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부 회장님, 광양시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십시오

"광양시민이 제철을 위해 무엇을 도와 주었는가" 가 민영화 기업 총수가 할 소리 입니까

등록 2000.12.29 10:15수정 2000.12.29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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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유상부 회장님. 14만 광양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유 회장님의 각성을 촉구하며 이 글을 드립니다.

비록 작은 중소도시에서 사는 한 젊은이가 혈기가 넘쳐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만 쳐다보고 대기업 총수에게 경거망동한다고 할지라도 어제(28일) 유회장님이 광양시민의 여론을 전하러 광양에서 서울까지 상경한 주민대표들에게 한 행동을 곱씹어 보지 않을 수 없기에 이 글을 드림을 해량해 주시기 바랍니다.

유상부 포스코 회장님.
포스코가 민영화의 수순을 밟으면서 경영혁신의 일환으로 기업경쟁력 제고라는 미명하에, 기존에 광양제철소에서 광양지역 중소기업들로부터 각종 재료를 구입하고 부품 공사계약 등을 체결해 오던 것을 본사인 포항에서 일괄처리 한다는 방침에 광양지역민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것을 언론 보도를 통해 익히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이는 이 방침으로 인해 지역경제가 회생불능의 침체 상태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광양시는 시의회를 비롯, 광양시상공인연합회 등이 규탄 성명을 연이어 발표하는 등 대응책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 일환의 하나로 시민의 대표를 자임한 시의회 방문단 22명(의원 10명, 출입기자 7명, 공무원 5명)이 28일 문제의 키를 쥐고 있는 서울 포스코센타 유회장님께 지역 여론을 전달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고자 항의 방문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유 회장님은 14만 광양시민을 대표해 시골에서 상경한 방문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방문단을 대표한 김수성 광양시의회 의장의 방문단에 대한 인사소개와 상황설명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말문을 가로 막으며, "광양시민이 제철을 위하여 무엇을 도와 주었는가"라는 망발을 서슴치 않았음은 어인 일입니까. 국내 굴지의 회사 총수가, 지역 경제의 파탄을 우려하여 어려운 걸음을 한 대표단을 위로하지는 못할 망정 이 무슨 말입니까. 14만 광양시민의 이름으로 각성을 촉구합니다.

결국 포스코 유상부 회장님의 이 발언은 지역을 대표한 방문단과 지역에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으로, 지금 광양은 면담 결과를 전해 들은 시민들이 유 회장님의 퇴진운동과 화형식을 해야 한다며 분개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12시에 대책회의가 열었습니다.

유상부 회장님.
광양시민들이 포스코의 회사 방침을 모르는 게 아닙니다. 무한경쟁시대에 경영을 혁신한다는 것을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다만 경제적인 지배력을 갖춘 광양제철소가 청정해역인 광양만에 건설됨으로써 그동안 지역경제에 미치는 여파가 만만치 않았기에, 아직 여건이 포항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미치지 못한 까닭에 광양지역 납품업체들이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만이라도 방침을 유보해 달라는 것 아닙니까.

회사방침상 어려움이 뒤따르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광양지역의 작금의 현실은 구매제도가 본사로 이전할 경우, 지역경제가 파멸로 치달을 것이라는 시민들의 우려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에 대해 설득력 있게 입장을 표명해 주실 것은 물론, 어제의 발언에 대해 광양시민에게 사과하고 합당한 대응책을 내놓으시기를 간구합니다.

그럼 포스코의 "소리없이 세상을 움직입니다"의 광고 CF를 상기하며, 소리없이 광양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아 주시기를 바라며 이만 줄입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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