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로 점거 장애인 법적으로 확신범, 사회적으론 양심수

오이도역 대책위 모두 석방 그러나

등록 2001.02.11 03:09수정 2001.02.11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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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지하철 1호선 서울역 철로 점거 시위 사건으로 연행됐던 장애인들이 8일 모두 석방됐다.

선로 시위 해산 후 서울역 지상에서 강제로 바로 연행돼 철도법 위반 혐의로 남대문경찰서에서 수사를 받던 박경석 노들장애인야학 교장과 각각 중부서와 마포서에서 수사를 받았던 박종태(장애인인권지킴이 활동가), 김도현(전국에바다대학생연대회의 정책국장) 씨는 담담검사의 수감불가 결정으로 검찰이 영장 청구를 하지 않아 긴급체포 48시간을 꽉 채우고 이날 풀려났다.

이로써 6일 시위로 인해 연행됐던 장애인들 가운데 무혐의 처리된 3명을 제외한 28명은 모두 불구속 입건된 채 풀려났다.

이번 사건을 두고 세간에서는 이처럼 많은 장애인이 자신의 권리와 공공의 이익을 주장하며 지하철을 세우는 경우는 없었다며 오죽 했으면 그렇게 했으리라는 지지론과 동정론이 강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노들 장애인야학 사이트에는 450만 장애인과 지하철 승강기를 이용할지도 모르는 불특정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자 했던 양심수라며 연일 지지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특히 장애인 노들야학의 박경석 교장을 비롯 많은 장애인이 있었던 남대문 경찰서의 경우 연행과정에서 자진 연행되겠다던 장애인을 향해 폭력을 행사하고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아 물의를 빚었다.

또한 담당 수사관들이 장애인들에 대한 지식이 부족, 언어 장애가 있는 장애인의 경우 진술서를 작성하는데 남들보다 더 길게 고초를 겪어야 했다.

무엇보다 화장실이나 경사로 등 편의증진법에 따라 공공시설이면 반드시 설치되어야 할 기본적인 편의시설마저 경찰서에 전무해 한 장애여성은 화장실 이용을 위해 다른 건물로 이동하고 여기에 여경도 없어 남자 경찰들의 감시를 받으며 화장실을 이용해야 했다.

이번 선로 점거로 법정 구속직전까지 갔던 오이도역 대책위 집행위원장 박경석 교장은 남대문 경찰서에서 나온 직후 인터뷰에서 "솔직히 우리가 철로를 점거할 수 있을까 두려웠습니다. 시민들의 반응, 우리들이 감당해야 할 무게들, 무엇인가를 결정해야 할 외로움. 그러나 우리를 철로로 내려가게 한 것은 지금까지 받아온 '차별'이라는 괴물이었던 것 같습니다. 부단히 차별의 무게를 받아오며 말없이 감내해 온 우리들의 모습에서 더 이상 죽을 수 없는 우리의 저항을 보았기 때문입니다"라며 점거 당시를 회상했다.

한편 이날 오전 10시 참여연대 철학마당 느티나무 카페에서는 ‘오이도역 장애인 수직리프트 추락참사 대책위원회’소속 단체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국무총리 산하에 이 사건과 관련한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할 것과 책임자처벌 및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대책위는 기자회견에서 "지난달 22일 경기도 시흥 지하철4호선 오이도역에서 노부부가 수직형 리프트를 이용하다 리프트와이어가 끊어져 사상자가 발생했다"며 "사고를 늑장신고한 철도청의 책임을 물어 철도청장은 사퇴하고 장애인의 생명을 위험에 노출시킨 보건복지부 장관과 산업자원부 장관은 공개사과하라"고 주장했다.

추락참사대책위원회 위원장 박덕경 씨의 낭독으로 발표된 성명을 통해 "우리는 장애인의 이동권과 생명이 짓밟히고, 기본적인 인권마저 무시되는 현재의 상황속에서 정부가 더 이상 장애인의 인권과 이동권과 생명마저 짓밟는 만행을 중단하고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오이도역 참사에 대하여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 부처의 공개사과와 철도청장의 해임 및 관련 공무원을 처벌할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라며 지난 2월 6일 집회가 끝난 후 집회참가자들을 폭력적으로 강제연행한 것을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휠체어리프트에 대한 설치기준과 검사기준을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석방된 박경석 교장은 "추후 대책위 논의를 거쳐 오이도역 참사 진상규명과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활동이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으며, 바로 다음날 열린 대책회의에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나당의 심재철의원이 대책위의 의견을 청취하고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청와대에서도 오이도 대책위를 만나겠다고 연락이 온 상태라 앞으로의 방향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2월 11일 일요일) 저녁 10시 20분 KBS 1TV 취재파일4321에서 오이도역 사건을 보다 자세히 다룰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부탁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2월 11일 일요일) 저녁 10시 20분 KBS 1TV 취재파일4321에서 오이도역 사건을 보다 자세히 다룰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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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eduable.jinbo.net) 사무국장을 맡아 장애인들의 고등교육기회확대와 무장애배움터 실현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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