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은? 더구나 대부분 비슷한 차림에 하얀 봉투를 들고 있는 곳은? 바로 예식장이다. 주말마다 예식장은 말 그대로 북새통을 이룬다. 리어카에서 붕어빵 찍어내는 것보다 더 빨리 더 많이 똑같은 결혼식이 이루어지고 신혼부부가 판에 박힌 주위의 축복(?)을 받으며 탄생한다.
하지만, 허니문honey moon이라는 달콤한 신혼여행이 끝나고 하루하루 살다보면 한평생 깨가 쏟아지게 살 것 같은 마음은 간 데 없고 '죽니 사니' '내가 속았지' 등등 부부싸움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다가 실제로 이혼을 해서 남남으로 살아가는 사례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 나라 이혼건수는 90년 4만4900건에서 98년 12만4000건으로 10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과연 무엇이 그토록 사랑하는 이들을 갈라놓게 하는 것일까? 이혼을 막을 방법은 없는가?
먼저 밝혀둘 것이 있는데 본인은 계약결혼을 절대적으로 찬성하지만 쾌락적인 만남이나 충동적인 이성교제를 좋아하는 사람은 절대로 아니라는 것이다. 나 자신도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서 한평생 한 여자와 오순도순 사이좋게 살고 싶은 평범한 대한민국 남성(?)이라는 점을 밝혀두고 이야기를 풀어나가고자 한다.
계약결혼 과연 무엇인가
개념을 알아야 이야기 전개가 수월하기에 먼저 정의를 알아본다. 아직까지 우리 나라에는 계약결혼에 대한 법적, 사전적 정의가 내려지지 않은 실정이다. 따라서 외국의 경우와 대다수가 동의하는 범위에서 말하고자 한다.
'계약결혼'이란 3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하는데, 2명의 이성(내용상 여기서 동성애는 제외한다.), 혼인에 준하는 동거생활 그리고 결혼에 관한 세부적인 계약이다. 여기서 다른 2가지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결혼과 동일하고 다만 3번째인 계약에 관한 내용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여기서 계약이라는 말은 일반적인 계약 - 예를 들어, 운동선수나 연예인 - 과는 조금 다르다. 계약결혼에서의 계약은 두 사람이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에게 요구하는 사항이나 생활하면서 생길 여러 사항에 대해 사전에 미리 정한다는 의미이다.
특히, 가장 큰 특징은 자유로운 결혼 파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바로 이것 때문에 계약결혼에 대한 찬반이 나누어진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자유로운 결혼 파기가 가능한 것인가? 결혼은 신성한 것이고 순결한 것이고 인류의 존속을 위한 가장 중요한 기능인데 그러한 결혼을 쉽게 파기할 수 있다면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불러올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맞는 말이다. 본인도 그러한 점을 염려하는 바이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근다라는 말을 한 번 음미해야 할 것이다.
어떠한 것이든 장단점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천하무적인 냉장고도 바나나, 마요네즈에게는 오히려 좋지 않다는 사실이나, 전 세계를 바꾸는 인터넷도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듯이 완전 무결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계약결혼도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성의 문란이나 결혼의 신성함 퇴색 등 여러 부작용이 예상된다.
그러함에도 계약결혼을 주장하는 이유는 계약결혼이 현 결혼제도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럼 이제부터 계약 결혼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살아 보고 판단하자
계약 결혼은 살아보고 결혼함으로 해서 상대방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화장품에도 견본품이 있고, 자동차도 사용해 보고 마음에 들면 구입하는 제도가 있다. 그런데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결혼은 단지 몇 년 또는 몇 달 만나보고 평생을 기약한다는 것은 너무 성급한 것이 아닐까?
물건은 사보고 마음에 안 들면 환불하면 되지, 결혼은 환불(?)이 될 법한가? 이혼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이혼은 쉽게 되며 함부로 할 수 있는 것인가? 그리고, 이혼의 영향은 과연 무시할 만한가?
