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기 편안한 소파가 됐다고?"

시민단체와 일부 국회의원 SOFA개정 내용 비판

등록 2000.12.29 11:43수정 2000.12.29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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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불평등한 소파개정 국민행동'의 집회. 시민단체들은 "눈속임식 개정보다는 근본적인 판갈이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 오마이뉴스 노순택
"지금까지 소파는 불편해서 앉아 있기 어려운 소파라고 했는데 앞으로는 앉아 있기 편한 소파가 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전격적으로 타결된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대해 한국쪽 대표인 외교통상부 송민순 북미국장은 이렇게 평가했다.

그러나 그 동안 개정운동을 벌여온 시민단체들은 소파개정협상이 "기대에 못 미치는 함량미달의 내용"이라며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정부는 형사재판관할권과 환경조항 신설, 노무관련 조항 개정 등 주요 쟁점 사안에 대해 전향적으로 합의했다고 생색을 내고 있지만 그 내용은 뜯어보면 실제 알맹이는 하나도 없다"고 평했다.

불평등한 소파개정 국민행동(상임대표 문정현)과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상임대표 문대골)도 28일과 29일 성명을 통해 "이번 협상은 일부 조항에서 진전에도 불구하고 실제 법 적용에 효력을 갖기 힘들다"며 정부에 재협상을 촉구했다.

특히 △신병인도 시기를 기소시점으로 앞당긴다고 하면서 대상범죄를 12개 중요범죄로 국한 한 점 △환경조항의 경우 원상회복이나 손해배상의 의무를 면제한 채 하위문서에만 관련규정을 신설한 점△노무조항의 경우 해고단서 조항에 확대해석의 여지가 많은 점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또한 여야 국회의원 11명이 활동하고 하고 있는 연구단체인 '나라와 문화를 생각하는 모임'(대표 김원웅 의원)은 28일 성명을 통해 "새로 서명된 개정안에는 환경조항 등이 새롭게 포함되어 있고 여러 부문에서 진일보한 면이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그 불평등성을 씻어내지 못하고 여전히 강대국의 오만이 담겨있는 문서"며 "양국간 합의에 다소 시간이 필요하더라도 보다 평등한 내용의 소파 개정안을 합의도출 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관심을 모았던 환경조항 신설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전형적인 생색내기용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았다.

관련기사 1:"SOFA '개정'은 국민 기만 행위"/이민우 기자
관련기사 2:의원들도 SOFA개정 비판 성명/이민우 기자

환경운동연합과 녹색연합은 성명을 통해 "환경조항 신설에 따라 합의된 하위문서와 양해각서의 내용은 기존에 형식적으로, 관행적으로 이루어진 부분을 문서화했을 뿐"이라며 "개정안에는 미군기지 내 또는 주변의 환경오염피해에 대한 원상회복 및 손해배상의 의무를 부담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전혀 언급조차 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두 단체는 소파에 미군물자에 대한 검역조항 신설과 미군시설과 구역내에 발생한 범죄에 대하여 조사할 권한을 명문화시킬 것을 요구했다.

이번 소파개정안에 대해 '불평등한소파개정국민행동' 김용한 집행위원장은 "기존 독소조항을 그대로 유지시킨 개정안이 정말 앉기 편한 소파인지 의심스럽다"며 "소파 전면개정협상을 위해 좀더 강도 높은 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이후 계획을 설명했다.

덧붙이는 글 | 다음은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와 '불평등한소파개정국민행동'의 소파개정안에 대한 성명 내용입니다. 

<기만적인 SOFA 개정협상을 규탄한다!> 

95년부터 장장 5년이 넘게 진행된 SOFA 재개정 협상이 드디어 타결되었다. 기소시 신병인도, 환경조항 신설 이라는 굵직굵직한 합의내용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그 내용은 기대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 

주요조항만 살펴보면, 우선 신병인도와 관련해 신병인도 시기를 기소시점으로 앞당긴다고 하면서도 대상범죄를 12개 중요범죄로 국한하고 있다. 미-일, NATO SOFA의 경우 범죄 유형과 관계없이 무조건 기소와 동시에 신병을 인도하도록 규정해 놓은 것에 비하면 상당히 후퇴한 결과다. 

