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도 역 장애인 승강기 추락, 그 이후 (2)

장애인 죽이는 장애인 편의시설

등록 2001.01.30 10:57수정 2001.01.30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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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일어난 오이도역 장애인 수직형리프트 노인 추락사고 이후, MBC 등에 보도되면서 사고의 직접적 원인에 대하여 더욱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관리 소홀과 부실시공은 뻔한 이야기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어떤 원인으로 승강기 도르래의 철심이 떨어져 나갔는지를 밝혀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사고 발생 이후 현장을 보존하지 않고 시공업자와 철도청이 자의적으로 처리, 증거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건이 공개되었을 당시 이미 철심과 도르래는 새 것으로 교체되어 있었고 승강기 자체는 외관상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다.

밝혀진 대로 사고 발생 이후, 10시간 가까이 신고도 하지 않았고 현장을 임의로 원상복구한 것은 책임 관청인 철도청과 시공업체가 이번 사고를 그대로 은폐할 의도였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유가족 증언에 따르면 할머니가 돌아가시지 않았다면, 70대 시골 노부부의 실수에 의한 사고로 호도되었을 것이라며 철도청의 사고대처에 대한 강한 불신을 나타내기도 했다.

사건 이후, 언론 취재 과정에서도 철도청 관계자들의 사건 당시 정황 진술이 엇갈리고 번복되는 등의 모습으로 조작의 냄새를 강하게 풍겼다. 실제로 처음 진술의 경우 노부부의 실수로 몰아가다, 기자가 자꾸 추궁하자 진술을 번복하기도 하였다.

철도청과 관계 부서의 이번 사고 처리를 두고 구성된 가칭 '오이도역 장애인용 수직형 리프트 추락참사 대책위'는 29일 종로의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에서에서 회의를 갖고 자체 조사반을 꾸려 정밀 진상조사에 나서는 등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 중에 있다.


아래는 대책위에서 활동하고 있는 서울 장애인 연맹(D.P.I)에서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덧붙이는 글 | 장애인 죽이는 전시적인 편의시설 중단하고,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라!

무사안일, 전시행정, 관리 소홀이 소중한 한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다. 모두가 명절을 맞아 행복에 젖어있을 설 연휴 하루 전에 한 장애인이 지하철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던 중 목숨을 잃은 것이다. 1월 22일 오전 11시경 서울로 아들을 만나기 위해 상경한 노부부가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에 설치된 수직리프트를 타고 역사로 올라가고 있는데, 수직리프트의 철심이 끊어지면서 그만 5m 아래로 추락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결국 고재영(75세) 씨는 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고, 박소엽(72세 지체3급 장애인) 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숨을 거두고 말았다.

오이도역은 2000년 7월 28일에 개통된 역으로 그곳에 설치된 장애인용 엘리베이터 역시 6개월이 채 되지 않은 시설이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엘리베이터를 탄 사람이 그렇게도 허망하게 떨어질 수 있단 말인가?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건 앞에서 철도청과 오이도역 담당자들이 보인 태도는 또 어떠한가? 그들은 10시간이 지나도록 신고조차 하지 않고 현장보존도 하지 않는 등 은폐 또는 축소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에 450만 장애인은 분노와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이동의 장벽이 없는 사회는 장애인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따라서 우리는 그동안 이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을 꾸준히 촉구해 왔으며,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단순한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99년 6월 혜화역 리프트 추락사건, 99년 10월 천호역 리프트 고장 사건 등 연이은 사고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인명을 앗아가는 사건이 발생한 것은 단순한 기계조작 또는 기술상의 문제를 넘어 보여주기식 전시행정과 관리소홀, 무사안일이 만들어낸 결과물인 것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장애인 당사자의 의견을 무시하고 소외시킨 정부당국의 장애인 차별정책에서 기인한다고 판단된다.

