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 '압력'과 경찰의 긴밀한 '협조'가 만든 합작품?

대구YMCA 징계 사건의 의혹

등록 2001.03.10 08:50수정 2001.03.11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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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구시청 앞에서 빚어진 시민단체와 경찰과의 충돌을 문제삼아 대구YMCA가 내부직원들에 대한 '대량 중징계'를 징계위원회 차원에서 의결하자 대구시와 경찰 당국이 징계에 대해 압력을 행사하거나 부추겼다는 각종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 91년부터 대구시가 대구YMCA에게 위탁해 관리하던 올림픽기념관(대구 수성구 두산동 소재. 이하 기념관)과 관련 올해 들어 재계약 기간을 6개월로 줄이자 그 의혹은 더욱 증폭됐다. 일부에선 지난해 삼성상용차의 퇴출 이후 '반삼성' 운동이 전면화 되고, 또 삼성상용차 사태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던 대구시에 대해 시민여론이 악화되자 지난해 시청 앞 사태를 문제삼아 기념관을 빌미로 관련자들의 문책을 종용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계약기간 단축은 압력행사"-"우연한 일이다"

이번 대구YMCA의 징계로 사직서를 제출한 김경민(38) 전 시민사업국장은 "기념관의 관리를 맡고 있는 직원들에 대한 고용승계의 보장도 없이 계약기간을 6개월로 단축하는 것은 분명한 압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김 전 국장은 "시청 앞 사태 이후에 부시장을 비롯해 시 관계자와 대구YMCA의 이사들과의 만남이 잦았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구시의 입장은 압력을 행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단순한 '우연'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기념관 관리에 대한 감독을 맡고 있는 대구시청 체육시설과 한 관계자는 "올 1월 1일로 대구YMCA와 재계약을 하면서 계약기간을 1년에서 6개월로 단축한 것은 사실"이라 면서도 "이는 방만하게 위탁, 관리되고 있는 체육시설에 관리에 대해 개선책을 내기 위한 조처로 99년부터 계획해 단축한 것이며 공교롭게도 그 시기가 비슷했던 것 뿐"이라고 시의 압력설을 부인했다.

기념관을 수탁, 관리해 왔던 대구YMCA도 일단 외부 압력에 대해선 일축했다. 박정우 대구YMCA 사무총장은 "일부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시 관계자들과 만난 적은 한번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사들과 시 관계자와의 만남에 대해선 확신을 갖지 못하는 듯 "다른 이사들의 경우에는 양심과 학식을 믿을 뿐이지 확인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특히 대구YMCA 이사로 있는 아무개 교수는 "(자신이) 직접 시 관계자와 만난 적은 없었다"고 말하면서도 "일부 이사들이 시 관계자들과 이번 사태로 만난 것은 확실하다"고 주장해 외압의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결국 대구시의 '계약기간 단축은 우연한 일'이라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시와 이사들의 만남으로 이사들이 계약기간 단축을 하나의 외압으로 받아들일 수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수사내용 꺼리는 경찰의 '긴밀한' 협조?


이러한 대구시의 '압력설'이 여론의 도마에 오르는 것 외에도 이번 사태 이후 경찰 당국이 대구YMCA직원들의 징계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대구YMCA 직원인 아무개 씨는 "당시 시청 앞 사태를 수사한 중부경찰서가 당시 수사를 받았던 직원들의 수사관련 기록을 대구YMCA 이사장에게 유출시켰다"고 주장하면서, 이는 "자신들(피의자)의 허락도 없이 수사 기록을 넘겨줘 징계를 도운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2일, 수사관련 기록을 대구YMCA에 제공한 바 있는 중부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대구YMCA쪽에서 수사관련 기록을 열람 협조를 요청해 왔기 때문에 사본에 한 해, 또 대구YMCA 자체진상 조사용으로 한정에 배포한 것"이라면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적법하게 이루어진 공개"라고 직원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러나 경찰 일선에서 제3자가 수사관련 기록을 열람한다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재판이 열리지도 않은 사건에 대한 수사관련 기록의 유출은 '개인의 정보보호'를 최우선 하는 경찰의 관례와는 상반된 것으로 보인다. 또 경찰 쪽이 주장하는 법률 근거를 살펴볼 때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는 보호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경찰이 '상당한 이유'의 해석을 지극히 자의적으로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을 법하다.

현재 징계대상 직원들은 중부경찰서과 수사기록을 자신들의 동의 없이 대구YMCA쪽에 넘겨준 것에 대해 위법성이 있다고 보고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결국 이번 징계사태를 보는 시민들은 시민단체 직원들에 대한 시위참여를 이유로 든 징계에 씁쓸해 하고, 시와 경찰의 '긴밀한' 협조(?)에 또 한번 착잡한 마음을 떨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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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오마이뉴스(dg.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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