또한, 환경조항의 경우 무엇보다 본 협정에서 기지 및 시설의 반환시 미국측의 원상회복이나 손해배상의 의무를 면제해 놓고 있는 조항은 그대로 둔 채 그 하위문서인 합의의사록과 특별 양해각서에만 관련규정을 신설함으로써 사실상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되었다. 또한, 그 내용에 있어서도 다분히 선언적, 추상적인 것이어서 강제력을 갖기 힘들다. 

노무조항의 경우 '군사상 필요'에 의한 해고요건을 강화했다고는 하지만 '.... 등 주한미군 방위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으로 확대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 여전히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동식물 합동 검역의 경우에도 합동검역은 하되 '단, 주한미군용 식료품 공급이 지연되지 않도록 보장한다'는 단서조건을 달아두고 있다. 

이처럼 이번 협상은 일부 조항에서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본협정 및 합의의사록, 양해사항 등 부속문서 전체에 대한 개정이 아닌 부분 개정에 그친데다 그 내용도 매우 선언적, 추상적 수준에 그치거나 단서조항을 달아놓고 있는 경우가 많아 실제 법 적용에 효력을 갖기 힘들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는 그야말로 한미 정부가 SOFA 전면개정에 대한 국민적 요구에 부담을 느낀 나머지 서둘러 협상을 타결짓기 위한 '생색내기용'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큰 실망과 분노를 금치 못하는 바이며, 앞으로 우리의 요구가 전면 관철될 때까지 투쟁할 것임을 밝힌다. 

2000. 12. 28.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상임대표 문 대 골
 
<소파 전면 개정 협상 즉각 다시 시작하라>
12월 28일 정부의 소파 개정 협상 결과 발표에 대한 우리의 주장 

우리는 한미 두 나라 정부가 12월 28일 발표한 'SOFA 개정 협상 결과'를 지켜보며, 착잡한 마음을 넘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일부 형식적인 진전이 있었지만, 근본 내용에서는 전혀 달라진 게 없다.

형사재판권의 경우 미군 범인의 신병 인도 시기를 앞당긴 것은 잘한 일이다. 그러나 12개 중요 범죄만이 아니라, 모든 범죄에 적용해야 한다. 우리측이 미군 피의자를 체포했을 때 계속 구금할 수 있는 것도 모든 범죄로 확대해야 한다. 가장 많이 발생하는 교통 사고의 경우 '치사 후 도주' 하나 만 12개 중요 범죄에 포함시킨 것도 문제다. 

또한 체포 시 계속 구금할 수 있는 범죄 가운데 '죄질이 나쁜 강간'이라는 부분이 있다. 도대체 죄질이 좋은 강간도 있단 말인가? 또한 앞으로 합동위에서 규정하기 전에는 사건별로 상호 '협의'하여 처리한다고 했는데, 미국이 선의로 나오기만을 기다리며 계속 협의해야 한단 말인가?

특히 기소 후에는 한국 당국이 신문할 수 없도록 한 것은 사법권에 대한 심대한 침해이며 개악이다. 1심에서 무죄일 경우 검찰이 항소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은 이번에 전혀 건드리지도 않았다.

형 집행의 경우 미 측이 특별히 요청하면 '충분히 고려'하라고 했는데, 한국 정부의 태도로 볼 때 미국이 요청만 하면 '즉시' 형 집행을 정지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 부분은 삭제해야 마땅하다.
교통사고 발생 시 배상이 신속히 이루어지도록 '상호' 노력하자고 했는데, 미국 정부가 적극 나서서 먼저 배상하고, 나중에 미국 정부가 범인에게 배상권을 청구하면 될 뿐이지, '상호' 노력할 사항은 아니다. 그리고 소파 적용 대상도 여전히 폭이 넓다. 소파는 미군에게만 적용해야 한다.

환경 조항의 경우도 원상 복구나 배상 의무가 없기 때문에, 국민을 우롱하는 것일 뿐 아무 의미가 없다. 특히 특별양해각서에 미측은 모든 오염이 아니라, '주요' 오염만 제거한다고 했다. 이는 한미 두 나라 정부가 아직도 환경 문제를 너무 안이하게 바라보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측이 미군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기지 외부의 주요 오염에 적절한 조처'를 취하도록 한 것은 상호주의가 아니다. 이는 미국 정부가 미국인들에게 '한국인들은 환경 의식도 없는 미개한 유색 인종이기 때문에 미군이 한국에서 오염된 환경 속에 살고 있다'는 식으로 호도하기 위한 것이며, 미군이 환경 오염의 주범임을 물타기로 흐리기 위한 미국 정부의 술책에 한국 정부가 넘어간 것이다. 그리고 문구대로 보면 미군들이 '기지 외부'를 오염시켜 놓고도 그 '외부 오염' 때문에 미군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며 우리 정부에 적절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할 수도 있다.

