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 인정 10년 걸렸다"

김현구 'Buddy' 편집위원을 만나다 1

등록 2001.04.01 14:43수정 2001.04.0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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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찻집을 열고 들어서는 그는 도서관에서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학생 같다. 차가 막혀 예상보다 20분 늦었다. 도중에 늦어질 것 같다는 말에 천천히 빨리 오라는 내 말에 아마도 많이 웃었을 것 같다. 그냥 흘린 말로, 늦은 벌로 토마토 쥬스 같은 걸 사오라 했더니 정말로 토마토 쥬스를 탁자 위에 올린다.


해맑은 미소년의 모습이 서른 셋의 남자라곤 생각할 수 없었다. 약간은 어둑한 실내였지만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과 주위에 기다림을 지루하지 않게 하는 시집이 있어 대화를 나누기엔 적합한 장소라 생각했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그가 그 동안 상당히 많은 인터뷰와 방송 출연을 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이번에는 그냥 옆 집 학생과 우연히 만나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갖기로 했다.

김현구(33. 학원강사) 씨는 동성애자다. 처음 그를 취재하고자 한 데에는 홍석천 씨의 커밍아웃이 준 영향이 있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우연히 알게 된 사람이 '소외'라는 단어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서, 그 가운데 김현구 씨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는 당당하게 커밍아웃을 했고, 현재 동성애자 잡지인 '버디(buddy)'의 편집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아주 어린 얼굴이네요. 그런 소리 많이 듣겠어요."
"아아, 예..."

약간의 웃음을 털었다.


- 인터뷰에 대한 부담감은 없는가? (첫 인터뷰에 대한 기억)

"없다. 1998년 3월 한국일보에 하이텔 동호회 '동성애자 인권 동호회 또 하나의 사랑'이 소그룹에서 동호회로 승격되면서, Buddy창간을 하면서 정보통신분야로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이때가 공식적인 coming out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땐 까만 안경도 쓰고 변장도 하고 그랬다. 무엇보다도 식구들이 알게 되는 것이 두려웠다."


- 이 동호회를 만들게 된 계기는?

"1994,5년 대화방 '동성애방'에서 만나 오프라인까지 하면서 1995년 말 지금 인천지역 레즈비언모임의 '오현주' 씨와 격월 소식지 1호 '열린 마음'과 2호를 내면서 소모임 '또 하나의 사랑'이 만들어지고 나중에는 동호회로 승격되었다."

- 자신은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을 어떻게 구별하는가?

"가슴 졸이는 것과 질투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 같다. 내 경우엔 질투가 많은 편이다."

- 이성에 대한 느낌은 어떤가? (전나의 여체를 보았을 때)

"별로 관심 없다."

- 사람들은 동성애자에게 몇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노후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이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아직까지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지만, 아이에 대한 생각이나 입양에 대한 생각이 없다."

- 청소년들의 동성애자 분포는 어느 정도 되는가? 알고 있는 그룹은 있는지.

"얼마가 있다고 통계를 낼 수 없지만 그 전보다 많이 두드러진 것은 사실이다. 아마도 매스컴의 영향이 큰 듯하다. 알고 있는 청소년들도 있지만 현재 뭘 해 주고 있진 못하다."

- 청소년기엔 여러 가지 문제가 닥쳐오는데,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나도 내가 동성애자라고 인정하기까지 10년이 걸렸다. 누가 넌 동성애자야라고 점찍는 것보다 자기 스스로 동성애자임을 인정하는 일이 중요하다. 안타깝지만 지금은 누구에게 말할 창구가 없다."

- 이런 친구들에게 대화를 할 수 있는 창구나 쉼터가 있는가?

"인터넷에 비슷한 사람끼리 모이고 있긴 하다. 하지만 일반인과 함께 하는 자리는 그리 많지 않다. 사실 하이텔 동호회 '또하나의 사랑'에도 일반인과 이반의 비율이 1:1이다.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자는 의미이기도 하다."

- 자신이 어떻게 동성애자임을 알 수 있는가?

"누가 넌 동성애자야라고 말하진 못한다. 물론 자신도 내가 동성애자인가 가물거릴 뿐이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스스로 느낄 뿐이다. 선천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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