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생 은정이의 겨울 방학
"물론 나도 놀러가고 싶어요"

"돈은 쓰는 목적만 아니라 좋은 일에 보탬을 주는 도구"

등록 2001.02.01 13:45수정 2001.02.01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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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cm이 넘는 키. 엄마보다 더 큰 은정(ㅁ여고 1)이는 이제 고2로 올라가는 여학생이다. 다른 아이보다 머리가 하나 더 있어서 약간은 구부정하게 걸어가는 모습이 보이지만 겸손함과 상냥함에 누구라도 금방 언니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


한창 놀기 좋은 겨울방학에 은정인 학원 다니는 일 외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동대문의 한 패스트푸드점이 그녀의 일터. 그저 부모로부터 용돈을 타다 쓸 만도 한데 굳이 추운 겨울 날 고되게 오래 서서 시간당 얼마 안 되는 보수를 받으며 일하는 그녀의 모습은 누가 봐도 아름답다.

친구들과 놀러가는 일도 줄여가며 자기만의 기쁨과 힘겨움 속에서도 보람을 찾는 그녀에게 몇 가지 물음을 던졌다.

- 아르바이트는 언제부터 하게 되었는가?
"작년 6월 그러니까 2000년 6월부터입니다."

- 돈버는 일보다 공부하는 일에 시간을 투자한다면 미래적 안목으로 볼 때 더 나을 텐데 굳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유는?
"솔직히 지금 내가 일하고 있는 매장에서 일하는 사람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두 돈이 필요하거나 또는 대부분 옷을 사거나 하는 자기 관리를 위해서 돈을 버는 게 목적이겠지만, 믿으실지는 모르지만, 난 단지 돈뿐만 아니라 사람들을 만나는 게 좋고, 예전에는 돈두 목적이긴 했지만, 지금은 사람들과 일하면서 경험하는 게 더욱 좋다."

- 첫 보수를 받고 난 느낌은 어떠했는가?
"받기 전엔 많이 기대했는데 막상 받고 나니 돈도 아무 것두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 학생이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나같은 패스트푸드점이 가장 쉽고, 또는 전단지 배포나 남자들은 배달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시간제로 많이 한다고 들었다. 시간당 얼마를 받는가?
"한 시간에 2000원을 받는다. 3개월이 지나면 달마다 시급이 조금씩 오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


- 방학동안 놀러갈 일도 많을 텐데 주위 친구들이 놀러가는 걸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물론 나도 고2고 놀러가고 싶은 생각이야 많이 들지만 일하는 게 즐거우니 그렇게 힘들다고만 생각하지는 않는다."

- 부모님으로부터 용돈을 받는가?
"아르바이트를 하기 전에는 받아서 썼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벌어서 십 만원 정도는 드린다."

- 아르바이트를 통해 번 돈으로 보람있는 일에 쓴 경험은?
"아직은 없다. 하지만 부모님들께는 효도하고 있다구 생각한다."

- 고2가 되는데 다가오는 방학에도 아르바이트를 할 것이지, 어떤 분야에서 하고픈지?
"아니다. 이제는 공부를 하고 싶다. 지금까지두 좋은 경험이었구 또 돈을 벌려구 시작했던 게 아니었기 때문에. 다시 아르바이트를 한다면 내 꿈인 헤어디자이너를 위해 미용실에서 일해 보고는 싶다.

- 또래 친구들에게 아르바이트를 권한다면 어떤 이유로 권하고 싶은가?
"해 봐서 하는 말인데 아직은 그렇게 권하고 싶지는 않다."

-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얻은 것과 잃은 것이 있다면?
"얻은 것은 부모님이 돈버는 게 얼마나 힘드신지를 알게 되었고 또 돈의 소중함을 알았다. 잃은 것은 내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과 잠."

- 대학을 가게 된다면 공부하고픈 분야는?
"호텔 경영학을 공부해 보고 싶다. 요즘들어 많이 인기도 있고 나름대로 재미두 있을 것 같아서이다."

- 점수를 따기 위한 봉사가 아닌 실제 하고 있는 봉사활동이 있는가?
"없다. 하지만 보육원에서 해 보고 싶다."

- 요즘 청소년들은 돈 되는 일이 아니면 안 한다고 한다. 과연 그 '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돈을 벌어 보기 전까지만 해도 돈은 단순히 쓰라고 있는 줄만 알았다. 그렇지만 돈은 그런 쓰는 목적만 아니라 뭔가 좋은 일에 보탬을 줄줄 아는 도구라고 생각한다."

- 장래 일하고 싶은 분야는?
"난 미용사가 되는 게 꿈이다. 아직은 그냥 막연하지만 꼭 해 보고 싶은 분야이다."

- 돈을 더 벌기 위해 유흥업소에 나가는 일에 대한 생각은 어떤지?
"쉽게 번 돈은 언젠가는 꼭 후회하게 된다. 당장에 돈이 없더라두 건전한 곳에서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다."

-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패스트푸드점은 빠르고 정확한 게 생명이다. 처음 일을 배우기 시작할 때는 실수를 참 많이 했다 그 중에서도 카운터에서는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어야 하는데 손님이 많이 모일 때는 주문을 빨리 받고 우리들말로 손님을 빨리 빼야 하는데 서툴러서 말두 더듬고 주문을 잘못 받아서 혼난 적두 많았다 그래두 다 좋은 경험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능숙하지는 않아두 틀리지는 않습니다."

- 또래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마 아르바이트라면 단순히 용돈이 필요해서 옷을 사서 멋을 내기 위해서만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좋은 사회경험이라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솔직히 지금은 아르바이트를 하는 건 조금은 말리고 싶다. 얻는 것두 있지만 자기자신에게 많이 소홀해지기 때문이다."

- 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하느라 정신없어서 공부에 신경 많이 안 쓰는 것 같다고 걱정 많이 하시는데 믿어주셨음 합니다. 그리고 처음에 시작할 때는 속이고 해서 죄송해요(여러분은 꼭 가족에게 말하고 일하세요. 괜히 오해를 사기 쉬우니까여).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뚝섬 역 근처 아파트. 나름대로 돈에 대한 개념을 갖게 된 은정이의 얼굴빛이 뽀얗다. 키만 크지 아직은 소녀인 모습이 언제고 항상 남아 있길 바란다.

당분간 아르바이트 대신 공부에 전념하겠다는 의지. 누가 믿어주지 않더라도 스스로 믿고 행동할 것을 굳건히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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