한국인 기지 노동자들에게는 국내 노동법을 완전 적용해서 노동 3권을 완전히 보장해야 한다. 그런데 '군사상 필요'의 내용을 확정하고, 노동청 알선을 노동위 '조정'으로 격상시키고, 냉각기간을 조정 신청 접수 시부터 45일간으로 앞당기는 데서 그치고 말았다.

냉각기간은 공익 사업장 노동자들의 경우처럼 15일로 더 줄여야 한다. 미측에게 해고 최소화 '노력' 의무만 부과한 것은 말이 안 된다. 노동자를 해고시키는 미군 측이 '해고를 안 시키려고 노력이야 누가 안 한다고 하겠는가! 

주한미군의 가족이 합법적으로 돈벌이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현재 불법으로 돈을 벌고 있는 것을 양성화해 준 것이다. 미군 가족은 정식 취업 비자를 발급 받은 뒤 외국인 취업 규정에 따라 정식으로 취업을 해야 할 것이다.

공동 검역 실시 규정을 넣은 것은 일부 진전이다. 그러나 실제로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쌀'의 경우 미군에게 주식인지 부식인지도 분명하지 않다. 부식용 동식물만 소파 합동위에서 '합의'된 절차에 따라 공동 검역한다고 해 놓음으로써 공동 검역조차 미국이 합의해 줘야 가능하다.

설사 공동 검역에 들어간다 해도, 주한미군 용 식료품 공급이 지연되지 않도록 보장한다는 단서 조항이 있어, 검역을 세밀하게 하지 못할 가능성마저 있다. 특히 문제가 생길 경우 책임 소재를 다투게 될 가능성이 많으므로 우리 검역 당국의 단독 검역을 관철시켜야 한다.

미군이 사용하지 않는 공여지는 즉각 반환해야 하고, 지금까지 공여된 땅 이외에는 더 이상 공여하지 않아야 한다. 또 한·미 두 나라 정부와 함께 지주도 동등한 자격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아 협의하고 합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방식은 임대 계약이어야 하며, 이제까지 공여된 모든 공여지도 임대로 전환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 '모든 공여지'를 합동 실사한다고 한 부분은 진전이지만, 공여지 사용 여부나 필요성 여부에 대한 판단이 여전히 미군 당국에 남아 있다. 사용 여부나 필요성 여부를 따지는 자리에 반드시 현지 주민이 참여하여 의견을 개진하고 합의해야 한다.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 계획이 없는 경우 '반환'하도록 했으나, 이번에도 '즉시 반환'으로 못 박지 않았다. 그래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미 측이 계속 사용할 필요가 있거나 사용 계획이 있다고 제기하는 경우, 합동 실사한다고 하고, 사용 계획이 있는 경우에도 '3년 내' 사용되지 않으면 합동위에서 기간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고 했는데, 미국이 '사용할 필요가 있다'든가, '사용 계획이 있다'고 할 것은 뻔하다. 3년도 너무 길다. 1년이면 충분하다.

특히 이번 개정 협상에서 최악의 개악 조항은 '공여지 침해 방지' 규정이다. 이는 매향리나 파주에서 보는 것처럼 주민들이 자기 땅에조차 공여지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마음대로 못 들어가게 하려는 의도에서 만든 조항이다. 앞으로 한국 정부가 이 조항 때문에 가장 많이 시달리게 될 것이다. 또 시설 개조, 해체, 신축, 개축 시 우리측에 계획을 '사전 통보'하고 '협의'하도록 했는데, 말로는 협의지만, 실제로는 '통보'에 그칠 가능성이 있으므로 '허가제'로 바꿔야 한다.

