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에서 열린 두번째 촛불 음악회

등록 2001.01.09 12:58수정 2001.01.09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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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인권활동가들의 단식농성 10일째 있었던 촛불 음악회에 이어, 두번째 촛불음악회가 단식농성 12일째,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다시 열렸다. 그 동안의 투쟁을 정리하고 대미를 장식하기 위해서 열린 것이다.

명동성당에는 인권활동가들의 단식농성을 지지하는 현수막이 많이 걸려 있었다. 경인총련 학생회와 고려대 총학생회 그리고 참여연대에서 걸어놓은 현수막이 명동성당을 두르고 있었다. 지난번처럼 김정환 씨가 사회를 맡았다. 역시 첫 번째 노래손님은 서총련 노래단 '조국과 청춘'이었다.


'조국과 청춘'은 여자가수들의 불참으로 남자가수 두 명(송순규, 강정두 씨)만 나왔다. '투쟁도 즐거워야 합니다'라면서 <가자 철마야>를 함께 했고, 투쟁가 <조국과 청춘1,2>를 힘찬 손짓으로 불렀다. '희망새'는 폭설로 인해 촛불 음악회에 오지 못했다.

사회자의 소개로 국가보안법 철폐 국민연대 사무처장인 박세길 씨가 나와서 국가보안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해주었다. 박세길 씨는 "48년 12월 1일 등장한 국가보안법은 바로 다음 해인 49년에만 12만 명을 죽음으로 몰았습니다. 지금까지 국가보안법에 의해 고통받은 사람은 200만 명이며, 그 가족들까지 생각하면 1000만 명 가까이 될 것"이라면서 "국가보안법 철폐를 위해 고생하고 있는 인권활동가들이야 말로 노벨평화상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라고 했다.

사회자 김정환 씨는 "눈사람을 만들 때 처음에 단단하게 해서 굴리면 잘 만들어지듯이 여기 모인 사람들의 의지를 똘똘 뭉쳐야 합니다"라고 했다. 다음으로 국가인권위원회법 제정에 대해서 설명해 주기 위해 곽노영(방송대) 교수가 나왔다. 곽 교수는 작년에 있었던 인권활동가들의 국가인권위법 제정을 위한 일주일간의 단식농성 등 자세한 얘기와 함께 오늘 오후 민주당 의원들과의 협의에서 좋은 성과가 있었다고 전했다. 또한 "여기에 모인 사람들이야말로 바닥까지 내려가 근본과 만나고, 큰 자유와 평등을 위해 맨땅에서 뒹구는 인권활동가들입니다"라고 하면서 "지금까지 고생한 그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전합니다"라고 했다.

노래손님으로 박성환 씨가 나와서 블루스리듬으로 재편곡한 <사노라면>과 도종환 님의 시에 곡을 붙인 <시절가>를 불렀다. 계속해서 '꽃다지'가 나왔다. "국가보안법이 끝날 때까지 투쟁은 멈추지 않을 겁니다"라는 힘찬 말과 함께 신나는 노래 <다시 떠나는 날>과 잔잔한 <한번더>를 열창했다. 일행의 앞자리에 앉아있던 예쁜 꼬마아이는 사진기자들과 카메라기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사회자 김정환 씨는 명동성당을 지나던 연인이 저 공연은 '겨울철 내복 입기 콘서트'라고 오해했다면서 자신이 직접 자세하게 이번 공연의 의미를 설명해 주었다고 했다. 사람들은 함박웃음을 지었다(명동성당 입구에는 겨울철 내복 입기 캠페인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참여연대 권진관(성공회대 신학) 교수가 나와서 부패방지법 제정에 관해 발언을 했다. 권 교수는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너무 절차적'이라면서 '실질적으로 되어야 합니다"라고 했다. 또한 '여당과 야당이 내놓은 법안은 추상적이고 실질적인 힘이 없는 법안'이며 '내부비리 고발자에 관한 내용'의 부실함을 꼬집었다.

다음으로 이어진 순서는 인권운동사랑방 유해정 씨의 편지낭송이었다. 유해정 씨는 "이미 실려 가신 님들께 드리는 편지입니다"라고 울먹이면서 "우리의 결실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랍니다"라고 했다. 이어 등장한 노래일꾼은 손병휘 씨였다. <오늘하루>와 피리로 애절한 연주곡<엄마 찾아 삼만리>, 그리고 <우리의 노래가 이 그늘진 땅에 햇볕 한줌 될 수 있다면>를 열창했다.


열기가 한참 무르익어 서기상 씨가 출연했다. 그는 "사람이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습니다. 여러분은 누구보다 아름답고 당당합니다"라고 하면서 <열사가 전사에게>와 <강>을 절규하듯 불렀다.

왠지 눈물이 나려고 했던 건 왜일까? 또한 문정현 신부님이 나오셔서 <일노이김가>와 개사를 한 <일노삼김가>를 부르고 들어가셨다. 사회자 김정환 씨는 민중가요계의 김정구 선생님이라는 입담을 늘어놓았다. 한편 전남 해남에서 올라 온 전국농민회총연맹의 정광훈 씨는 "국가보안법은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고구마에도 있습니다"라고 하면서 고 김남주 시인을 얘기했고 "중학교 2학년부터 칠순노인까지 적용되는 것이 바로 국가보안법입니다"라고 했다.

인권과 평화를 위한 국제민주연대 최재훈 상황실장의 발언이 이어졌다. 왜 노상에서 단식농성을 하는가 라는 질문의 대답은 절박함과 부끄러움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27개 단체, 90여명이 동참했고, 명동성당을 떠나는 내일 이후부터는 밥을 먹고 힘을 내, 여기서 이룬 작은 불씨가 크게 번지는 현장에서 투쟁할 것이라고 했다. 노래손님으로 이정열 씨가 나와서 <소낙비>와 <사노라면>을 정열적으로 불렀다.

마지막 노래손님으로 통일조국의 새로운 만남, '우리나라'가 나와서 <벗들이 있기에>와 <국가보안법철폐가>, <통일이여 오라>를 함께 했고, 김정환 씨는 "농성이 끝난다고 3대개혁입법이 완성되는 건 아닙니다. 올해도 얼마나 많은 싸움을 해야 할지 모르지만 우리 모두는 묵묵히 가고 있고 민주화는 조금씩 열리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3대개혁입법 제정을 위한 힘찬 구호를 외쳤고, 마지막 곡으로 모두 어깨동무를 하면서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을 불렀다. 명동성당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함께 걸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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