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동이의 시골이야기 5

산(山)과일

등록 2000.12.29 12:24수정 2000.12.29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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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은 한달에 한두번씩 산엘 다녀오십니다. 산에서 나는 각종 버섯이며, 산나물, 약초를 캐 갖고 오시지요.

어머니는 산에서 캐오신 약초나 버섯을 시장에 내다 팔아 돈으로 바꿔오시곤 하셨지요. 여자의 몸으로 그 험한 산을 오른다는 것은 무척이나 힘들고 위험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어머니는 산이 푸르기 시작하고 온갖 약초며 나물들이 자라날 때 쯤이면 어김없이 산에 오르시곤 하셨지요. 간신히 입에 풀칠이나 하고 살던 그 시절, 어머님의 산행은 집안 살림에 큰 보탬이 되었답니다.

어머님은 그렇게 번 돈으로 동동이의 책가방도 사 주시고 동동이가 그렇게 갖고 싶어하던 하얀 운동화도 사 주셨습니다.

동동이가 초등학교에 다닐때만 하더라도 하얀 운동화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했지요. 모든 아이들이 검정고무신을 신고 다닐 때였으니까요. 검정고무신만 줄줄이 들어서 있는 신발장에 동동이의 하얀 운동화가 한껏 모양을 뽐내고 있었지요.

동동이는 새하얀 운동화가 빨리 달아질까봐 집에서 교문까지는 운동화를 손에 든채 맨발로 걸어 다녔답니다.

어머님의 산행이 당신에게는 무척 힘들고 고된 일이 되었지만 동동이는 어머님의 산행을 은근히 기다렸지요. 참으로 철없을 때의 일입니다.

어머님의 산행은 이른봄부터 시작해 초가을까지 계속됩니다. 어머님은 아침일찍 도시락을 싸들고 집을 나섭니다. 그리고 나서 서산에 해가 지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오시지요.

산에 다녀오신 어머님의 보따리 안에는 온갖 진귀한 것들이 가득 들어 있었습니다. 약재로 쓰이는 귀한 약초부터 시작해 온갖 산나물과 버섯 등이 가득 들어 있었지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동동이를 기쁘게 한건 산나물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각종 먹거리들 이었습니다.

머루며 달래, 어름, 잦 등 산에서 나는 온갖 과일들이 철따라 어머님의 보따리안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지요. 깊은 산중에서 나는 산 과일은 얼마나 맛이 있었던지요. 동동이는 어머님이 따오신 온갖 과일들을 맛나게 먹으며 또 얼마나 신이 났었는지요..

어머님은 행여 산과일이 으스러질까 조심 조심하며 그 무거운 것을 십리길 마다 않고 갖고 오십니다. 나뭇가지에 손이 긁히고 그 고운 종아리가 풀독이 올라 발갛게 변해도 산과일 만큼은 산에 있는 그대로 하나도 으스러지거나 긁히지 않고 고스란히 가져 오십니다.

그 큰 사랑을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버지의 입장이 된 지금도 어머님의 큰 사랑을 다 헤아리지 못합니다. 그저 내몸 하나 편하고 내 가족, 내 자식만 생각하는 못난 자식이 되어 버렸지요.

오늘도 시골에서 농사일로 허리가 빠지도록 고생하시고 돈 몇푼 벌자고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고생하시는 어머님을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언제나 편히 쉬실수 있을런지요. 이제는 힘든 일 그만하라고 아무리 말려도 소용이 없답니다. 동동이 집 살때 조금이라도 보태주어야 한다나요..

동동이 이제는 혼자서도 잘 살아 갈 수 있다고, 어머님이 돈 보태주지 않아도 아무 문제 없다고, 이제 동동이가 어머님 생활비 드려야 한다고, 그러니 힘든 일 그만하시라고 아무리 말려도 소용이 없습니다.

이 못난 자식 때문에 고생하시는 어머님. 이제는 동동이가 낳은 손주녀석 걱정까지 더해졌답니다. 어머님의 그 크신 사랑이 바다보다 넓고 하늘보다 높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충북 음성이 고향인 이동우 기자가 자신의 초등학교 시절을 기억하며 쓴 것이며, '동동이'는 이 기자의 어릴적 애칭입니다.(편집자 주)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충북 음성이 고향인 이동우 기자가 자신의 초등학교 시절을 기억하며 쓴 것이며, '동동이'는 이 기자의 어릴적 애칭입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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