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혁당 재건위' 옛 동지들 한자리 모였다

26년째 맞는 '사법사상 암흑의 날'

등록 2001.04.08 20:08수정 2001.04.09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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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은 국제법학자회의에서 정한 ‘사법사상 암흑의 날’.

이른바 ‘인민혁명당(인혁당) 재건위 조작사건’으로 8명이 75년 군사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지 17시간만에 재심의 기회도 박탈당한 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날이다.

김용원(40)·도예종(51)·서도원(52)·송상진(47)·여정남(30)·우홍선(44)·이수병(39)·하재완(43)…. 이렇게 8명이 유명을 달리한 지 26주기가 되는 8일, 당시 고인들과 함께 사회변혁운동을 벌이다 구속돼 고초를 당했던 옛 동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오전 9시 30분 함안군 군북면 덕대리 대암마을 앞산 중턱에 있는 고 김용원 선생의 묘지에는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금수 이사장과 박중기 이사, 범민련 남측본부 서울연합 김규철 의장, 건국대 농업경제학과 김병태 교수를 비롯, 64년 1차 인혁당 사건 때부터 함께 반독재투쟁을 벌여온 황현승·전무배씨 등이 모인 가운데 추모비 제막식과 26주기 추모제를 열었다.

김중기 이사의 사회로 묘비 제막과 경과보고·개회사·민중의례·김 열사 경력소개·추모사·헌작·배례 순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김병태 교수는 개회사를 통해 “박정희 군사독재의 사법살인을 고발하고 민주통일열사의 원혼을 달래는 오늘 행사가 너무 늦어서 송구스럽다”면서 “이 추모제를 계기로 진상규명에 더욱 박차를 가하자”고 말했다.

김금수 이사장은 추모사를 통해 “김용원 선생, 민족의 자주통일과 평등세상을 만들기 위해 온몸을 던져 노력하다 먼저 간 당신 앞에 살아있는 우리는 모두 죄인과 다름없는 처지가 되어 당신을 추모하고 당신의 고귀한 뜻을 살리기 위한 우리의 다짐을 다시금 가다듬으려 한다”면서 “열사들의 뜻은 결코 땅속에 그대로 묻혀버리지 않은 채 폭풍과 강물처럼 면면히 흘러 요원의 불길처럼 타오르고 있으며 계승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이어 “우리는 언제나 당신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며, 그 뜻을 이어 펴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당시 민청학련 사건으로 실형을 살았던 민주당 창원 갑지구당 이상익 위원장도 “인혁당 재건위 사건은 박정희 정권이 민청학련 사건을 국가변란사건으로 조작하려다 설득력과 명분이 약하다는 이유로 있지도 않은 조직을 만들어 김용원 선생 등 변혁운동 인사들에게 누명을 씌워 살해한 사건”이라면서 “이는 개도 웃을 정도로 명백히 날조된 것”이라고 규정했다.

추모제가 진행되는 동안 고인의 부인 유승옥(64) 여사는 끝내 오열했으며, 사건 당시 10살이었던 아들 김민환(36·회사원) 씨도 눈물을 흘리며 울먹였다.

김씨는 “아버지가 그렇게 돌아가신 후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면서 “오랫동안 사복경찰의 감시를 받은 것은 물론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알게 된 고등학교 시절부터 심한 정신적 방황을 겪어온 세월이 회한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추모제에는 지역에서도 참여와 연대를 위한 함안시민모임 이순일 회장과 이영곤 사무국장, 열린사회 희망연대 김범기 조직국장을 비롯, 고인의 중고등학교 동창이었던 오길석 씨 등이 참석했다.

한편 인혁당 재건위사건과 관련, 서울 명동성당에서도 9일 오후 7시 천주교 인권위원회 주최로 26주기 추모제가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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