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발이 다시 날립니다. 전철을 기다리며 서 있습니다. 플랫포옴 안으로 전동차는 미끄러지듯 들어오고, 사람들을 실어내리고 다시 떠납니다. 철로 위로 허공을 유영하는 눈이 내려 앉습니다.
다시, 그대들을 생각합니다.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어제(8일) 늦은 밤중까지 명동성당 들머리를 지키고 추위보다 더 무서운 악법의 망령과 싸웠을 그대들을 생각합니다. 고작 4시간 동안 집회에 참여해 문화한마당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 우동집을 찾아 속을 얼얼하게 데워주는 국물을 마시면서도 참으로 미안했습니다.
얼었던 발가락은 녹아 감각이 살아나 땅을 딛고 걷는다는 것이 '이런 느낌이구나'를 실감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대들은 긴 선로의 꼬리를 물며 나의 마음 속으로 절박하게 뛰쳐 들어옵니다.
"인권대통령 기만이다 국가보안법 철폐하고 국가인권위 설치하라!"
7일, 일요일 종로로 나가는 길에 을지로를 지나며 그대들이 떠올랐습니다.
'이 대설에 어떻게... 천막도 못 친다는데...'
그대들의 소식을 오마이뉴스를 통해 전해듣다 8일 어제는 퇴근 후에 불쑥 명동성당으로 갔습니다. 마침 뉴스게릴라 후배 한 명과 '벙개'를 약속하고 말입니다. 그 후배도 명동성당에 오고 싶어했고요. 참으로 건전한(?) '벙개약속'을 하고 명동성당으로 향했습니다.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한 시민들과 농성지지자들이 어느새 수백명이 넘어섰습니다. 9일 농성해단식을 앞두고 문화단체들의 연대공연과 함께 단식의 의미를 되새기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문화한마당 행사가 8일 저녁 열렸습니다.
집회에 참여해 모처럼 '민중가요'도 부르고, 잠시지만 인권활동가들의 '반부패법 제정, 국가보안법 철폐, 국가인권위 설치' 요구 투쟁의 의미를 되새기려고 하였습니다. 후배와 함께 집회에 참여하면서 취재할 생각은 없었지만 들고간 디지틀카메라로 장면을 담아 봤습니다.
2001년 벽두를 달군 투쟁, 인권개선 투쟁 치열할 것임을 예고
어제 집회에서 "명동성당에서의 단식투쟁은 내일(9일) 끝나지만, 우리가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새로운 싸움의 시작입니다"는 인권활동가 유해정 님의 말은 유난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새해 벽두를 달군 인권활동가들의 생사를 건 처절한 단식투쟁은 올 2001년 한국의 인권상황 개선을 위한 시민사회의 노력이 참으로 치열한 것임을 예고합니다.
그렇기에 13일간의 단식농성에 목숨과 시대의 영혼을 걸었던 인권활동가들의 투쟁은 반부패사회와 인권사회를 향한 결연한 외침이자 주장입니다. 그분들의 의로운 투쟁에 존경과 연대의 인사를 전합니다. 어제 만났던 분들의 모습과 명동성당에서의 문화한마당 장면을 독자께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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