정부당국은 지금이라도 성실한 자세로 피해자 가족들에게 보상을 해주는 것은 물론 이번 사건에 대한 명확한 진상규명과 관계당국의 사과, 책임자 처벌 등 성의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또한 이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현실적이며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현재와 같은 전시적인 편의시설 설치는 즉각 중지하고, 장애인들이 언제 어디서나 안전하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즉 모든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여야 할 것이며, 환승역의 모든 계단에 리프트를 설치하고, 모든 역에 편의시설을 전담하는 인력을 배치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장애인 탑승 및 환승을 위한 도우미의 배치 등 실질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번 사건에 대한 정부당국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할 것이다. 만일 이번 사건도 피해자에 대한 약간의 보상차원에서 사건을 마무리하고 은폐축소하려 한다면 450만 전 장애인의 더욱 큰 분노에 직면할 것임을 경고한다. 우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장애인의 이동권이 온전하고 완전하게 보장될 때까지 450만 장애인, 제 인권단체와 연대하여 끝까지 투쟁할 것임을 밝히는 바이다.

2001년 1월 27일 서울DPI(서울장애인연맹)

덧붙이는 글 장애인 죽이는 전시적인 편의시설 중단하고,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라!

무사안일, 전시행정, 관리 소홀이 소중한 한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다. 모두가 명절을 맞아 행복에 젖어있을 설 연휴 하루 전에 한 장애인이 지하철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던 중 목숨을 잃은 것이다. 1월 22일 오전 11시경 서울로 아들을 만나기 위해 상경한 노부부가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에 설치된 수직리프트를 타고 역사로 올라가고 있는데, 수직리프트의 철심이 끊어지면서 그만 5m 아래로 추락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결국 고재영(75세) 씨는 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고, 박소엽(72세 지체3급 장애인) 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숨을 거두고 말았다.

오이도역은 2000년 7월 28일에 개통된 역으로 그곳에 설치된 장애인용 엘리베이터 역시 6개월이 채 되지 않은 시설이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엘리베이터를 탄 사람이 그렇게도 허망하게 떨어질 수 있단 말인가?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건 앞에서 철도청과 오이도역 담당자들이 보인 태도는 또 어떠한가? 그들은 10시간이 지나도록 신고조차 하지 않고 현장보존도 하지 않는 등 은폐 또는 축소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에 450만 장애인은 분노와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이동의 장벽이 없는 사회는 장애인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따라서 우리는 그동안 이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을 꾸준히 촉구해 왔으며,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단순한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99년 6월 혜화역 리프트 추락사건, 99년 10월 천호역 리프트 고장 사건 등 연이은 사고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인명을 앗아가는 사건이 발생한 것은 단순한 기계조작 또는 기술상의 문제를 넘어 보여주기식 전시행정과 관리소홀, 무사안일이 만들어낸 결과물인 것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장애인 당사자의 의견을 무시하고 소외시킨 정부당국의 장애인 차별정책에서 기인한다고 판단된다.

정부당국은 지금이라도 성실한 자세로 피해자 가족들에게 보상을 해주는 것은 물론 이번 사건에 대한 명확한 진상규명과 관계당국의 사과, 책임자 처벌 등 성의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또한 이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현실적이며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현재와 같은 전시적인 편의시설 설치는 즉각 중지하고, 장애인들이 언제 어디서나 안전하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즉 모든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여야 할 것이며, 환승역의 모든 계단에 리프트를 설치하고, 모든 역에 편의시설을 전담하는 인력을 배치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장애인 탑승 및 환승을 위한 도우미의 배치 등 실질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번 사건에 대한 정부당국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할 것이다. 만일 이번 사건도 피해자에 대한 약간의 보상차원에서 사건을 마무리하고 은폐축소하려 한다면 450만 전 장애인의 더욱 큰 분노에 직면할 것임을 경고한다. 우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장애인의 이동권이 온전하고 완전하게 보장될 때까지 450만 장애인, 제 인권단체와 연대하여 끝까지 투쟁할 것임을 밝히는 바이다.

2001년 1월 27일 서울DPI(서울장애인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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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eduable.jinbo.net) 사무국장을 맡아 장애인들의 고등교육기회확대와 무장애배움터 실현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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