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혼자서도 잘해요

국회 앞 국가보안법 철폐 시위 등 1인 시위 활발

등록 2001.03.24 16:59수정 2001.03.26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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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오후 12시부터 1시 30분,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목에 '국가보안법 완전폐지'라 쓰인 칼을 걸고 한 손에는 '국가보안법 철폐하라'는 피켓을 든 채 묵묵히 서 있는 사람을 볼 수 있다. 어떠한 구호나 노래도 외치지 않고 혼자서 묵묵히 서 있는 이 사람은 바로 '국가보안법 철폐 1인 릴레이 시위'를 진행중이다.

국회는 물론 교육부·미대사관 앞 등지에서 한 명이 홀로 서서 시위를 진행하는 것은 그리 생소한 모습은 아니다. 지난 16일 금요일에는 한 대학생이 개를 데리고 교육부 앞에서 등록금 인상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여 화제를 낳기도 했고, 박정희 기념관 반대 국민연대에서는 지난달 13일 화요일부터 서울시의회 앞에서 기념관 부지를 제공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10여일간 진행했다. 참여연대는 삼성그룹의 과세를 주장하는 1인 시위를 국세청 앞에서 벌이고 있고, '불평등한 소파개정 국민행동'에서는 미 대사관 앞에서 소파 개정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중이다.

이는 '집회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 집시법의 허점을 파고든 새로운 형식의 시위방법이다. 현행 법률에 의하면 국회, 미 대사관 앞 등은 물론 외국 대사관이 위치한 건물 앞에서의 시위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국가보안법 철폐를 주장하기 위해 국회 앞에서 시위를 벌이거나 SOFA 개정을 요구하는 시위를 미대사관 앞에서 진행하는 것은 모두 '불법'적인 행사가 되고, 경찰 등에 의해 강제 해산됨은 물론 참석자들이 연행되기도 한다.

이에 사람들은 현행 집시법에 2인 이상의 '다수'의 행위만이 시위라고 규정되어 있는 것에 주목하고 '한명이 매일' 진행하는 새로운 1인 시위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1인 시위는 현행법에 저촉받지 않기 때문에 합법적이며, 어떠한 규제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불법 시위' '교통체증' 등으로 표현되어 그 내용성과 의의가 왜곡될 우려도 적을 뿐 아니라 장기적인 시위가 가능해 여론을 지속적으로 만들어가기 좋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상임의장: 오종렬, 이하 전국연합)에서 진행하고 있는 '국가보안법 철폐 1인 릴레이 시위'는 지난 23일(금) 30일째를 맞았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전국연합의 남기문 씨는 "1인 시위를 꾸준히 진행하면서 국회 앞을 국가보안법 철폐의 새로운 근거지로 만들어 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손가락질하며 지나는 의원들도 있지만 국회를 찾는 일반 시민들을 비롯, 방문객들의 호응이 상당히 좋다"는 남기문 씨는 "국회 앞에서 합법적으로 진행하는 국가보안법 철폐 시위라는 것이 상당한 플러스효과가 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앞으로 더욱 노력해야 할 국가보안법 철폐 흐름에 매일 계속되는 시위가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지난달 국회의사당 앞의 1인 시위자를 포위하고 지난 17일에는 미대사관 앞 소파개정 1인 시위자를 연행하는 등, 이러한 시위의 자유마저 불법적으로 가로막으려 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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