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잃어버린 민족 미래 없다"

서울 중앙고 '서대문형무소~일본대사관' 테마학습

등록 2001.04.19 14:18수정 2001.04.19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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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에 항의하고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 길에 고등학생들이 나섰다. 18일 오전 9시 서울 중앙고등학교 1학년 학생 200여 명과 교사들은 서울 서대문형무소에서 광화문 교보빌딩 앞까지 도보행진을 하며 답사를 벌였다. 이 날 답사는 '서대문형무소에서 탑골공원까지 항일독립운동 발자취를 가다'라는 주제의 중앙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의 테마학습으로 봄소풍 행사이기도 했다.

이 날 일정은 오전 9시 서대문형무소에 도착한 학생들은 형무소 내의 사진기획실, 단두대, 독방 등을 돌아보며 직접 감옥체험을 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참가한 200여 명의 학생들은 감옥마다 피를 흘리는 밀랍인형이 들어 있는 형무소를 돌아보면서 시종일관 숙연한 표정이었다. 특히 학생들은 1평 규모도 되지 않는 독방과 일본 순사에게 고문을 받는 여성 독립군의 피흘리는 장면을 재현한 고문실 앞에서 한참동안 발길을 떼지 못했다.

우리 근·현대사의 한이 고스란히 담긴 서대문형무소

"서대문형무소는 대한제국말에 일제의 강압으로 지어져 80여 년 동안 우리 민족의 한이 서려 있는 곳이자 우리 항일 독립운동에 대한 일제의 대표적인 탄압기관이었습니다. 이 감옥은 480평 규모의 감방과 80평 정도의 부속시설로 수용인원은 500여 명 정도나 되는 전국 최대 규모의 감옥입니다. 일제의 침략에 항거하는 수많은 애국지사들이 투옥되었고 1908년에는 경성감옥으로 1912년에는 서대문감옥으로 1923년에는 서대문형무소로 1961년에는 서울형무소, 그리고 1961년에는 서울교도소로 이름이 바뀌어 지난 92년 서대문 독립공원으로 개원한 곳으로 이름의 변천만큼이나 많은 민족수난의 역사가 간직되어 있는 곳입니다."

최현삼 중앙고 교사가 서대문형무소의 역사를 설명하자 학생들은 1시간 동안 형무소 체험을 한 소감을 적기도 했다. 중앙고 1학년 9반 정의형 군은 "예전에도 일본을 좋아하진 않았지만 오늘 형무소를 돌아보고 마음이 착잡해진다"며 "고문 받는 밀랍인형들이 피를 흘리며 고통을 못이겨 소리까지 지르는 것을 보고 나서는 욕까지 나올 뻔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천만 동포들아 일어나거라 / 일어나서 총을 들고 칼을 잡으라 / 군국의 큰 원수를 다 물리치고 / 자유의 종소리가 울릴 때까지…."
학생들은 3·1운동 당시 행진하며 불렀던 '광복가'를 부르며 서대문형무소를 떠나 '제456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서울 광화문에 있는 일본대사관을 향해 발길을 옮겼다.

"성노예 할머니들이 원해서 갔다니…참을 수 없어요"


40여 분 동안 도보행진을 하며 광화문 일본대사관 앞에 도착한 시간은 낮 12시께.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 시위'는 지난 9년 동안 계속된 집회로 이 날 집회에는 정대협 참여단체를 비롯, 기독여민회, 전교조, 중앙고 학생 등 약 250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특히 최근 "일본군 위안부의 역사는 화장실의 역사"라는 망언을 한 일본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대표집필자인 사카모토 다카오(가큐슈인 학습원) 교수를 규탄하며 개악 교과서 편찬의 사죄와 교과서 재검정 실시를 강력하게 촉구했다.


학생들은 직접 피켓을 들고 '일본군 성노예'로 끌려갔던 할머니들과 함께 집회에 참가했다. 집회 현장에는 '일본 개악 역사교과서 저지를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이 벌어졌고 할머니들의 심경이 담겨 있는 그림과 성노예로 끌려갔던 당시의 사진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최교사는 미리 나누어준 자료를 통해 "사카모토 교수는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에서 만든 역사교과서 가운데 중세부터 현대까지 혼자 집필한 장본인으로 '위안부 역사를 기술하는 것은 화장실 구조에 관한 역사를 쓰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교과서에 쓸 가치가 없다'고 주장한 인물입니다…"고 학생들에게 설명했다.

30여 분 동안 집회에 참가한 학생들은 직접 참가소감을 적고 집회장에 함을 설치해 일본대사관에 전달할 항의편지를 담았다.

중앙고 1학년 서우철 군은 "안 그래도 우리나라와 일본은 독도분쟁 등으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데 이번 역사교과서 개악은 두 나라 사이를 더욱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고 말하고 "특히 정신대로 끌려갔던 할머니들의 아픔을 이런 식으로 왜곡하는 것은 역사를 마치 어린아이가 동화책을 쓰는 것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학생들의 항의 편지는 '과거를 잃어버린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라고 쓰여진 함에 담겨져 최현삼 교사와 김영빈·서우철 군이 직접 일본대사관에 전달했다. 최교사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학생들에게 역사와 개인의 삶은 결코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가르칠 것"이라고 말했다. 참가한 대부분의 학생들도 소풍 대신 치러진 답사에 "매우 뜻깊다"고 밝혔다.

한편, 이 날 답사는 애초 탑골공원에서 만세시위를 재현하는 것까지 포함되어 있었으나 장소 사정으로 취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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