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동성애 연속 인터뷰 3번째 순서로서 예고해 드린 대로 한국 최초의 동성애 전문지 <버디>의 한채윤 편집장과의 인터뷰를 소개한다. 동성애 잡지로서 가장 많이 알려진 버디는 동성애자간의 교류와 인권 증진 및 그들만의 세계를 알리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최근호에서는 커밍 아웃이라는 말을 유행(?)시킨 홍석천 특집을 다루기도 했다.
레즈비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편집장과의 인터뷰는 이메일을 통해서 이루어졌는데 기자의 공격적인 질문에 그녀는 특유의 입담으로 주장을 펴나갔다.
일부에서는 여전히 동성애는 성 정체성 확립에 문제가 생겨서 자신의 신체적 성에 맞는 정신적 성을 확립하지 못한 정신질환의 일종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또한 상담을 통해서 동성애자를 치료한 적이 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치료라는 단어를 쓰는 것 자체가 이미 편견이다. 동성애는 결코 치료의 대상이 아니다. 만약 그런 시각에서 본다면, 이성애자를 상담으로 치료해서 동성애자로 바뀌게 할 수도 있다. 이성애자 중에 동성애적 성향이 내재된 사람을 데려다 치료하면 가능하다. 아마 동성애자를 치료했다고 떠드는 그 의사는 동성애자 자녀를 둔 애달픈 부모로부터 돈을 벌어들일지 몰라도 한 사람의 진정한 행복은 파괴한 셈이다. 그리고, 하나 더 덧붙이자면 신체적 성에 맞는 정신적 성이란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될 때 당신은 당신의 거기를 한번 쳐다본 다음 확인하고 사랑에 빠지게 되는가?"
동성애가 합법화되면 더 많은 동성애자가 나타날 것이고 다른 이들 특히 어린이들의 성적 정체성 확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거라는 의견도 있는데
"이성애만이 옳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외의 것에 혐오감을 가지고 그것을 인정해주면 즉시 이성애자의 올바른 사고를 마비시키고 파멸로 몰고 갈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는 말이다. 위의 질문 역시 이미 어린이의 성적 정체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 식의 결론을 먼저 내고 있지 않는가! 왜 부정적인 것인지 먼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합법화 되면 더 많은 동성애자들이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떳떳하고 편안하게 들어내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해 우리나라의 어린이들은 성적 정체성의 다양성과 그것을 존중하는 태도를 일찍부터 배우게 되어 건전한 가치관을 정립하게 될 것이다. 나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는 점을 억지라고 생각하지 말고, 이성애만이 옳다는 생각을 버리고 한 번 고민해달라..."
만약 동성애가 유전이라면 정상 유전 인자에 반대되는 돌연변이 유전인자라고 볼 수 있지 않은가
"본인을 포함한 대다수 동성애자들은 동성애가 유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돌연변이라는 것 또한 누군가의 자기중심적인 기준에서 나오는 것이다. 동성애가 유전이라면 이성애 또한 유전이다. 같은 유전인자끼리 비정상과 정상을 논할 수 있는가? 단지 누가 더 권력을 지니고 있는가에 따라 나뉘어지는 기준일 뿐이다.
이 질문 역시 상당히 이성애 중심적이다. 돌연변이란 말 자체가 상당히 차별적인 단어이다. 예전에 장애인의 반대말로 정상인이란 말을 쓴 것과 같다. 장애인은 반대말은 비장애인이 맞지 않는가?"
상담이나 약물 등을 통해서 동성애를 치유할 수 있다면 치료받게 해서 이성애자로 살게 하는 것은 어떤지?
"의사나 변호사, 재벌로 사는 게 더 좋지 않은가? 돈 안 되는 봉사직종에나 종사하는 사람들이나, 시골에서 땅 파먹고 지내는 사람들을 데려다 재교육시켜 으리으리하게 살게 만들어주면 어떠한가? 라고 묻는 것과 같은 질문이다. 이성애자 입장에서는 이성애가 좋겠지만, 동성애자 입장에서는 동성애가 자연스럽고 편하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동성애는 결코 치유 대상이 아니다. 어디가 아픈가? 동성애자라서 불편해하는 건 사실 누구인가? 누굴 위해서 약을 먹어야 하나? 이성애자가 되면 동성애자로 사는 것보다 얼마나 더 행복한가?
