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4일 가수 s그룹이 데뷔한 지 3년 되는 날이다. 그날 학교 근처를 비롯해 길가에는 A4용지만한 크기에 주황색 종이들이 벽이나 전봇대에 도배가 되어 있었는데 언제 붙였는지 하루 사이에 온통 주황색으로 변해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학교에 들어선 순간 교장선생님을 만났다.
"잠깐 여기로 와 봐라. "
"네? 네."
"혹시 S그룹이라고 아냐? "
"가수인데요. "
"그 가수들이 3년 됐다면서? 그런데 3년 된 거랑 너희들이랑 무슨 상관 있다고 온 학교에 도배를 해 놓고 다니냐? 새벽 6시 30분부터 학교에 붙이는 거 잡아서 아침에 오라고 했더니 어디로 도망갔는지 모르겠다. 너희들도 그러냐?"(다소 요약)
흔히 일어나는 일 아닌가? 일부 어른들이 보실 때는 "저런 정신 나간 짓이나 하니까 그 모양이지. 그렇게 하면 가수들이 밥먹여준데?" 거의 이런 식으로 나무라신다.
텔레비전에서 트로트나 원로가수 노래나오면 좋아하시지 않는 분들이라면 또 모를까. 노래를 좋아하고 가수를 좋아하는 건 세대별로 있지만 요즘은 그 표현 방법이 더 많이 달라졌다고 본다.
교장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서 짐작 가는 아이들을 찾아갔다. 역시나 책상에는 주황색 종이들이 쌓여 있었고 분하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학교 오는 길에 붙여 있는 거 너희들이 했지."
"또 교장이 뭐라고 하데? 다 수거 했는데 또 오라고 할 건 뭐야. 그리고 우리들만 한 것도 아닌데 재수없게 우리들만 걸려 가지고."
"그럼 다른 아이들도 했어?"
"후배들도 하고 다른 학교 언니들도 붙였단 말야."
"그런데 몇 시부터 붙이러 다닌 거야?"
"내가 억울한 게 정말 잠 한숨도 안자고 새벽 1시까지 꼬박 새서 인쇄하고 그때부터 집주변부터 다 돌아다니면서 붙였는데 학교에 붙이다가 6시 넘었을 거야. 그때 걸렸다니까. 얼마나 열받던지... 붙인 거 다시 다 떼어내래. "
"몇장 인쇄했는데!"
"350장."
"그걸 팬클럽에서 보내준 거야? 아니면... 돈 많이 들텐데..."
"내용만 다운받고 집에서 인쇄했어. 주황색 종이는 내가 다 샀고. 팬으로서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아? 당연한 일이잖아."
"지혜(가명)야 교장선생님이 오래."
"내가 거길 왜 가. 수거하라며. 수거했으면 됐지. 아, 됐어 됐어. 이런 학교 필요 없어. 내가 전학 가고 말아. 다른 곳은 이렇게 해도 아무 말 안 한다던데 뭐야. 전학 가기 전에 학교나 확 엎어버리고 가야지."
가수나 연예인들을 홍보하는 일은 팬들도 한몫하게 되는데 이런 모습들이 조금 지나치면 오히려 사람들 눈에는 더 거슬리게 보일 수도 있다.
교장선생님이 그렇게 보았듯이 이 글을 읽은 사람들 중에서도 "정신나간 짓이군" 이런 말을 중얼거리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너무 지나친 행동은 자제를 해야 하지만 또 일방적으로 그런 방법을 막으려고 하는 것도 고쳐야 한다. 그러면 서로에 대해서도 잘 이해하게 되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가수들의 홍보를 효과적인 방법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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