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음반시장에 LP가 주류를 이룰 당시에는 음악은 듣지 못했어도 앨범커버의 그림만 보며 구입하는 매니아들이 적지 않았다. 그만큼 앨범커버 디자인은 그 앨범속에 담긴 음악을 시각적으로 표현해주면서 대중음악사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그러나 80년대 MTV의 탄생과 더불어 급부상하기 시작한 뮤직비디오를 비롯해 최근의 MP3파일 등에 떠밀리면서 앨범커버에 대한 관심도는 갈수록 떨어져가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 한 뮤지션의 음악 자체를 그 무엇보다 잘 표현해 낼 수 있는 것은 앨범 커버 이상 가는 것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조성모의 그 많은 드라마식 뮤직비디오가 '가시나무', '아시나요'를 표현해 냈어도 조성모의 모든 음악을 한번에 표현해낼 수는 없는것처럼 뮤직비디오의 경우는 해당 뮤지션의 앨범에 있는 특정 수록곡만을 영상으로 압축해 보여줄 수 있을지언정 그 뮤지션의 모든 것을 표현해낼 수 없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갈수록 앨범 커버에 대해 음악팬들조차 갈수록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뮤직비디오나 MP3파일에 대한 매스컴의 관심이 쏟아질수록 앨범 커버 디자이너의 의욕은 갈수록 떨어지기 마련이고 그러다보면 형편없는 앨범 커버가 양산되며 더 나아가서는 소비자들에게 해당 음반을 구입하게끔 하는 욕구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필자 개인적으로 국내 뮤지션의 앨범 커버중 특히 돋보이는 앨범을 꼽으라면 단연 신해철이 N.EX.T 시절에 선보인 92년작 [Home]을 꼽고 싶다. N.EX.T의 첫번째 앨범이기도 한 [home]은 가정이라는 주제의 컨셉트 앨범으로 평화로운 분위기와 삭막한 분위기의 디자인을 앞,뒷면에 배치한 대조적인 디자인으로 해당 작품의 음악에 대한 방향을 감지하게끔 해주고 있다.
외국의 경우만 하더라도 걸작으로 평가받는 앨범 커버 아트웍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비틀즈가 평범한 아이돌 밴드가 아닌 진정한 록그룹으로 평가받은 데에도 앨범 커버의 혁신을 무시할 수 없으며 핑크 플로이드의 음악세계를 보여주는 데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런 앨범 커버를 접하는 것은 갈수록 너무나 어렵기만 하다.
대부분의 앨범 커버를 살펴보면 대충대충 해당 뮤지션이 폼잡고 있는 사진이나 박아놓은 채이며 이 앨범의 음악이 어떠한지를 제대로 표현해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원인은 해당 분야 종사자들이 앨범 커버의 중요성을 간과하는데 일차적인 원인이 있으며 거기에 앨범 디자이너란 직업이 극소수 매니아를 제외하고는 주목을 받지 못하는데
도 원인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우선 매년 연말이 되면 열리는 영상음반대상 시상식에 앨범커버 부문도 포함시켜 많은 사람들이 보다 관심을 갖게끔 하도록 해야 하며 대중음악을 다루는 신문,잡지 등에서도 앞으로 앨범 커버 디자인에 대한 관심을 높이도록 많은 기사를 다뤄줘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락전문지인 월간 핫뮤직에서 다루고 있는 앨범 커버 디자인에 대한 연재기사는 눈여겨 볼만하다.)
한 음악의 내용물을 상징하는 앨범 커버야말로 해당 앨범의 소장가치를 높여주는 중요한 요소로서 보다 그 중요성을 재인식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저 MP3를 다운받아서 듣거나 뮤직비디오 감상 정도에 만족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음반의 커버 디자인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보는게 어떻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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