이성애자들은 자신들이 올바르고 정상이란 생각 때문에 동성애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동성애자들이 보기엔 이성애자들도 이상하게 보인다. 남자 여자가 서로 사랑하는 모습이 동성애자에게 무조건 아름다워 보이고 부러울 거라고 생각하는가? 그렇지 않다. 다만 우리는 그것을 차별과 멸시로 표현하지 않고 이성애도 가능하다고 존중해 줄 뿐이다. 동성애자란 말없이 이성애자란 말이 있을 수 있는가?
루소는 "자연계에서 자연스러움과 부자연스러움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왜냐하면 자연계에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 말의 의미를 잘 새겨 보라."
동성애에 대한 의학적 규정에 대한 견해는?
"동성애는 수가 적으니까 의학적 규정을 내리려면 자료가 충분해야 한다. 그러니 다수의 이성애자를 대상으로 해서 이성애에 대한 의학적 규정을 먼저 내릴 것을 건의하는 바이다."
예전부터 있어 왔고 자연스러운 것이라 하더라도 고칠 수 있다면 고쳐서 타고난 생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당사자나 다른 이에게도 좋은 것이 아닌가
"동성애자들은 이러한 질문에 친절하게 대답해야 한다.(라고 강요당하지만..) 당신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어릴 때부터 교육되어진 선입견과 편견 때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질문은 무척이나 집요하다. 하하... 아마도 여기서 당신이 말한 생식은 임신과 출산 등 일 것이다. 동성애자는 자식을 낳을 수 없으니 천륜을 저버린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면, 이성애자중 피임, 낙태를 하고, 게다가 이성부부의 10% 가량은 불임부부인데 이들이 생식을 이행하지 못하는 것은 어떻게 봐야 할까?
원래는 할 수 있는데 못하게 된 것과 안 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말하고 싶은가. 아니다. 동성애자들은 안 하는 게 아니다. 우리도 하고 싶다. 사랑하는 이를 닮은 2세를 갖고 싶은 마음이 왜 없겠는가? 하지만 안 되는 걸 어떻게 하나? 그렇다고 아기 못 낳는다고 이 목숨 다 바쳐서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질 수도 없지 않는가?
나는 누가 내 목을 칼을 들이대고 죽인다고 해도 지금의 내 파트너를 사랑한다고 말할 것이다. 정말 사랑하니까. 여기에 아기 문제를 함께 고민할 틈이 없다. 굳이 내 2세를 세상에 남겨 내 제사지내게 하고싶은 욕심도 없다. 둘이 예쁘게 사랑하다가 함께 죽는다면 그보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행복하고 값진 일은 없으리라 생각하며 살고 있다.
그런 우리에게 당사자나 다른 이에게 좋은 것이란 말이 적용되리라 보는가? 정말 누굴 위해서인가?"
동성애에 개방적이라고 여기는 미국만 해도 주마다 견해가 다르고 여전히 동성애를 금기시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어떻게 봐야 하나
"질문의 내용처럼 '동성애를 금기시 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단지 동성애를 개인적으로 싫어해서 금지하자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그것뿐이다."
우리 언론의 동성애 관련 보도를 어떻게 보는지
"한마디로 냄비다. 진지한 탐구가 없다. 언론의 깊이 없는 태도는 비단 동성애뿐만 아니라 다른 것에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하긴 정치인들 뒤꽁무니 쫓아다니는 것 말고 딱히 뭘 깊이 있게 다루겠는가."
