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분을 맞아 24절기를 알아 봅시다

등록 2001.03.20 11:37수정 2001.03.20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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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3월 20일)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춘분이다. 15일 전쯤에는 개구리가 땅 속에서 나온다는 경칩이었다. 15일 후 4월 5일은 농가에서 봄일을 시작한다는 청명이다. 이런 것을 우리는 절기라 부른다. 일년을 24절기로 나누는데 과연 이 절기는 무엇인가 알아보기로 하자.

먼저 달력에 대해서 알아보자. 달력에는 태음력(太陰曆), 태양력(太陽曆), 태음태양력(太陰太陽歷) 등이 있다.


태음력은 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시간을 기준으로 만든 역법이다. 1년을 열두 달로 하고, 열두 달은 29일의 작은 달과 30일의 큰 달로 만들었다. 태양력은 지구가 태양의 둘레를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을 1년으로 정한 역법이다.

태음태양력은 태음력과 태양력을 절충하여 만든 역법인데. 보통 음력이라 부르는 것과 같다. 태음력을 태양의 움직임에 맞추기 위하여 회귀년에 따라 윤일이나 윤달을 두는 것으로, 19년에 일곱 번의 윤달을 두고 다시 8년에 세 번의 윤일을 둔다.

그런데 이 태음태양력도 계절의 변화와 조금 맞지 않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보완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절기를 만들게 되었는데 태양의 주기에 기초하여 1개월에 2개씩의 절기(節氣)를 지정, 계절의 변화에 맞췄다. 실제 중세 농경사회의 농민들에게는 1년의 역법보다는 24절기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었다고 한다. 대략 15일 간격으로 변하는 절기에 따라 농사를 짓고, 시간과 계절에 순응하면서 생활했던 것이다.

절기(節氣)를 지정하는 방법은 평기법(平氣法)과 정기법(定氣法)의 두 가지가 있지만 지금 사용되는 것은 정기법이다. 정기법은 황도상(黃道上:태양의 길)의 동지(冬至)점을 기준으로 태양이 동쪽으로 15도 간격으로 변화될 때마다 절기(節氣)와 중기(中氣)를 매겨 나가는 방법이라고 한다.

1년을 24기로 나눌 때, 월초(月初)에 있는 것은 절기(節氣)이며 월중에 있는 것은 중기(中氣)라 한다. 따라서 24기는 12절기와 12중기로 되어 있다. 현행의 태양력에 따르면 절기는 매월 4∼8일에 있게 되고, 중기는 매월 19∼24일에 있게 된다.


이제 각 절기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이번에는 우선 봄의 절기인 춘분, 청명, 곡우를 살펴보고, 여름 이후는 그때 가서 살펴보기로 하겠다.

춘분(春分)


춘분은 봄절기의 시작을 해의 중심이 춘분점 위에 왔을 때이며, 음력 2월, 양력 3월 21일 전후이다. 해는 적도 위를 똑바로 비추고 지구상에서는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 이 날은 밤낮의 길이가 같지만, 실제로는 태양이 진 후에도 얼마간은 빛이 남아 있기 때문에 낮이 좀더 길게 느껴진다. 경칩과 청명의 보름 중간이 바로 춘분이다.

춘분점은 해가 남쪽에서 북쪽을 향하여 적도를 통과하는 점이다. 춘분을 즈음하여 농가에서는 농사준비에 바쁘다. 특히, 농사의 시작인 초경(初耕:애벌갈이, 논이나 밭을 첫번째 가는 일)을 엄숙하게 행하여야만 한 해 동안 걱정 없이 풍족하게 지낼 수 있다고 믿는다. 또 이때를 전후하여 철 이른 화초는 파종을 한다. 그리고 아울러 화단의 흙을 일구어 며칠 남지 않은 寒食(한식)을 위하여 씨뿌릴 준비를 한다.

또 음력 2월중에는 바람이 많이 분다. “2월 바람에 김치독 깨진다”, “꽃샘에 설늙은이 얼어죽는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2월 바람은 동짓달 바람처럼 매섭고 차다. 이는 풍신(風神: 바람의 신)이 샘이 나서 꽃을 피우지 못하게 바람을 불게 하기 때문이라 한다. 그래서 ‘꽃샘’이라고 한다. 한편, 이때에는 고기잡이를 나가지 않고 먼 길 가는 배도 타지 않는다.

