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개혁'은 조세 정의 실현에서부터

<인터뷰> 참여 연대 홍일표 간사

등록 2001.02.15 11:53수정 2001.02.15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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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오마이뉴스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사건은 아마도 이재용의 탈세 의혹일 것이다. 그의 탈세를 밝혀 내기 위해서 모든 노력을 기울인 참여연대. 여전히 삼성측의 대응은 완강하지만 참여연대도 결코 물러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참여연대 조세 개혁 홍일표 간사에게 그 동안의 활동과 조세 개혁에 관해 몇 가지 물어 보았다.

- 그 동안 재벌 변칙 증여 반대 시민 캠페인을 벌여왔는데 그 동안의 활동을 소개해 달라

"삼성 일가의 변칙/불법 증여문제는 이미 수 년 전부터 언론이나 시민단체들에 의해 계속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확실한 증거포착에 어려움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던 중, 작년 4월 26일, 참여연대는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이재용 씨 등이 구입하는 과정에서 수 백억원에 이르는 증여세를 탈세했다는 사실을 국세청에 제보하였다.
이는 참여연대가 다른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거래사실관계와 관련된 많은 판례들을 증거자료로 제출함으로써 가능했다.

그로부터 약 7개월이 지나는 동안 국세청은 계속 '기다려달라'라고만 얘기할 뿐 별다른 진척상황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참여연대는 작년 11월, 기자회견을 열고 <재벌변칙증여심판 시민행동>을 벌여나갈 것을 발표하였다. 이후 참여연대 윤종훈 조세개혁팀장이 2주 동안 매일 국세청장에게 보내는 공개편지를 통해 이재용 씨 등의 탈세혐의에 대한 국세청의 즉각적 답변을 촉구하였다.

이에 대해서조차 아무런 반응이 없자 12월 15일부터 2주간의 '국세청 앞 1인 시위'를 벌이게 된다. 매일 아침 출근시간에 맞춰 윤종훈 조세개혁팀장이 국세청 앞을 지켰고, 동시에 매일 삼성 일가의 변칙증여 역사를 인터넷 등을 통해 공개하였다. 그리고, 12월 18일부터는 (요즘 시민단체에서 하나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국세청 앞 1인 릴레이 시위를 시작하여, 2월 14일 현재 36일째 릴레이 시위가 일반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속에서 계속되고 있다. 그 동안 네 차례에 걸친 집회가 열리기도 하였고, 사이버 시위가 시도되기도 하였다.

지금도 매일같이 국세청 앞에는 낮 12시부터 1시까지 어김없이 시민들의 1인 시위가 계속되고 있고, 더욱 많은 참가신청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오마이뉴스에 잡힌 국체청장의 뒷문 출입 기억에 남아


- 시민들의 반응 어떠했으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일과 아쉬웠던 일은 무엇이었는가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역시 윤종훈 조세개혁팀장을 피해 국세청장이 뒷문으로 출근하는 장면이 오마이뉴스와 MBC PD수첩 카메라에 잡히던 순간이었다. 국세청 직원들이 막고 기자들은 이를 찍으려 하고, 윤종훈 팀장과 나는 의연히(?) 자리를 지키고...


또,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날씨일 것이다. 유난히 눈이 많고 추웠던 올 겨울이었기에 거리를 지켰던 많은 참가자들이 엄청난 고생을 했다. 영하 18도라는 혹한 속에서도 꿋꿋이 한시간씩 피켓을 들고 서 계시는 시민들의 모습에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아쉬운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국세청이 여전히 아무런 답변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과연 언제까지 침묵으로 버틸 것인지 궁금하기조차 하다."

언론 세무조사로 인해 재벌 세무조사 결과 발표 될 것

- 이러한 활동에 대해 자체적으로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국세청이 이제 곧 어떤 식으로든 결과발표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이번 언론사 세무조사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여진다. 왜냐하면,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착수한 이상 재벌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발표가 없거나, 엉터리로 이루어졌다면 국민적 저항과 불신은 물론 해당 언론사들의 거센 반발이 눈에 보이듯 뻔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외적 상황과는 별도로 좀더 새롭고 적극적인 항의방식을 아직까지 만들어내지 못한 것을 책망하고 있다."

- 올해 중점 계획은 무엇인가

"3월부터는 일반시민들의 참가는 물론, 다른 시민사회단체들의 조직적 참가를 계획하고 있다. 이제 이 문제가 참여연대만의 일이 아닌 전 시민사회 공동의 투쟁대상임을 밝혀 국세청이 더 이상 침묵하지 못하도록 공격할 예정이다. 또한, 3월 3일 납세자의 날에 맞춰 진정한 납세자들의 목소리가 국세청에 전달되도록 행사를 계획중이다."

