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시사자키 진행자까지 자르다

파업84일, 해결촉구 정태인씨 28일 전격 해임

등록 2000.12.29 20:03수정 2000.12.30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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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84일째.
장기화된 파업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어 "무능하다"는 비판을 사고 있는 CBS 사측이 사태해결을 촉구해온 외부진행자를 해임하는 조치를 취해 안팎의 비난을 사고 있다.

새해 1월 2일부터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의 청취자들은 진행자 정태인 씨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됐다. 28일 정씨는 편성제작국 간부로부터 "시사자키 프로그램을 더 이상 맡길 수 없다"는 일방적인 해임 통보를 접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CBS는 간판프로그램이었던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의 진행자 정태인 씨를 돌연 해임한 것일까. 노조가 84일째 파업 중인 상황에서 회사가 전격적으로 정씨의 해임을 결정한 데는 정태인 씨가 외부 진행자 자격으로 CBS사태에 대해 직언을 계속한 것에 대한 보복 아니겠느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정태인 씨는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지 나흘째 되던 지난 10월 9일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칼럼 'CBS 사태의 본질'이란 글을 통해 "CBS에 위기가 온 근본적인 원인은 CBS재단과 권호경 사장 등 경영진에 있으며 권사장이 물러나는 길만이 사태 해결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또한 11월 24일 방송에서 정태인 씨를 비롯해 김민웅(목사, 재미언론인) 씨와 최종원(연극배우) 씨 등 CBS 외부출연자 52명의 이름으로 "우리는 CBS를 사랑합니다"라는 성명서를 발표해 "문제해결에 책임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당장 성실하게 대화에 임할 것"을 촉구하고, "방송이 정상화되지 않는다면 청취자를 비롯한 시민사회도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정씨의 해임에 대해 CBS노조는 29일 성명을 내고 "담당 PD들이 합법적인 파업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진이 멋대로 방송 진행자를 교체한 것은 편집·편성권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자 언론 자유를 훼손하는 폭거"라며 정씨를 방송에 즉각 복귀시킬 것을 권호경 사장에게 요구했다.

해임을 당한 정태인 씨는 29일 CBS노조 게시판을 통해 "방송 기술이나 방송관의 문제라면 모르겠지만 CBS파업에 대한 견해 때문에 해임된 것이라면 앞으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싸울 수 밖에 없다"며 회사측에 해임 이유를 서면으로 밝혀 줄 것을 요구했다.

한편 CBS 박대승 편성제작국장은 "경영진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이 교체이유와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무엇보다 시사프로 진행자로서의 객관성이 결여돼 있고 편파적이라는 지적이 있어 진행자를 교체하게 됐다"고 해임 이유를 설명했다.

다음은 정태인 씨와의 일문일답 내용

-해임 통보를 언제 누구에게 받았나.

"28일 아무런 설명 없이 편성부장에게 '금년까지만 같이 방송하기로 했습니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해임사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지난 10월9일 시사자키 칼럼 'CBS사태의 본질'이란 글을 썼고 11월 24일에는 연예인을 비롯해 CBS 외부출현자 52명이 참여한 1차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리고 지난 12월 27일 편성국 송년회 자리에서 시민단체들까지 포괄한 1000명의 서명을 받는 2차 성명서를 내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한 일련의 흐름 속에서 지금의 CBS사태를 비판했던 것이 해임 사유가 아닐까라고 본다."

-왜 방송을 통해 CBS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겠다고 생각했나.

"임금협상결렬로 시작된 파업이 내년 1월 5일이면 석달이 된다. 개인적으로 CBS사태는 제3자의 개입이 없다면 해결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CBS 방송의 질은 떨어지고 있지만 광고 수입이라는 것이 줄지 않고 있는 상황인데도 직원들에게는 임금이 지급되지 않고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손해볼 것이 하나도 없는 상황이다. 청취자의 입장에서나 방송을 진행하는 입장에서 CBS사태의 본질을 알려야 겠다는 생각에서 그렇게 말했던 것이다."

-지금도 CBS사태의 본질적 원인이 권호경 사장과 경영진에 있다고 생각하나.

"물론이다. 권호경 사장은 지금 리더쉽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CBS가 살아나는 길은 권호경 사장의 사퇴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지.

"회사 쪽에 서면으로 해고사유를 밝혀달라고 말했다. 현재 PD 연합회나 노조에서는 해임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들을 비롯해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들과 함께 연대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마지막 방송은 마쳤나.