아마 질문에서 동성애에 대한 기자의 견해가 부정적이다라고 느낄 것이다. 긍정, 부정 둘 중의 하나를 택하라고 한다면 부정에 가깝다. 그렇다고 동성애를 매도하려는 의도는 결코 아니다. 다만 동성애에 관한 자료가 대부분 긍정적인 것을 뿐이어서 의문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라는 의도에서 부정적인 질문을 하는 것이다.
"한쪽에 치중하지 않으려는 태도는 좋다. 그러나 질문에 진정한 탐구자세는 결여되어 있다. 그리고 객관적이지도 못하다. 왜냐하면 기자는 이성애 중심적인 시각에서 한치도 벗어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성애 중심적인 시각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면 '섹슈얼리티, 성의 정치- 현실문화연구'를 꼭 읽어보기 바란다.
긍정적인 자료뿐이라 의문을 제기한다고 했는데 그전에 왜 긍정적인 자료 뿐 일까도 한 번 생각해 보시라.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만한 이유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시면 그 부족한 이유에 대해 고민해 보기를..."
요즘 벌어지고 있는 동성애에 관한 논의가 우리 식이 아닌 서구적인 잣대로 평가되는 것 같은데
"서구적인 잣대로 평가하는 건 동성애자가 아니라 동성애를 싫어하는 사람들이다. 원래 동양권은 동성애에 대한 탄압이 없었다. 중국은 고대 황제들이 솔선수범해서(?) 동성애를 할 정도였다. 우리나라는 특히나 동성간의 친밀도가 높은 사회였다. 여자는 여자들끼리 길쌈을 하면서 어울리고 남자는 남자들끼리 새끼 꼬면서 어울리는 식으로.. 꼭 동성애를 했다는 건 아니다.
동성애를 죄악시한 것은 서양이다. 서양의 사고가 유입되면서 마치 동성애를 하늘의 심판을 받아야 할 것처럼 여기는 시각도 생겨난 것이다. 특히 기독교의 영향이 크다."
남자들은 군대있는 동안 동성애적인 경향을 많이 가지는데 과연 이런 것도 동성애라고 할 수 있는지
"그것은 동성애가 아니다. 이성애자들이 자신의 성욕을 참지 못해 일시적으로 해소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중엔 동성애자들도 있지만) 이런 모습 때문에 동성애자들이 왜곡된 비난을 받고 있다. 그리고, 섹스행위로서 분류하지 말고 사랑의 감정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동성애는 동성간의 사랑이다."
우리나라 여자들은 대체로 동성끼리 어울리는데 동성애는 어떠한 관계가 있는가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건 동성애가 아니다. 일부는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여자들간 우정의 표현방식일 뿐이다. 이성애자들은 많이 헷갈려하던데, 동성애자인 입장에서는 우정과 사랑은 명확히 구분이 간다."
동물들에게서도 동성애가 있는가
"성적 관계로 평화를 유지한다는 보노보 원숭이의 동성애는 특히 유명하다. 이외 고래, 오랑우탄, 고릴라, 타조, 양부터 갈매기, 토끼 그리고 벼룩에 이르기까지 동성애적 행태가 보고된 동물들은 무수히 많다. 동물들에게 동성간 성 행위는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동성애를 하는 동물이라고 불러야 할지는 조금 고민이다. 왜냐하면, 동물들 중 이성애를 하는 동물들도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이성애자라고 말하는 동물 본 적 있으신지? 혹은 너무 동성애 동물이라고 사회에서 왕따시키는 동물을 본 적 있으신지?"
끝으로 사회가 다양해지려면 남성, 여성으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성, 여성성'으로 해야 되지 않는가
"남성성, 여성성이란 말도 없어져야 한다. 어차피 남성은 어떠하고 여성은 어떠해야 한다라는 기준 속에 정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너는 남성성 60%,여성성 40% 가량을 보이는 남자, 나는 여성성 80%, 남성성 20%의 경향을 보이는 여자라고 말하는 것도 불편하지 않을까? 나는 나, 너는 너 우리 모두는 있는 그대로 자신의 모습을 인정받고 인정하고 살아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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