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사람을 변화시킨다?

등록 2000.12.26 18:35수정 2000.12.28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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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住)이 사람을 변화시킨다?
웬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주거환경 만큼 생활환경에 밀접한 영향을 주는 것도 드물다.

어떤 형태의 주거환경에서 지내느냐에 따라 개개인의 생활환경은 물론 그 사람의 성격까지도 변화된다. 도시와 시골, 아파트와 단독주택을 비교해 보면 주거환경이 개개인의 삶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쉽게 알수 있다.

시골과 도시의 주거환경은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행정적인 주소로는 도(시), 군(구), 면, 리(동)으로 비슷하게 구분되어 있지만 동네의 구성이나 거주환경은 많은 차이를 보인다.

시골의 동네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몇십호씩 모여 있는 형태를 띠고 있지만 서울의 동네는 구분이 없을 정도로 서로 근접해 있다. 서울은 동과 동의 경계가 골목길 하나로 이루어 지지만 시골은 30분 이상을 걸어가야 할 정도로 몇 킬로미터씩 떨어져 있다.

시골의 주택은 단층이지만 서울에서는 단층 주택을 찾기가 힘들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차이는 시골의 경우 한 동네에 정착을 하게 되면 몇십년은 물론 대를 이어 같은 동네에서 살게 되지만 서울의 경우는 한 동네에서 길어야 십년 밖에 살지 않는다. 전셋집의 경우 1~2년에 한번씩 이사를 다녀야 한다.

이러한 주거환경의 차이는 생활양식의 차이와 생각의 차이로 이어진다. 시골동네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한 가족처럼 끈끈한 정으로 뭉쳐 있지만 서울은 한 가족 한 가족이 중심이 되는 개별단위로 이루어져 있다.

시골동네는 결혼식이나 환갑, 초상등 큰 일이 있을 경우 온 동네가 함께 모여 기뻐하고 슬퍼하며 정을 나누지만 서울은 이웃 사람들의 이러한 행사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시골 동네가 더불어 사는 공동체 형식이라면 서울은 나만 잘 살고 나만 괜찮으면 된다는 개별집단의 성격을 띠고 있다.

시골 사람들은 이웃간에 서로 돕고 협력하며 함께 돌봐주지만 서울 사람들은 옆집에 누가 사는지 조차 모르고 지낸다. 행여 이웃이 나에게 피해나 입히지 않을까 되레 걱정이다. 가깝게 지내는 이웃이래야 고작 한, 두 집에 불과하다.

개별적 집단의 성격을 띠고 있는 서울의 주거 환경은 이웃간의 왕래가 거의 없고 더불어 사는 지혜와 삶의 기쁨을 찾아볼 수가 없다. 오로지 나와 내 가족, 내 자식만이 중요할 뿐이다. 서로 왕래가 없다보니 주차문제같은 사소한 문제를 가지고도 심한 다툼이 일어나기도 한다. 자신에게 위험한 일이 일어나도 도움을 청할 이웃이 없다.

개별적인 서울의 주거 환경은 사회적 병폐로 이어진다. 인간적인 정이 사라지고 인륜과 윤리를 무시한 범죄가 들끓는다. 이웃의 아이가 잘못을 저질러도 이를 꾸짖어 줄 어른이 없다보니 아이들은 점점 어른을 무시하게 되고 내가 최고, 나 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성격이 되어간다. 이성적으로 절제할 줄을 모르며 어느 것이 옳은 것인지 분간을 못하게 된다.

서울의 주거환경이 아이들을 이기적이고 폭력적이고 사리분멸을 못하는 아이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서울의 주거환경이 사회적 병폐를 만들어 간다. 인간성 회복 운동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인간성 회복에 있어 가장 근본적으로 고쳐져야 할게 주거환경이 아닐까?

서울도 한 동네에서 오래 살고 이웃간의 따스한 정을 나눌 수 있는 동네가 된다면, 밝은 이웃, 끈끈한 정으로 뭉쳐진 이웃이 된다면, 이웃간의 정이 넘치는 동네, 믿음이 넘치는 동네가 된다면 잃어버린 인간성은 자연적으로 돌아오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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