"내일 방송분 녹화를 마친 상태다. 마지막 방송 녹화때 방송을 그만두는 이유에 대한 입장을 밝혔는데 편집이 될지, 그대로 방송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덧붙이는 글 | *다음은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진행자 정태인씨 등이 참여해 이뤄진 CBS외부 출연자 52명의 1차 성명서 전문 (11월 24일)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잘 아시다시피 어제로 파업이 50일째를 맞았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프로그램이 제대로 만들어질 수 없습니다.  꼿꼿하고 믿음이 넘쳐흐르던 옛 방송을 그리워하면서 이미 채널을 돌려버린 분들도 많을 겁니다. 프로그램의 한 축을 이루는 우리 진행자와 출연자들은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우리는 cbs의 빛나던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로서 더 이상 사태를 방관할 수 없다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밑에 올리는 성명서는 그러한 뜻의 결정체입니다.  서명하신 분들의 면면에서 확인되듯이 대부분의 진행자와 고정 출연자들이 참여했습니다. 

간혹 연락이 닿지 않아 빠진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 전해 드리고 뜻을 밝혀 주시면 명단에 추가하겠습니다.  또 인터넷 상에서 청취자들의 서명도 받습니다.  우리의 뜻에 동의하시는 분들은 답신(reply)의 형식으로 서명에 동참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인의 성함과 함께 ctain@cbs.co.kr 로 동참 의사를 밝혀서 보내주시면 됩니다.  여러분의 서명은 틀림없이  cbs를 살리는 큰 힘이 될 겁니다. 

다행히 오늘(24일)부터 노사의 대화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부디 성실한 대화가 이뤄져서 cbs를 살리는 대타협이 이뤄지기를 기원합니다.  cbs 재건의 그 날이 올 때까지 서명은 계속됩니다. 

우리는 cbs와 청취자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cbs 출연자 일동-


*성명서 전문*
[ 우리는 CBS를 사랑합니다 ]

  CBS는 한국 민주화의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빛나는 이름이며 동시에 믿음과 함께 하는 즐거움으로 가득한 방송입니다. 우리는 이런 CBS의 프로그램에 출연해 온 것을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해 왔습니다. 

  그러나 요즘의 파행방송을 보면 과연 CBS가 자랑스러운 이름인지, 나아가서 방송에 참여하는 것이 올바른 일인지 조차 회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간단하기만 한 내부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방송을 멍들게 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 우리는 실망합니다. 

  우리는 더 이상 사태를 방관할 수 없으며 직접적인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있는 우리도 더 이상 침묵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만일 대화의 걸림돌이 있다면 즉시 제거하고 문제 해결에 책임이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당장 성실하게 대화에 임할 것을 촉구합니다. 

  방송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최선을 다할 수 없는 방송은 CBS의 몫이 아닙니다. 더 이상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우리의 CBS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은 영원히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습니다. 

  이러한 우리의 충정이 무시되고 방송이 정상화되지 않는다면 청취자를 비롯한 시민사회도 수수방관하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CBS를 사랑하는 출연자 일동-

강인봉(가수) / 권오성(목사) / 김거성(목사,반부패국민연대사무총장) / 김기원(한국방송대교수) / 김만흠(서울대사회과학연구원) / 김민규(가수) / 김민웅(목사,재미언론인) / 김상훈(가수) / 김석연(변호사) / 김영한(정신보건사회복지사) / 김영호(언론개혁시민연대운영위원) / 김용만(문화기획자) / 김용한(전국미군기지공동대책위원회집행위원장) / 김종휘(문화평론가) / 김지영(탤런트) / 김창기(정신과의원원장) / 김현주(탤런트) / 남규선(민가협총무) / 박인경(한마음심리상담클리닉소장) / 서정민(연세대교수) / 성기완(가요평론가) / 성낙돈(덕성여대교수) / 손석춘(한겨레신문여론매체부장) / 송정미(가수) / 심지호(탤런트) / 안승환(청소년미래신문대표) / 양길승(참여연대집행위원장) / 양상용(성경통신교육원장) / 오연호(오마이뉴스대표) / 오창익(인권실천시민연대사무국장) / 오택근(가수) / 유철규(성공회대교수) / 윤준호(가수) / 이재경(한국시사정보센터소장) / 이태식(개그맨) / 이훈구(영화평론가) / 임장우(CCM전문가) / 장미화(개그우먼) / 장일범(음악평론가) / 장혁재(가수) / 정태인(경제평론가) / 조희연(성공회대교수) / 주승중(목사,장신대교수) / 채지형(디지털타임스기자) / 최재훈(가수) / 최종원(연극배우) / 필립김(전도사) / 하덕규(가수) / 하종강(한울노동문제연구소장) / 한홍구(성공회대교수) / 현지영(경성여자실업고교사) / 홍진표(목사,강서고교목) 등 총 52명  -가나다순-

