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도날드 럼스펠트를 국방장관으로 임명한 것이 엉뚱하게도 통일교 교주인 문선명과 부시 일가간의 긴밀한 관계를 부각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2001년 1월 3일 발간된 <컨소시엄 뉴스>가 밝혔다.
1980년대 이란-콘트라 사건 내막을 밝혀 전세계적인 주목을 모은 바 있는 로버트 패리 기자가 파헤친 '문선명과 부시 일가의 후원관계', '문선명의 북한 지원', '럼스펠트의 북한 미사일 위협 경고' 사이의 관계는 향후 미국의 대북정책에 있어서 '은밀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를 끈다.
럼스펠트 국방장관 지명자는 북한의 위성발사 실험 직전인 7월말 북한을 비롯한 이른바 깡패국가들(rouge states)의 미사일위협을 분석·전망한 보고서를 발표해 강력하고 신속한 미사일방어체제 구축을 촉구한 바 있다.
럼스펠트는 이 보고서에서 "북한과 이란의 미사일 개발 및 발사 능력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라며, "이들 국가는 사전 경고 없이 수년 내에 미국 본토에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고 경고했었다. 럼스펠트의 이러한 평가는 3주 뒤 <뉴욕타임즈>의 북한의 금창리 핵의혹 시설 보도 및 8월말 북한의 위성발사 실험과 맞물려 '북한위협론'이 득세하게 된 결정적인 배경이 되기도 했다.
흥미로운 점은 문선명이 한편으로는 부시 전 대통령을 비롯한 공화당에 엄청난 자금을 지원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의 중장거리 미사일 개발 시기인 1990년대 초중반에 북한정부에 수천만달러를 건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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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컨소시엄 뉴스>의 로버트 패리 기자는 문선명과 북한 부시일가의 커넥션을 파헤친 'Rev. Moon, the Bushes & Donald Rumsfeld'라는 제목의 기사를 전세계에 타전했다. |
미국의 국방정보원(DIA)에 따르면 문선명은 김정일에게 '생일선물'로 3백만달러를 주는 등 북한정권에 수천만달러를 지원했다. 문선명의 이러한 대북 현금지원은 미국정부가 북한과의 금융거래 금지를 미국 영주권자에게까지 확대 적용시키게 된 결정적인 배경이 됐다고 이 잡지는 전했다.
이러한 대북거래와 함께 문선명은 자신이 후원하는 행사에서 부시 전 대통령과 부인 바바라 여사가 연설하는 조건으로 천문학적인 사례금을 전달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문선명으로부터 받은 액수를 계속 밝히기를 거부하고 있으나, 패리 기자는 통일교의 전 관계자가 자신에게 부시 전 대통령의 연설 수고비로 천만달러를 책정했었다고 진술했다고 이 잡지를 통해 밝혔다.
이러한 사례에 보답이라도 하듯 부시 전 대통령은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행한 연설에서 문선명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문선명이 미국을 사탄이라고 비난하고 미국 여성을 매춘부에 비유하는 등 극단적인 반미 발언을 일삼은 90년대 중반에도 부시는 문선명에 대해 "뛰어난 비전을 갖춘 사람", "존경하고 싶은 사람" 등으로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미국 내에서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온 문선명은 1982년 보수적 일간지인 <워싱턴타임즈>를 창간하고 공화당과 밀접한 커넥션을 유지함으로써 워싱턴 정가에서 무시할 수 없는 정치적 '실세'가 됐다. 1991년 당시 부시 대통령이 <워싱턴타임즈>에 대해 "이 신문은 워싱턴에서 너무 소중한 신문이 되었고, 우리는 이것을 매일 읽는다"고 말한 것은 당시 미국 정계에서 문선명의 파워가 어느 정도였는지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위와 같은 문선명-부시 전대통령 및 공화당, 문선명-북한, 럼스펠트의 북한미사일 위협 경고 등 복잡하게 얽혀 있는 커넥션 속에서 부시2세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또한 차기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무엇보다도 차기 미국행정부가 북한의 중장거리 미사일을 비롯한 '북한위협론'을 제기하며 미사일방어망을 구축하는데, 도덕적 부담을 떨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공화당은 그 동안 '북한위협론'을 부풀리며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발목잡고, 600억 달러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보이는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의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또한 "대북지원은 북한의 핵·미사일을 부추기고 사악한 정권의 생명만 연장시켜주고 있다"고 비난해 왔다.
이런 주장을 해 온 공화당이 그들이 말하는 사악한 정권인 김일성, 김정일 정권에게 막대한 현금을 지원해 온 문선명과 친밀한 정치적 커넥션을 맺어왔다면, 결코 작지 않은 정치적, 도덕적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부시 전 대통령이 "미국식 개인주의와 자유를 척결할 만큼 강력한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공언함으로써 미국인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문선명으로부터 천문학적인 돈을 받은 것이 점차 사실로 드러남에 따라 미국 국민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큰 관심거리이다.
또 하나의 흥미거리는 '부시 당선자가 이러한 의혹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느냐'이다. 패리 기자가 "부시가 취임하고 나면 이것은 정치적으로 죽음의 재(fallout)가 될지도 모른다"고 전망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부시는 취임하자마자 정치적 스캔들에 휘말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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