계약결혼을 한다면 서로가 살아보면서 연애를 통해서만으로는 알 수 없는 서로에 관한 정보를 더욱 상세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연애만으로 충분히 서로에 대해서 알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사람에게 묻겠다. 귀하는 집안에서도 항상 화장을 한다거나 외출복을 입고 있습니까? 또한,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때 자다가 일어난 그대로 나갑니까?
물론, 아주 오래된 사이인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서로가 잘 모르는 상태에서는 만날 때마다 최대한 잘 보이려고 할 것이고 자신의 단점은 최대한 숨길 것이다. 흔히, 이러한 것을 가리켜 '정보의 비대칭'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상황에서의 판단이 과연 최선이라고 볼 수 있을까?
계약결혼을 함으로 해서 혹시라도 생길지 모를 상대방의 문제점을 미리 발견할 수 있고, 이혼녀, 이혼남이라는 불명예(?)를 방지할 수 있다.
또한, 계약결혼은 여성의 지위확보에도 도움이 된다. 혹자는 계약결혼을 악용해서 여성을 성적으로 농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데 계약결혼의 참 기능을 알지 못하고 하는 말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계약결혼 하에서는 두 사람이 서로 결혼에 관한 세부적인 사안에 대해 합의한다.
계약범위는 사람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나타낸다. 중요한 몇 가지만 합의할 수 있고, 매 식사시 설거지할 사람을 정하는 내용까지도 포함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남녀가 동등한 입장에서 합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결혼 제도하에서 여성은 매우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결혼식장에서조차 여성은 아버지의 손을 잡고 들어와야 하는 차별을 받고 있다. 계약결혼을 한다면 물론 결혼식을 올리지는 않겠지만 여성은 자신의 권리를 충분히 표명할 수 있고 그것이 받아들여져야 해당 남성과 결혼을 할 것이다.
성 개방과 계약 결혼
이왕 계약결혼의 반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 마당에 계속해서 반대론자의 논거에 대해 하나 하나 반박을 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여성의 피해 가능성 다음으로 그들이 언급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성적 문란이 가중된다이다. 과연 계약결혼이 성의 문란을 확대한다고 볼 수 있는가? 물론이다. 본인도 그러한 점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분명히 악용해서 쾌락을 위한 도구로 사용할 사람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은 짚고 가자. 그 사람이 반드시 남성이라고는 볼 수 없다. 여성일 수도 있다. 왜 성의 쾌락을 이야기할 때 남성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고정관념을 깨뜨리자. 그리고, 쾌락을 위한 도구로 계약 결혼을 악용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도 문제지만 그의 상대자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두 사람이 합의할 때 제대로 하지 못했기에 이러한 일이 생기는 것이다. 계약결혼이라는 제도가 있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제도를 당사자들이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결과가 좌우된다.
이야기가 잠시 다른 곳으로 흘렸는데, 현 결혼 제도하에서도 우리의 성은 상당히 개방된 상태이다. 98년 우리 나라 대학생들을 상대한 설문조사에서 대상자 중 남(54.5%), 여(18.4%)가 성경험이 있다고 대답했으며 임신 경험도 각각 31.3%, 16.5%가 그렇다고 답했다. 또한 남(78.5%) 여(46.2)가 혼전 성경험에 대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다른 설문결과도 있겠지만 어쨌든 요즘 세태로 보면 불과 몇 년 전보다 성의 개방이 상당히 확대된 느낌이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더 증가할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 볼 것이 계약결혼이 법적으로 인정된다면 성 경험이나 임신율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인가 이다.
계약 결혼은 하나의 매개체일 뿐이다. 문제는 사람들이 혼전 성 경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이다. 또한, 힘든 일이지만 두 사람이 동의만 한다면 계약결혼 동안 성적인 접촉을 하지 않을 수 있다. 과연 유지가 될 것인가가 의문이지만...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