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회화학원을 다니는 것과 외국연수의 차이

서울같은 벤쿠버에서의 영어연수

등록 2000.12.29 11:27수정 2000.12.29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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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경제사정이 너무 안 좋다고 어제는 환율이 얼마나 올랐더라고, 새 날이 밝으면 연수를 와 있는 친구들은 한국에 관한 얘기를 또 다시 시작한다. 돌아갈 날이 얼마남지 않은, 대학을 졸업하고 온 사람들은 더 근심이 깊은 얘기들을 나눈다.

그리고는 달러와 원화에 대한 감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 듯 점심 한끼에 캐나다 달러로 7달러, 팁과 세금까지 합하면 8달러, 한국돈으로 6500원 정도 되는 점심을 먹는다.

처음 어학연수를 온 사람들이나 연수를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은 외국에 나가면 외국인들하고만 만나고 한국에 관한 소식은 거의 듣지 못하리라고 예상을 한다.

하지만 이 곳 캐나다에서는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게임방이나 노래방에 갈 수 있고 한국인 음식점 식품점 심지어는 도서관에서 한국의 만화책과 소설책 등도 대여할 수 있다. 오히려 한국에 관한 것들을 피해다녀야 할 정도로 이곳에는 한국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캐나다는 같은 북미대륙의 미국보다 생활비나 학비 등이 싸다는 이유와 비자를 받기가 더 쉽다는 이유로 최근에 많은 학생들이 어학연수를 목적으로 찾고 있다. 캐나다라고 다 한국인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밴쿠버 근방은 한국인 이민자들이 많이 있어서 어디를 가나 쉽게 한국인들을 접할 수 있다. 거리 곳곳에서 한국에서 유행하는 루카스 가방을 발견하는 것과 한국인 연수생을 대상으로 하는 어학원들의 광고지를 발견할 수 있는 곳이 밴쿠버다.

언어라는 것은 그 사회의 문화와 현상들을 반영하는 것이므로 흔히 언어를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나라에 가서 배우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교육열이 남다른 한국인들이 경제사정이 안 좋은데도 불구하고 국제어인 영어를 배우러 일년이 좀 못되는 기간에 1500만원에서 2000만원이 되는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장기어학연수를 오고는 한다.

도서관에 가면 일본책 코너나 다른 나라 코너에 비해 작은 한국 도서코너에 옹기종기 모여 한국 만화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은 볼 수 있다. "껨방"이라고 쓰여진 가게에는 "스타크래프트"와 "포트리스"를 하는 한국인들로 꽉 차 있다. 영어를 배우러 와서 일주일동안 학원에서 몇 마디 하는 것 외에는 한 마디의 영어도 하지 않고 지내는 학생들도 허다하다.

외국에 나가면 저절로 언어를 익힐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세상에 노력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언어를 배우려면 그 나라의 관습과 언어 마인드를 이해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그런 노력이 없다면 외화의 낭비는 계속될 것이고 한국의 경제를 갉아먹는 연수생들이 될 수 밖에 없다.

어떤 이들은 외국인을 겁내지 않고 안 되더라도 몇마디의 영어를 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 어학연수의 목적은 달성이 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러기에는 황금같은 시간이 아깝고 한국의 경제가 너무 안 좋은 것 같다.

가끔 한국인을 피하고 외국인과만 지내는 학생들이 있기도 하는데 그럴 경우에는 연수생 사이에 그 학생을 좋지않게 보는 사람들도 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데 기왕에 외국에 나온 이상 그들이 배울수 있는 모든 것은 배우고 훌륭한 삶의 경험을 쌓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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