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블러의 역작 [Parklife]에 대해 다룬지라 특히 브릿팝에 관심있으신 분들이라면 오아시스에 대한 얘기는 안할 거냐고 하실지 모르겠네요. 사실 저로서는 이들의 음악성향상 결코 비교할만한 밴드라는 생각은 갖고 있지 않습니다만 어쨌든 90년대 이후 영국 모던락을 이끄는 밴드로서 오아시스에 대해 빼놓을 수가 없죠. 그래서 어떤 작품을 선택할까 고심끝에 정한 음반은 이들의 94년 데뷔작 [Definitely maybe]입니다.
오아시스의 음악을 즐겨들어온 분들이라면 왜 이들의 최대명반이라 할 수 있는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를 다루지 않느냐고 하실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본작 [Definitely maybe]은 다른 브릿팝 밴드의 음악과 달리 비틀즈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이어받은 복고적인 멜로디에 80년대 말부터 일기 시작한 이른바 '멘체스터 4인방', 즉 스톤로지스, 살라탄스, 인스피럴 카펫츠, 헤피 먼데이스 등에게서 영향받은 사운드, 그리고 오아시스 특유의 팝적인 감각까지 더해지며 94년 당시, 신선한 충격을 던지며 나온 작품이었습니다.
89년에 나온 스톤 로지스의 데뷔앨범을 들어보신 분들이라면 별 차이가 없지 않느냐라고 반문하실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본작은 일찍이 들어볼 수 없었던 강력한 톤의 사운드에 모다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편곡 등으로 더욱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습니다(물론 스톤 로지스의 작품도 브릿팝을 논하는데 있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겠죠).
제가 특히 추천드리고 싶은 곡으로는 시종 흥겨운 분위기를 이끄는 'Rock 'n' roll star', 강력한 드러밍이 특히 돋보이는 펑크(punk) 넘버 'Up in the sky', 비틀즈의 분위기를 강하게 느낄 수 있는 복고풍의 'Digsy's dinner'를 꼽을 수 있네요. 특히 다른 수록곡에 가리긴 했지만 이 'Digsy's dinner'를 들으신다면 락밴드가 아닌 팝밴드로서의 오아시스를 느껴볼 수도 있겠네요. 미국이 주도하는 팝음악계에 영국밴드의 건재를 과시한 작품으로서 현대와 복고의 감각을 적절하게 조율한 면이 특히 돋보이는 수작(修作)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아시스의 멤버들은 모두 다섯 명이지만 여기서는 '갤러거 부라더스', 즉 앨범의 모든 곡을 만들며 기타 연주를 하는 형 노앨 갤러거, 보컬을 맡고 있는 동생 리엄 갤러거만 거론해야겠네요. 먼저 시간에 얘기한 블러 멤버들에 비해 워낙 멤버간의 비중 격차가 심한 데다 사실상 밴드내의 모든 권한과 운영은 이들 형제들이 쥐고 있으니까요.
워낙 독설로 유명한 형제들이지만 특히 형인 노앨은 음악계 대선배들인 스미스(Smith)의 멤버였던 모리시, 브릿팝의 대부로 불리는 폴 웰러를 향한 공개적인 비난도 서슴치 않는가 하면 심지어는 밴드내 다른 멤버들이 능력이 모자르다라는 말까지 하는 등 우리네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을 곧잘 하죠(문화의 차이라고 이해해야 될지 모르겠지만..). 너무 괴짜같은 이미지인 게 개인적으로 마음에는 안듭니다만 음악만큼은 인정해줄만 하니 어찌보면 설명하기 복잡한 밴드라고 해야 될지 모르겠네요.
사실 오아시스는 현재 침체 상태입니다. 작년 봄에 나온 네 번째 정규앨범 [Standing on the shoulder of giants]는 흥행면에서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뒤이어 나온 라이브 앨범도 그리 대중적인 반응은 얻지 못한 듯 하더군요. 이들의 최근작이 실패를 한 데에는 전작에서 보여준 파퓰러한 멜로디보다 사이키델릭한 분위기에 비중을 뒀는데 이러한 약간의 성향 변화가 팬들의 외면을 가져오지 않았나 생각되는데요, 이들이 90년대 중반 데뷔했을 무렵의 그 신선한 느낌을 되찾을 수 있을지, 아니면 매너리즘에 빠지며 이대로 잊혀지게 될지 오아시는 지금 기로에 서있는 상태이죠. 어쨌든 지금 이 순간 브릿팝의 한 페이지에 오아시스의 이름은 큼지막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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