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젠 우주까지 노리나?

부시의 미국, 우주 군사화 박차 가할 듯

등록 2001.01.01 22:34수정 2001.01.03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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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에 의한 평화'를 주창해 온 조지 W 부시 진영에서 포드 행정부 때 국방장관을 지낸 도날드 럼스펠트를 다시 국방장관으로 기용함으로써 외교·안보팀의 윤곽이 사실상 확정됐다.

냉전주의적 세계관이 강한 인물들이 외교안보정책을 좌지우지하는 권력 핵심부를 장악함에 따라, 차기 미국 정부는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는 물론이고 우주의 지배권을 확보하기 위해 우주 무기 배치를 추진할 것으로 보여 또다시 주요 강대국간의 전략무기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인 <워싱턴포스트>는 12월 30일자 신문에서 미 국방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우주 군사화 계획에 대한 미국 내 논란을 보도하여 위와 같은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국방정보센터의 소장 브루스 블레어는 "펜타곤이 우주의 군사화를 촉진하기 위한 강력한 수단으로 미사일방어망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에 대해 브루킹스 연구소의 국가안보 프로그램 소장인 리차드 하스는 미사일 방어망 '구축'과 미국의 위성에 대한 점증하는 '의존'간의 결합은 우주가 더 이상 성역이 아니며, 다른 나라가 위성 파괴용 무기를 개발하여 미국에 도전하는 것을 예방하는데 필요한 공간이기 때문에 우주의 군사화는 "불가피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클린턴 행정부 때 추진한 NMD와 부시가 추진하려고 하는 NMD간의 차이점은, 클린턴의 경우 '지상'인 알래스카에 요격미사일을 배치하는 것인 반면, 부시는 '우주' 공간에서 우주선이나 위성에 요격 레이저를 장착하겠다는 것이다. 부시는 지상보다는 해상에 우선 NMD를 구축하고 이를 상공과 우주로까지 점차 확대해 나가겠다는 구상을 핵심적인 안보공약으로 내세워 왔다.

이러한 부시의 공약을 뒷받침하듯 럼스펠트 국방장관 지명자는 지난주 목요일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우주 자산을 방어하는 것"을 정책의 최우선에 놓겠다고 말해 우주 요격 시스템 구축을 강력하게 추진해 나갈 것을 시사했다.

그렇다고 미국의 우주 무기 배치 계획이 부시의 당선으로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니다. 레이건 시대 '스타워즈'로 잘 알려진 전략방위구상(SDI)은 우주에 레이저를 설치하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요격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구상이 냉전종식과 민주당 집권으로 후퇴한 것은 사실이지만 클린턴 행정부 때에도 위성 파괴 무기나 우주 레이더는 계속 연구되어 왔다. 부시의 당선은 사라진 것으로 보였던 레이건의 '스타워즈 구상'이 되살아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구상에 대해 중국 외교부 군축담당관인 샤 주강은 만약 미국이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하면 "다른 강대국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우주는 새로운 무기의 경쟁장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주 레이더 요격 시설 구축을 비롯하여 한층 강화된 형태로 추진될 것으로 보이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 계획은 또다시 NMD가 국제사회에서 가장 첨예한 문제로 부각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은 기술적인 준비부족과 국제사회의 반발을 이유로 NMD 배치 결정을 차기 정부로 넘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레이건-부시1세-클린턴에 이어 네 번째 주자로 나선 부시 2세가 과연 세계 대다수 국가들 및 NGOs의 반대와 미국 내의 부정적인 여론을 뚫고 '스타워즈' 테이프를 끊을 수 있을지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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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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