미군 부대 안의 비세출자금기관은 미군의 초청을 받은 한국인만 이용할 수 있도록 확정해야 한다. 그런데 이 조항은 협상 대상 분야 가운데 유일하게 합의문을 내지 못했다. 앞으로 우리 국익을 위해 적극 공세를 취해야 할 것이다. 2001년 12월 31일까지 해결토록 합의했다고 하는데, 1년 동안 이 기관들이 몇 천 억 원의 불법 영업 이익을 챙겨갈지 눈에 선하다. 미군이 실제로 이 비세출자금기관을 통해 불법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얼마나 크면 미국이 아무 명분도 없이 이 조항을 합의하지 않았을까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민사 소송 절차의 경우, 소송 서류 송달 절차를 확정하고, 한국 법원이 미군 기지 내에서 직접 강제 집행을 실시하도록 하며, 봉급 압류를 가능하게 한 점 등은 상당한 진전이다. 그러나 '미국법에 반하지 않는 한'이라는 단서를 달아, 현재보다 그리 크게 나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지촌 여성과 혼혈 어린이 인권 보호 조항은 아예 협상조차 하지 않는 바람에 대상에서 빠져 버리기도 했다. 소파의 유효 기간 조항, 통관이나 관세 등 각종 특혜와 관련한 조항, 소파의 모법인 한미상호방위조약 등도 협상 대상에서 빼는 바람에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다. 

한미 두 나라 정부는 소파 본 협정 전체 조항과 합의의사록, 양해 사항 같은 부속 문서 전체 조항, 그리고 소파의 모법인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전체 조항을 대상으로 소파 전면 재개정 협상에 즉각 들어가야 한다. 우리는 이를 위해 국민과 더불어 앞으로 더욱 수위 높은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2000. 12. 29.

불평등한 소파개정 국민행동

덧붙이는 글 다음은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와 '불평등한소파개정국민행동'의 소파개정안에 대한 성명 내용입니다. 

<기만적인 SOFA 개정협상을 규탄한다!> 

95년부터 장장 5년이 넘게 진행된 SOFA 재개정 협상이 드디어 타결되었다. 기소시 신병인도, 환경조항 신설 이라는 굵직굵직한 합의내용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그 내용은 기대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 

주요조항만 살펴보면, 우선 신병인도와 관련해 신병인도 시기를 기소시점으로 앞당긴다고 하면서도 대상범죄를 12개 중요범죄로 국한하고 있다. 미-일, NATO SOFA의 경우 범죄 유형과 관계없이 무조건 기소와 동시에 신병을 인도하도록 규정해 놓은 것에 비하면 상당히 후퇴한 결과다. 

또한, 환경조항의 경우 무엇보다 본 협정에서 기지 및 시설의 반환시 미국측의 원상회복이나 손해배상의 의무를 면제해 놓고 있는 조항은 그대로 둔 채 그 하위문서인 합의의사록과 특별 양해각서에만 관련규정을 신설함으로써 사실상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되었다. 또한, 그 내용에 있어서도 다분히 선언적, 추상적인 것이어서 강제력을 갖기 힘들다. 

노무조항의 경우 '군사상 필요'에 의한 해고요건을 강화했다고는 하지만 '.... 등 주한미군 방위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으로 확대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 여전히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동식물 합동 검역의 경우에도 합동검역은 하되 '단, 주한미군용 식료품 공급이 지연되지 않도록 보장한다'는 단서조건을 달아두고 있다. 

이처럼 이번 협상은 일부 조항에서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본협정 및 합의의사록, 양해사항 등 부속문서 전체에 대한 개정이 아닌 부분 개정에 그친데다 그 내용도 매우 선언적, 추상적 수준에 그치거나 단서조항을 달아놓고 있는 경우가 많아 실제 법 적용에 효력을 갖기 힘들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는 그야말로 한미 정부가 SOFA 전면개정에 대한 국민적 요구에 부담을 느낀 나머지 서둘러 협상을 타결짓기 위한 '생색내기용'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큰 실망과 분노를 금치 못하는 바이며, 앞으로 우리의 요구가 전면 관철될 때까지 투쟁할 것임을 밝힌다. 