불교에서는 춘분 전후 7일간을 '봄의 피안' 또는 '피안(彼岸)의 시기'라 하여 극락왕생의 시기로 본다. 옛날 중국에서는 춘분기간을 5일을 1후(候)로 하여 3후로 구분하였는데, 1후는 제비가 남쪽에서 날아오고, 2후는 천둥소리가 들려오며, 3후는 그 해에 처음으로 번개가 친다고 하였다.

청명(淸明)

청명(淸明)은 24절기의 다섯째이고, 음력 3월 절기이며, 양력 4월 5, 6일경이 된다. 또 해의 황도(黃道)가 15도에 있을 때이다. 이 날은 한식의 하루 전날이거나 같은 날일 수도 있다. 춘분과 곡우 사이에 있다. 옛 사람은 청명 15일 동안을 5일씩 3후로 세분하여, 1후는 오동나무의 꽃이 피기 시작하고, 2후는 들쥐 대신 종달새가 나타나며, 3후는 무지개가 처음으로 보인다고 하였다.

이날 省墓(성묘)를 간다. 옛날에는 일년에 네 번, 그러니까 봄에는 淸明(청명), 여름에는 中元(중원, 음7월 15일), 가을에는 秋夕(추석), 겨울에는 冬至(동지)날에 성묘를 했다.

봄 농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논 밭둑을 손질하는 가래질을 품앗이로 한다.

청명과 한식(寒食)은 겹치거나 하루 차이이다. 그래서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라는 속담이 생겼다.

[동국세시기]의 기록에 의하면 청명(淸明)날 버드나무와 느릅나무를 비벼 새 불을 일으켜 임금에게 바친다. 임금은 이 불을 정승, 판서, 문무백관 3백 60 고을의 수령에게 나누어준다. 이를 사화(賜火)라 했다. 수령들은 한식(寒食)날에 다시 이 불을 백성에게 나누어주는데 묵은 불을 끄고 새 불을 기다리는 동안 밥을 지을 수 없어 찬밥을 먹는다고 해서 寒食(한식)인 것이다. 이렇게 하여 온 백성이 한 불을 씀으로써 같은 운명체로서 국가 의식을 다졌다.

꺼지기 쉬운 불이어서 습기나 바람에 강한 불씨통(장화통:藏火筒)에 담아 팔도로 불을 보냈는데 그 불씨통은 뱀이나 닭껍질로 만든 주머니로 보온력이 강한 은행이나 목화씨앗 태운 재에 묻어 운반했다.

중국에서 내려오는 한식의 유래는 다르다. 춘추시대에 진나라 문공(文公)이 충신들에게 상을 주었는데 이 때 문공이 굶주렸을 때 자신의 허벅다리 살점을 베어 바쳤던 충신 개자추(介子推)가 포상에서 빠졌다. 이에 그는 부끄러워 산 속에 숨어버렸다.

문공이 훗날에야 잘못을 뉘우치고 그를 찾았으나 산중에서 나오지 않자 나오게 할 목적으로 산에 불을 질렀다. 그러나 끝내 나오지 않고, 불에 타죽었다고 한다. 그 후 그의 죽음을 슬퍼하여 이 날은 불을 쓰지 않고, 찬 음식을 먹는다 하여 한식(寒食)이라 햇다고 전해진다.

청명에는 청명주(淸明酒)를 담아 먹었다. 춘주(春酒)라고도 한다. 찹쌀 석 되를 갈아 죽을 쑤어 식힌 다음, 누룩 세 홉과 밀가루 한 홉을 넣어 술을 빚는다. 다음날 찹쌀 일곱 되를 깨끗이 씻고 쪄서 식힌 다음, 물을 섞어 잘 뭉개어서 독 밑에 넣고 찬 곳에 둔다. 7일 후 위에 뜬 것을 버리고 맑게 되면 좋은 술이 된다.

