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선생님' 추방에 나선 이유

시민단체, '엽기 교사 , 정직 3개월론 안 된다' 반발

등록 2000.12.28 14:24수정 2001.01.15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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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모 학교법인이 상습적으로 학생들의 인권을 무시하고 성추행한 의혹을 받고 있는 한 소속 여고교사에게 정직 3개월의 징계로 사건을 마무리하려 하자, 지역 교육, 시민단체들이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전교조 대전지부와 대전 경실련 등 10여개 지역 시민.교육단체는 지난 26일 '00여고 성추행 사태 해결 공동요구서'를 대전시교육청에 제출했다. 이들 단체는 이 요구서를 통해 "학생들의 인권을 무시하고 도외시한 이 학교 아무개 교사를 즉각 교단에서 추방하라"고 촉구했다.

여고 교사의 엽기 행각

이 학교에서 아무개 교사의 '자질론'이 터져 나온 것은 지난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9월 28일. 이 여고 3학년 47명의 연서명이 담긴 빼곡한 편지글과 피해 학생들의 진술서가 같은 학교 상담교사에게 전해졌다. 이 편지글은 "담임선생님과 마주치는 일이 없도록 조처해 달라"는 건의문이었다.

이들 학생들은 그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들었다.
하나는 <선생님의 '상식 이하의 언행'>으로 학생들의 인권이 송두리째 무시됐다는 지적이다.
아침 조회시간에 "앞으로 00일(수능 D-day)"을 외치지 않았다고 학급 전원이 따귀를 맞은 일, 학부모가 항의 전화를 하자 학생들 앞에서 "어떤 미친 X이 전화하기를..."이라고 말한 일, 전교조 소속 교사를 빗대 "내가 죽이고 싶어하는 인간들..."이라고 말한 일, 학생들의 상담 요구에 "성적으로 대학 가지 상담으로 가냐"며 거절한 일, 시험문제를 특정 학생에게 워드로 치게 한 일, 시도 때도 없이 저속한 언어를 남발한 사례... 등이 빼곡하게 담겨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성추행에 대한 고발'이다. 학생들이 진술서를 통해 이 교사에게 "수치스럽고 모욕적인" 피해를 당한 사례는 매우 다양하다.

이메일을 통해 "우리 사랑을 속삭이자"는 글귀를 보내고 답장을 하지 않자, " 답장보낼 때까지 괴롭히겠다"고 한 선생님(3학년0반 이아무개 학생), 야간자율학습시간 식수대에서 어깨동무하며 조끼 속으로 손을 넣어 가슴을 만진 선생님(3학년 0반 나아무개 학생), 아무도 없는 상담시간에 애인 왔냐며 손을 잡고 가슴을 툭툭 친 선생님(3학년 곽아무개 학생), 학교 복도에서 꾸중 도중 가슴을 꼬집어 수치심을 느끼게 한 선생님(강 아무개학생)... 등등이다.

당시 학생들은 "수능이 코앞이라 또 참으려고 했지만 정말 참을 만큼 참았고 후배들을 위해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었다"며, "불신과 실망이 너무나도 커 선생님을 선생님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졸업할 때까지 기다리자?

이후 보름 남짓 지난 10월 14일, 사실 진상규명을 위한 '합동조사위원회'가 구성됐다. 시교육청 장학관과 장학사, 해당 학교 교장, 지역언론인, 변호사, 학교운영위원장 등 7명이 위원으로 참여했다. 이어 조사위원회는 10월말 진상조사 활동을 일단락 짓고, "학생들에 대한 지나친 언행이 인정되며 성추행의 경우 가해자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피해학생들의 일관된 주장과 정황에 비추어 볼 때 신빙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그러나 조사위원회는 징계양정과 관련 '해임이냐, 정직이냐'를 놓고 논란을 벌이다 거수를 통해 징계 수위(水位)로 정직 3개월을 권고키로 하고 사안을 '학교법인 00학원 징계위원회'로 넘겼다. 당시 조사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위원은 "가해자가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심증과 정황만으로 가혹한 징계안을 내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학교법인 00학원은 지난 10월말 징계위원회를 구성했으나 수능시험을 이유로 시간을 끌어오다 지난 22일 문제의 성추행 교사에게 '정직 3월'의 징계 처분안을 다룬다며 징계위원회 출석통지서를 전달했다.

그동안 학교측은 문제의 교사가 맡고 있던 담임만을 교체했을 뿐 해당 학생들을 상대로 평상시처럼 수업(3학년 국어과목)을 하도록 했다. 학생들의 '더 이상 마주치는 일이 없도록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는 믿음과 함께 제출'한 호소문은 3개월 동안을 묻혀 있다 '3개월 정직'이라는 마무리 수순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학교측은 또 몇몇 상담 교사들이 이 문제를 학교장에게 먼저 보고하지 않고 학교운영위원장에게 알려 학교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당시 상담교사 2명을 '교내 문서를 외부로 유출시킨 죄'로 징계하려 했다가 반발이 일자 뒤늦게 취소하기도 했다.

학교측은 이어 교육단체들이 징계위원 구성이 편파적이라며 교체를 주장하자, 지난 26과 27일 잇달아 회의를 열고 뒤늦게 징계위원을 교체하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후배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어렵게 입을 열었다는 학생들과는 달리 학교측은 '문제를 제기한 3학년 학생들이 졸업하면 사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교육-시민단체의 반발

전교조 대전지부 관계자는 "교사로서 자질이 의심스러운 교사를 정직 3개월이라는 솜방망이 처벌로 마무리한다면 사회적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수능을 핑계로 사건이 발생한 지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사태 해결을 미뤄 온 것은 교육의 포기에 다름 아니다"고 덧붙였다.

전교조 대전지부 문성호 지부장은 "성추행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해당 교사를 교단에서 추방시키기보다는 감싸고 도는 시교육청과 학교재단의 도덕 불감증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문제의 교사를 즉각 교단에서 추방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전여민회 김경희 사무국장은 "시교육청과 학교측이 성추행 여부에만 매달려 '물증이 없어' 처벌할 방도가 없다고 발을 빼고 있다"며, "사실이 확인된 이유 없는 체벌과 학생들에 대한 갖가지 인권무시 언행만으로도 교사로서의 자질을 의심받기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당시 합동조사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했던 시교육청 최영일 장학관은 "해당 교사가 제기된 성추행 사실을 모두 부인하는 데다 피해 학부모들이 형사고발을 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수사권이 없는 시교육청으로서는 심증만으로 조치할 방도나 권한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당 교사 인터뷰

- 학생들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입장은 그 당시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성추행을 한 적도 없고 그런 의도나 의지도 없었다."

- 학생들이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면 뭔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 아닌가. 학생들이 없는 얘기를 만들어 냈다는 얘긴가?

"아이들이 오해했던 것이라고 본다."

- 성추행 논란 이외에도 이유없는 체벌과 지나친 언어폭력을 습관적으로 해 왔다는 문제제기도 있었다.

"아이들이 그렇게 받아들였다면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악의를 가진 언행은 아니었다."

- 그렇다면 '합동조사위원회'와 징계위원회가 3개월 정직안을 내놓은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아직 그같은 안을 공식적으로 통보받은 바 없어 뭐라도 얘기하기 어렵다. 다만 학교와 학생간 더 이상의 갈등을 막고 학교 안정화를 위해 대승적 견지에서 받아들일 수도 있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 지금의 심정이다."

- 시민단체에서 3개월 정직안이 미흡하다며 교단에서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처음 듣는 얘기다. 내가 부도덕한 행위를 했다면 이해되지만 그런 일이 없는 데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내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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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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