2000. 12. 28.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상임대표 문 대 골
 
<소파 전면 개정 협상 즉각 다시 시작하라>
12월 28일 정부의 소파 개정 협상 결과 발표에 대한 우리의 주장 

우리는 한미 두 나라 정부가 12월 28일 발표한 'SOFA 개정 협상 결과'를 지켜보며, 착잡한 마음을 넘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일부 형식적인 진전이 있었지만, 근본 내용에서는 전혀 달라진 게 없다.

형사재판권의 경우 미군 범인의 신병 인도 시기를 앞당긴 것은 잘한 일이다. 그러나 12개 중요 범죄만이 아니라, 모든 범죄에 적용해야 한다. 우리측이 미군 피의자를 체포했을 때 계속 구금할 수 있는 것도 모든 범죄로 확대해야 한다. 가장 많이 발생하는 교통 사고의 경우 '치사 후 도주' 하나 만 12개 중요 범죄에 포함시킨 것도 문제다. 

또한 체포 시 계속 구금할 수 있는 범죄 가운데 '죄질이 나쁜 강간'이라는 부분이 있다. 도대체 죄질이 좋은 강간도 있단 말인가? 또한 앞으로 합동위에서 규정하기 전에는 사건별로 상호 '협의'하여 처리한다고 했는데, 미국이 선의로 나오기만을 기다리며 계속 협의해야 한단 말인가?

특히 기소 후에는 한국 당국이 신문할 수 없도록 한 것은 사법권에 대한 심대한 침해이며 개악이다. 1심에서 무죄일 경우 검찰이 항소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은 이번에 전혀 건드리지도 않았다.

형 집행의 경우 미 측이 특별히 요청하면 '충분히 고려'하라고 했는데, 한국 정부의 태도로 볼 때 미국이 요청만 하면 '즉시' 형 집행을 정지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 부분은 삭제해야 마땅하다.
교통사고 발생 시 배상이 신속히 이루어지도록 '상호' 노력하자고 했는데, 미국 정부가 적극 나서서 먼저 배상하고, 나중에 미국 정부가 범인에게 배상권을 청구하면 될 뿐이지, '상호' 노력할 사항은 아니다. 그리고 소파 적용 대상도 여전히 폭이 넓다. 소파는 미군에게만 적용해야 한다.

환경 조항의 경우도 원상 복구나 배상 의무가 없기 때문에, 국민을 우롱하는 것일 뿐 아무 의미가 없다. 특히 특별양해각서에 미측은 모든 오염이 아니라, '주요' 오염만 제거한다고 했다. 이는 한미 두 나라 정부가 아직도 환경 문제를 너무 안이하게 바라보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측이 미군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기지 외부의 주요 오염에 적절한 조처'를 취하도록 한 것은 상호주의가 아니다. 이는 미국 정부가 미국인들에게 '한국인들은 환경 의식도 없는 미개한 유색 인종이기 때문에 미군이 한국에서 오염된 환경 속에 살고 있다'는 식으로 호도하기 위한 것이며, 미군이 환경 오염의 주범임을 물타기로 흐리기 위한 미국 정부의 술책에 한국 정부가 넘어간 것이다. 그리고 문구대로 보면 미군들이 '기지 외부'를 오염시켜 놓고도 그 '외부 오염' 때문에 미군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며 우리 정부에 적절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할 수도 있다.

한국인 기지 노동자들에게는 국내 노동법을 완전 적용해서 노동 3권을 완전히 보장해야 한다. 그런데 '군사상 필요'의 내용을 확정하고, 노동청 알선을 노동위 '조정'으로 격상시키고, 냉각기간을 조정 신청 접수 시부터 45일간으로 앞당기는 데서 그치고 말았다.

냉각기간은 공익 사업장 노동자들의 경우처럼 15일로 더 줄여야 한다. 미측에게 해고 최소화 '노력' 의무만 부과한 것은 말이 안 된다. 노동자를 해고시키는 미군 측이 '해고를 안 시키려고 노력이야 누가 안 한다고 하겠는가! 

주한미군의 가족이 합법적으로 돈벌이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현재 불법으로 돈을 벌고 있는 것을 양성화해 준 것이다. 미군 가족은 정식 취업 비자를 발급 받은 뒤 외국인 취업 규정에 따라 정식으로 취업을 해야 할 것이다.