덧붙이는 글 *다음은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진행자 정태인씨 등이 참여해 이뤄진 CBS외부 출연자 52명의 1차 성명서 전문 (11월 24일)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잘 아시다시피 어제로 파업이 50일째를 맞았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프로그램이 제대로 만들어질 수 없습니다.  꼿꼿하고 믿음이 넘쳐흐르던 옛 방송을 그리워하면서 이미 채널을 돌려버린 분들도 많을 겁니다. 프로그램의 한 축을 이루는 우리 진행자와 출연자들은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우리는 cbs의 빛나던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로서 더 이상 사태를 방관할 수 없다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밑에 올리는 성명서는 그러한 뜻의 결정체입니다.  서명하신 분들의 면면에서 확인되듯이 대부분의 진행자와 고정 출연자들이 참여했습니다. 

간혹 연락이 닿지 않아 빠진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 전해 드리고 뜻을 밝혀 주시면 명단에 추가하겠습니다.  또 인터넷 상에서 청취자들의 서명도 받습니다.  우리의 뜻에 동의하시는 분들은 답신(reply)의 형식으로 서명에 동참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인의 성함과 함께 ctain@cbs.co.kr 로 동참 의사를 밝혀서 보내주시면 됩니다.  여러분의 서명은 틀림없이  cbs를 살리는 큰 힘이 될 겁니다. 

다행히 오늘(24일)부터 노사의 대화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부디 성실한 대화가 이뤄져서 cbs를 살리는 대타협이 이뤄지기를 기원합니다.  cbs 재건의 그 날이 올 때까지 서명은 계속됩니다. 

우리는 cbs와 청취자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cbs 출연자 일동-


*성명서 전문*
[ 우리는 CBS를 사랑합니다 ]

  CBS는 한국 민주화의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빛나는 이름이며 동시에 믿음과 함께 하는 즐거움으로 가득한 방송입니다. 우리는 이런 CBS의 프로그램에 출연해 온 것을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해 왔습니다. 

  그러나 요즘의 파행방송을 보면 과연 CBS가 자랑스러운 이름인지, 나아가서 방송에 참여하는 것이 올바른 일인지 조차 회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간단하기만 한 내부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방송을 멍들게 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 우리는 실망합니다. 

  우리는 더 이상 사태를 방관할 수 없으며 직접적인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있는 우리도 더 이상 침묵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만일 대화의 걸림돌이 있다면 즉시 제거하고 문제 해결에 책임이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당장 성실하게 대화에 임할 것을 촉구합니다. 

  방송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최선을 다할 수 없는 방송은 CBS의 몫이 아닙니다. 더 이상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우리의 CBS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은 영원히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습니다. 

  이러한 우리의 충정이 무시되고 방송이 정상화되지 않는다면 청취자를 비롯한 시민사회도 수수방관하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CBS를 사랑하는 출연자 일동-

강인봉(가수) / 권오성(목사) / 김거성(목사,반부패국민연대사무총장) / 김기원(한국방송대교수) / 김만흠(서울대사회과학연구원) / 김민규(가수) / 김민웅(목사,재미언론인) / 김상훈(가수) / 김석연(변호사) / 김영한(정신보건사회복지사) / 김영호(언론개혁시민연대운영위원) / 김용만(문화기획자) / 김용한(전국미군기지공동대책위원회집행위원장) / 김종휘(문화평론가) / 김지영(탤런트) / 김창기(정신과의원원장) / 김현주(탤런트) / 남규선(민가협총무) / 박인경(한마음심리상담클리닉소장) / 서정민(연세대교수) / 성기완(가요평론가) / 성낙돈(덕성여대교수) / 손석춘(한겨레신문여론매체부장) / 송정미(가수) / 심지호(탤런트) / 안승환(청소년미래신문대표) / 양길승(참여연대집행위원장) / 양상용(성경통신교육원장) / 오연호(오마이뉴스대표) / 오창익(인권실천시민연대사무국장) / 오택근(가수) / 유철규(성공회대교수) / 윤준호(가수) / 이재경(한국시사정보센터소장) / 이태식(개그맨) / 이훈구(영화평론가) / 임장우(CCM전문가) / 장미화(개그우먼) / 장일범(음악평론가) / 장혁재(가수) / 정태인(경제평론가) / 조희연(성공회대교수) / 주승중(목사,장신대교수) / 채지형(디지털타임스기자) / 최재훈(가수) / 최종원(연극배우) / 필립김(전도사) / 하덕규(가수) / 하종강(한울노동문제연구소장) / 한홍구(성공회대교수) / 현지영(경성여자실업고교사) / 홍진표(목사,강서고교목) 등 총 52명  -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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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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