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나고 별난 아이들...다 건강하다는 표시겠죠

등록 2001.01.02 21:29수정 2001.01.04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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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모 아침 프로에 방영됐던 오숙희 씨의 강좌에선 여성학자에 걸맞게 아이를 낳고 아이가 커감에 따라 변하는 여성의 역할에 대해 예리하게 꼬집었다.

맨 처음 아이를 낳고 3살 전까진 엄마가 100% 아이의 모든 일을 봐 주어야 한다. 심지어 화장실에 들어가서도 문을 열어 놓고 손을 흔들며 웃으며 `응.. 엄마 여깄어` 해야 한다.

지금의 우리집 상황을 적나라하게 끄집어 내 놓았다. 6살과 4살의 사내아이. 두 살 터울이긴 하나 20개월 차이의 누가 형이고 아운지 구별 할 수 없는 두 아이가 있는 우리집은 그야 말로 화장실에 앉아 서도 `엄마 여깄어` 이다.

혹여 문이라도 닫고 화장실에 앉아 있으면 여태 다른 짓거리로 정신이 팔려 있던 큰 아이가 어김없이 문을 두드린다. `엄마 뭐 해?`

"넌 화장실에서 뭐 하니?"라고 라도 반문을 해 볼까 하지만 그에 꼬리를 물 말대답에 아예 대꾸를 안해 버린다. 그런다 쳐도 별 수 없다. 대답이 나올 때까지 `엄마 뭐 해?`는 계속되고 안 좋은 소리가 오가야 끝이 나고야 만다.

이쯤엔 상황판단이 빠른 작은 아이는 입을 다물고 저 할 일에 열심히 다. 물론 엄마와 형아의 오가는 말에 귀를 열어 놓고…. 녀석은 이때쯤 거들면 혼이 난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는 것이다.

학창시절엔 이놈의 시험만 아니면 정말 해방이라는 생각을 무척 많이 했는데 이젠 시험보다 더한 함정에 발목이 잡혔다. 육아라는 함정은 경험치 못했고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게 한다.

신혼 때 장만해 온 7년 된 냉장고가 세 살 난 둘째의 손에 문이 제껴져 그 문짝에 아이가 깔리리라고는, 엄마가 되기 전엔 상상도 못 했다. 열댓 개의 계란은 바닥에 박살이 났고 문에 깔린 아이는 살려달라고 우는 데 웃음 반 눈물 반으로 끈적거리는 계란을 휴지 한 통 둘둘 풀어 닦아내야 했다.

자전거 타고 계단을 내려가던 작은 녀석 머리엔 바늘자국이 다섯 개. 아파트 1층 난간에 매달려 원숭이 흉내내던 큰 녀석 머리엔 세 개. 하루종일 붙어서 싸우고 이르고 때리는 녀석들 때문에 울기도 많이 했고 웃기도 많이 웃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아이들이 별나다는 건 건강하다는 뜻이다. 처음 태어나서 엄마를 보고 웃기 시작하면서 끊임 없이 자신과 눈을 맞추기 위해 사랑 받기 위해 울고 웃는 아이들은 그러면서 맨 처음 자신이 아닌 타인과의 교류를 시작하는 것이다. 그렇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것이다.

그것이 때론 싸움으로 말대답으로 혹은 고집으로 나타날지도 모른다. 그렇게 어른들에겐 귀찮은 일로 비칠지 모르지만 아이들은 타인과의 그 끝없는 교류로 인해 성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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