공동 검역 실시 규정을 넣은 것은 일부 진전이다. 그러나 실제로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쌀'의 경우 미군에게 주식인지 부식인지도 분명하지 않다. 부식용 동식물만 소파 합동위에서 '합의'된 절차에 따라 공동 검역한다고 해 놓음으로써 공동 검역조차 미국이 합의해 줘야 가능하다.

설사 공동 검역에 들어간다 해도, 주한미군 용 식료품 공급이 지연되지 않도록 보장한다는 단서 조항이 있어, 검역을 세밀하게 하지 못할 가능성마저 있다. 특히 문제가 생길 경우 책임 소재를 다투게 될 가능성이 많으므로 우리 검역 당국의 단독 검역을 관철시켜야 한다.

미군이 사용하지 않는 공여지는 즉각 반환해야 하고, 지금까지 공여된 땅 이외에는 더 이상 공여하지 않아야 한다. 또 한·미 두 나라 정부와 함께 지주도 동등한 자격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아 협의하고 합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방식은 임대 계약이어야 하며, 이제까지 공여된 모든 공여지도 임대로 전환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 '모든 공여지'를 합동 실사한다고 한 부분은 진전이지만, 공여지 사용 여부나 필요성 여부에 대한 판단이 여전히 미군 당국에 남아 있다. 사용 여부나 필요성 여부를 따지는 자리에 반드시 현지 주민이 참여하여 의견을 개진하고 합의해야 한다.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 계획이 없는 경우 '반환'하도록 했으나, 이번에도 '즉시 반환'으로 못 박지 않았다. 그래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미 측이 계속 사용할 필요가 있거나 사용 계획이 있다고 제기하는 경우, 합동 실사한다고 하고, 사용 계획이 있는 경우에도 '3년 내' 사용되지 않으면 합동위에서 기간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고 했는데, 미국이 '사용할 필요가 있다'든가, '사용 계획이 있다'고 할 것은 뻔하다. 3년도 너무 길다. 1년이면 충분하다.

특히 이번 개정 협상에서 최악의 개악 조항은 '공여지 침해 방지' 규정이다. 이는 매향리나 파주에서 보는 것처럼 주민들이 자기 땅에조차 공여지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마음대로 못 들어가게 하려는 의도에서 만든 조항이다. 앞으로 한국 정부가 이 조항 때문에 가장 많이 시달리게 될 것이다. 또 시설 개조, 해체, 신축, 개축 시 우리측에 계획을 '사전 통보'하고 '협의'하도록 했는데, 말로는 협의지만, 실제로는 '통보'에 그칠 가능성이 있으므로 '허가제'로 바꿔야 한다.

미군 부대 안의 비세출자금기관은 미군의 초청을 받은 한국인만 이용할 수 있도록 확정해야 한다. 그런데 이 조항은 협상 대상 분야 가운데 유일하게 합의문을 내지 못했다. 앞으로 우리 국익을 위해 적극 공세를 취해야 할 것이다. 2001년 12월 31일까지 해결토록 합의했다고 하는데, 1년 동안 이 기관들이 몇 천 억 원의 불법 영업 이익을 챙겨갈지 눈에 선하다. 미군이 실제로 이 비세출자금기관을 통해 불법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얼마나 크면 미국이 아무 명분도 없이 이 조항을 합의하지 않았을까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민사 소송 절차의 경우, 소송 서류 송달 절차를 확정하고, 한국 법원이 미군 기지 내에서 직접 강제 집행을 실시하도록 하며, 봉급 압류를 가능하게 한 점 등은 상당한 진전이다. 그러나 '미국법에 반하지 않는 한'이라는 단서를 달아, 현재보다 그리 크게 나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지촌 여성과 혼혈 어린이 인권 보호 조항은 아예 협상조차 하지 않는 바람에 대상에서 빠져 버리기도 했다. 소파의 유효 기간 조항, 통관이나 관세 등 각종 특혜와 관련한 조항, 소파의 모법인 한미상호방위조약 등도 협상 대상에서 빼는 바람에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다. 

한미 두 나라 정부는 소파 본 협정 전체 조항과 합의의사록, 양해 사항 같은 부속 문서 전체 조항, 그리고 소파의 모법인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전체 조항을 대상으로 소파 전면 재개정 협상에 즉각 들어가야 한다. 우리는 이를 위해 국민과 더불어 앞으로 더욱 수위 높은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2000. 12. 29.

불평등한 소파개정 국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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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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