이재용의 탈세에 대한 추징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 항간에는 이번 주주 총회를 기회로 이재용 씨가 경영 일선에 나설 거라는 말도 나돌고 있다. 그의 탈세에 대한 추징금 과연 가능한가

"탈세에 대한 추징은 당연하고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국세청이 재벌의 눈치를 보고 이에 대해 과세하지 못한다면 그 이후 국민적 저항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이재용 씨의 경영일선으로의 등장은 탈세사실이 밝혀지는 순간 커다란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악의적 탈세를 저지른 자를 그룹의 최고 경영자로 앉히는 기업은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도 결코 좋게 받아들여질 수 없다.

어쩌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삼성이나 이재용 씨는 이번 사안이 탈세에 대한 과세로 나아가지 않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탈세에 대한 과세는 물론, 악의적 탈세에 대한 형사고발까지 결코 이 사안은 쉽게 중단되지 않을 것이다."

- 지금 언론사 세무 조사가 진행 중인데 언론사들은 인력 투입이나 기간 등에서 다른 기업에 비해 부당한 조사하고 주장한다. 과연 그러한가? 그리고 언론사들의 탈세 의혹은 어느 정도로 보고 있나

"언론사들에 대한 세무조사 자체가 결코 부당할 수 없다. 기업인 이상 세무조사는 받아야 한다. 게다가 언론사들의 탈세의혹은 이미 수 차례에 걸쳐 심각하게 문제 제기된 상태이며 이번 기회를 통해 명확하게 밝혀지고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일부 언론사들이 이번 세무조사과정에서 보여주는 치졸한 논조는 스스로 무언가 부끄러운 사실이 있음을 오히려 반증하는 것이 아닌가?

문제는 국세청 스스로가 정치적 세무조사의 의혹을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재벌의 변칙증여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하면서 언론사에 대해서만 '공정한 조사와 그에 근거한 과세'를 운운한다면 이는 비단 언론이 아니라도 누구나 믿을 수 없는 발언일 것이다. 실제로 많은 중소기업이나 영세상인들이 세무조사의 부당성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계속 내고 있다.

이는 결국 국세청 스스로가 엄정하고 원칙적인 세무조사, 투명한 결과발표와 이후 조치를 통해 규명해야할 숙제이다."

조세 개혁은 당사자 운동이라는 인식이 요구

- 우리 나라에서 탈세는 사회적으로 만연된 병폐라고 생각되고 시민들에게 조세 개혁이라는 것이 자영업자에게는 오히려 불리하고 월급쟁이에게는 별 이점이 없는 것으로 여겨지기에 이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닌가?

"이미 우리 사회의 '탈세불감증'은 심각한 수준임에 틀림없다. 지적한 것처럼 자영업자나 월급쟁이 모두 무감각하고 무관심하다. 이는 비단 개인적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운동적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 등 노동운동 진영의 가장 중요한 운동과제로서 조세개혁이 자주 언급되지만 말 그대로 그저 언급만 되고 있을 뿐이다.

조세개혁이 없이는 사회보장제도는 물론 모든 사회개혁의 기반이 마련될 수 없다. 일부 계층의 탈세는 어쩌면 부분적인 운동과제일 뿐이다."

- 끝으로 우리 나라 조세의 고질적인 병폐는 무엇이며 이를 고치기 위해서 가장 선행되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가장 선행되어야 할 일을 말하기란 정말 어렵다. 모든 것이 당장 해결되어야 하는 동시에 반대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확실히 해결되어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지난 2-3년 동안 조세제도는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이는 시민사회단체들의 목소리가 분명 반영된 결과이다. 그러나 제도의 개혁은 시작일 수 있어도 결코 끝일 수는 없다. 제도개혁을 위한 운동, 정부당국의 노력은 물론 실제로 그것이 얼마나 제대로 수행되는가에 대한 계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

나아가 조세개혁운동이야말로 전형적인 '당사자 운동'이라는 점이 분명히 받아들여져야 할 것이다. 이 땅에 살고 있는, 아니 죽은 사람까지도 '세금'과 무관할 수 없다. 남이 탈세하면 결국 그만큼 내가 더 내야 하는 것이고, 부자들이 적게 내면 가난한 자들이 어떤 수단을 통해서건 더 내야 하는 것이 바로 세금이다.

따라서, 모두가 세금문제가 자신의 문제라고 받아들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문제해결에 동참하지 않는 이상 부분적인 제도개선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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