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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얼어붙게 한 것은
내게로 나만을 향해 쏟아지는
하얀 총알들 그 파편들이 아니다
질척이는 눈 속에
시체처럼 일어나는
너의 퀭한 눈빛이다
포크와 나이프가 두 개의 손인
눈사람의 기세에
나 또한 눈사람이 되어
너를 그리는 월미도
알탕을 주문한다
서비스로 나온,
여자의 성기 같은
홍합을 씹는다
그토록 꿈꾸던 바다에서
헤엄치는 지느러미가 되고
꼬리가 될 뻔한 알들
냄비 속에 삶겨진 꿈들
핏기 잃은 알집을 씹는다
우리 사랑의 종착지이자
새로운 시작일지도 몰랐을
공기의 재가 되어버린
아기의 추억도 함께 씹는다
시작노트
월미도에 갔어요. 아침 일찍 밥도 안 먹고 꿈꾸듯이 걸어갔어요.
전철 안에서 잠시 현실로 돌아왔다가 월미도에서 다시 꿈을 만나고 꿈꾸는 바다를 만나고 눈 나부끼는 하늘에 갈매기의 날개짓을 홀린 듯이 바라보다가 알탕을 먹었어요.
긴 혓바닥 같은 한치회도 먹고 성기 같은 홍합도 먹고 잡히지 않았다면 바닷물을 유영하는 물고기가 됐을 핏기 잃은 알집들을 바라보며
몇 자 끄적였지요.
하염없이 내리는 눈발들이 아우성쳤어요.
"꿈은 현실을 이긴다!"
"환상은 현실을 깨뜨리고야 만다!"
하루 종일 소리지를 듯한 기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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