할 전망이다. 이 글에서는 권 최고위원의 사퇴에 따른 민주당 세력판도의 변화와 권 최고위원 사퇴의 의미 등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민주당 세력판도의 변화

우선 권 최고위원의 사퇴로 동교동 구파의 세력은 크게 위축되었다고 볼 수 있다.더욱이 이번 당정개편에서 김옥두 사무총장이 교체가 확실시되고 있어 민주당 내에서 권노갑-김옥두로 대표되었던 동교동 구파의 세력은 한시적으로는 수면 아래로 잠겼다고 판단된다.

그와는 반대로 동교동계 신파에 속하는 한화갑(韓和甲) 최고위원과 문희상(文喜相), 배기선(裵基善) 설훈(薛勳) 의원 등의 입지가 보다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번 당정개편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정동영 최고위원의 목소리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김근태 최고위원 또한 당내개혁과 관련한 꾸준한 목소리를 낸 한 장본인으로 그 입지가 강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러한 입지 강화가 동교동 구파의 기존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보이지는 않는다. 청와대 또한 동교동계의 후퇴로 야기되는 힘의 공백상태를 우려 당 시스템의 전면적인 개편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개혁이 과연 어느 정도의 실효성을 거둘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자칫 시스템 개편이 실패할 경우 민주당내에서는 최고위원들을 중심으로 한 '계보화'와 '줄서기'가 촉발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2001년 중순 이후부터는 차기 대선후보를 선정하는 작업이 남아 있어 치열한 당내의 계보 싸움은 당 개편 시스템의 실패 시 필연적인 결과로 보인다.


동교동 구파세력이 다시 수면위로 나올 가능성이 있는 시기 또한 이 시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김 대통령으로서도 이러한 상황을 우려 당내에서는 권 의원과 김옥두 사무총장의 경질을 고려하고 있을지언정 청와대 내에서의 한광옥 비서실장과 남궁진 정무수석의 교체에는 회의적인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이들에 대한 교체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이들을 대신할 사람으로서 박지원 전 문화공보부 장관이 재 등용이 현실성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이번 권 최고위원의 사퇴로 가장 타격을 받는 사람은 이인제 최고위원으로 보인다. 권 최고위원은 그 동안 이 최고위원의 ‘후견인’으로서 활동을 해왔고, ‘8·30’전당대회 때도 당내 뿌리가 약한 이 최고위원을 막후에서 지원함으로써 타 후보들의 강한 반발에 부닥쳤었다.

권 최고위원의 자진사퇴와 동교동계의 2선후퇴의 의미

이번 권 최고위원의 자진사퇴와 동교동계의 후퇴의 배경에는 다분히 정치적 전략이 작용한 측면이 강하다. 국회파행과 경제상황 악화로 비롯되어진 민주당의 집권당으로서의 위기 상황은 누군가에 책임을 물어야 할 상황으로 치달았다. 당내에서는 이를 민주당 운영시스템의 문제를 거론하였고, 여기에 가장 핵심에 있는 권 최고위원과 동교동 구파세력들이 타겟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정동영 최고위원이 직접적으로 권 최고위원을 김현철과 빗대어 표현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 볼 수 있다. 정 최고위원이 권노갑 최고위원을 타겟으로 지목하면서 모든 문제의 근저에는 권 최고위원이 자리한 것 같은 분위기로 흘렀다. 거기에 서울 경찰청장의 임명에서 발생했던 인사권 문제들이 불거지면서 이는 확실시되는 분위기로 흘렀다.

여권과 김대중 대통령은 이를 통해 일정 정도의 면죄부를 부여받은 것이다. 정동영 최고위원의 권 최고위원의 사퇴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라고 신문에 보도된 데에는 이와 같은 전략이 작용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권 최고위원 위원은 사퇴문에서 자신의 사퇴를 '順命'이라 표현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는 결국 이번 선택이 자신의 정치적 행보에서 보여주었던 '김대중 모시기'의 일환임을 가장 적절한 언어로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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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지금은 일반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이 사이트가 기존 제도권 언론에 대항하는 21세기형 새로운 언론매체의 패러다임이라는 생각에서입니다. 글은 주로 정치쪽 에세이를 중심으로 구성이 될 것입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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