청명, 한식이면 나무를 심는데 특히, `내 나무'라 하여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 시집 장가 갈 때 농짝을 만들어줄 재목감으로 나무를 심었다한다. 이 때 "한식 날 심은 내 나무/ 금강수(金剛水) 물을 주어/육판서(六判書)로 뻗은 가지/각 읍 수령(守令) 꽃이 피고/삼정승(三政丞) 열매 맺어..."라는 '내 나무 노래'를 불렀다 한다. 연정(戀情)을 품은 아가씨가 있으면 그 아가씨의 '내 나무'에 거름을 주는 것으로 사랑을 표시하기도 했다.

<나무 타령>
`청명(淸明) 한식(寒食) 나무 심자. 무슨 나무 심을래. 십리 절반 오리나무, 열의 갑절 스무나무, 대낮에도 밤나무, 방귀 뀌어 뽕나무, 오자마자 가래나무, 깔고 앉아 구기자 나무, 거짓없어 참나무, 그렇다고 치자나무, 칼로 베어 피나무, 네 편 내 편 양편나무, 입 맞추어 쪽나무, 양반골에 상나무, 너하구 나하구 살구나무, 아무 데나 아무 나무...'

곡우(穀雨)

24절기의 여섯째. 봄의 마지막 절기로, 음력으로는 삼월중(三月中)이며, 양력으로 4월 20, 21일, 해의 황도(黃道)가 30도일 때이다. 청명과 입하(立夏) 사이에 들며 봄비(雨)가 내려 백곡(穀)을 기름지게 한다하여 붙여진 말이다. 그래서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자가 마른다'는 말이 있다.

옛날에는 곡우 무렵에 못자리할 준비로 볍씨를 담그는데 볍씨를 담은 가마니는 솔가지로 덮어둔다. 밖에 나가 부정한 일을 당했거나 부정한 것을 본 사람은 잡 앞에 와서 불을 놓아 악귀를 몰아낸 다음에 집안에 들어오고, 들어와서도 볍씨를 볼 수 없게 하였다. 만일 부정한 사람이 볍씨를 보게 되면 싹이 트지 않고 농사를 망치게 된다는 속신(俗信)이 있었다.

곡우 무렵엔 나무에 물이 많이 오른다. 그래서 명산으로 '곡우물'을 마시러 갔다. 곡우 물은 주로 산 다래, 자작나무, 박달나무 등에 상처 내서 흘러내리는 수액이다. 몸에 좋다고 해서 전라도, 경상도, 강원도 등에서는 깊은 산 속으로 곡우물을 마시러 가는 풍속이 있다. 경칩의 고로쇠 물은 여자 물이라 해서 남자에게 좋고, 곡우물은 남자 물이어서 여자들에게 더 좋다고 한다. 거자수(자작나무 수액)는 특히 지리산 밑 구례 등지에서 많이 나며 그곳에서는 곡우 때 약수제까지 지낸다.

황해에서 조기가 많이 잡힌다. 흑산도 근해에서 겨울을 보낸 조기는 곡우 때면 북상해서 충청도 격렬비열도 쯤에 올라와 있고 이때 잡는 조기를 '곡우살이'라 부른다. '곡우살이'는 아직 크지는 않았지만 연하고 맛이 있어 남해의 어선까지 모여든다.

곡우전후에 따는 여린 잎으로 만든 차를 우전차(雨前茶)라 부르는데 최상품으로 친다. 우전차는 찻물의 온도를 60도쯤으로 하여 우린다.

덧붙이는 글 | 참고
뿌리넷 : www.poori.net
이야기 한자여행 : www.hanja.pe.kr/8-han/8-han1.htm
디지털한국학 : www.koreandb.net/holiday/heritage/cult_day03.html 
우리가 알아야 할 국경일과 기념일 : myhome.shinbiro.com/~leens84/index.htm
민속대사전, 한국민속사전 편찬위원회, 민족문화사, 1991
한국의 민속, 김성배, 집문당, 1980

덧붙이는 글 참고
뿌리넷 : www.poori.net
이야기 한자여행 : www.hanja.pe.kr/8-han/8-han1.htm
디지털한국학 : www.koreandb.net/holiday/heritage/cult_day03.html 
우리가 알아야 할 국경일과 기념일 : myhome.shinbiro.com/~leens84/index.htm
민속대사전, 한국민속사전 편찬위원회, 민족문화사, 1991
한국의 민속, 김성배, 집문당, 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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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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