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수입·봄가뭄 농심이 타들어간다

봄가뭄·마늘대량수입·양파가격 폭락 "농사지어 뭘하나?"체념 …"농업포기 정부 이제 믿을 수 없다"

등록 2001.04.24 20:26수정 2001.04.24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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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 신안등 농민들의 농심이 바짝 타들어가고 있다.

1만톤이 넘는 중국산 마늘 수입, 예년에 비해 15~30%의 강우량에 머무는 '봄가뭄'으로 농작물과 대지뿐아니라 농민들 마음 또한 바짝 타들어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무안 신안등 농촌지역의 특작물인 양파값이 지난해에 비해 1/3도 채 못 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마늘 생산량 중 전남도가 40%를 차지하는 등 목포권 농민들의 이같은 주 소득 작목이 무너지면서 지역경제에 큰 타격이 올 것으로 보인다.

24일 중국마늘 대량수입에 대해 민주당 이해찬 정책위의장은 당 4역회의에서 "중국산 마늘을 절대 국내에 안 풀 것이므로 추가수입하더라도 국내 마늘 가격에 전혀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보고했다. 일단 들여와도 보관하겠다는 이야기다. 정부와 민주당은 25일 이와 관련 정책조정회의를 열 예정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농민들은 그다지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전남서남부채소농협 배종렬(전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조합장은 "지난해 1만3천톤 재고물량이 쌓여 있는데 또 다시 1만여톤 물량을 언제까지 쌓아놓을 수 있겠냐며 언젠가는 풀 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안군 해제면 고성자(51·전 전국여성농민회장) 씨는 "농사를 지을수록 쌓이는 건 빚더미뿐"이라며 "정부에서 중국마늘을 수입했으니 다 죽게 된 농민들의 마늘도 전량수매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안군 현경면 농민 정순영(63·송정리 1구) 씨는 "3500평 마늘 농사를 짓는데 작년과 달리 밭 떼기 거래를 하러 외지인이 아예 오지를 않아 거래할 엄두를 못내고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이제 큰일이 났다. 더이상 농촌에서 해먹을 게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현재 농민들은 이번 정부의 중국마늘 대량수입 조치뿐 아니라 양파 대파 가격 폭락과 거래돼야 할 마늘 등 밭떼기 거래가 아예 이뤄지지 않아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실제로 전남서남부채소농협 자료에 따르면 올해와 지난해 양파거래가격이 1/3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올해와 지난해 4월 24일을 기준으로 서울 가락시장의 양파 거래 현황 <동화청과 기준>을 살펴보면 10kg(1망)이 작년 9500원에 거래된 데 반해 올해는 32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또 같은 날 기준 <가락시장 서울청과>의 경우 작년 제주산 10kg(1망)이 9800원인데 반해 올해는 고작 3000원에 거래되는 실정이다. 이는 마늘농사를 포기한 대신 조생양파 생산으로 전환되는 농가가 크게 는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정부가 중국산 마늘을 수입하면서 전남도의 경우 마늘재배 면적이 올들어 12% 감소했다. 현재 이같은 마늘값 하락은 대파 양파 등 대체작물의 재배면적이 늘어 작물 증산에 따른 연쇄 가격 폭락사태로 이어질 조짐이다. 현재 중국산 마늘 수입으로 인해 전국적으로도 조생양파 재배면적은 30% 증가했다. 진도의 대파 가격 폭락 농민들의 항의시위도 이에 따른 결과물이라는 지적이다.

무안군 관계자는 "양파의 경우 작년 호황기때 밭떼기 평당 4500원선까지 받던 가격이 올해는 거래도 없고 막상 거래되더래도 3500원선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무안군의회는 이번 중국마늘 수입과 관련 의원 전체간담회를 열고 이번 마늘수입 조치에 대한 건의서를 24일 정부에 올렸다.

23일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성명을 통해 "전세계 어디어 농업을 포기하면서 공산품 수출을 늘리는 나라가 있느냐며 21일 외교부의 귤욕적 마늘협상은 450만 농민을 분노케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농은 이어 "1만3천톤의 재고가 쌓여 있고, 현재 국내 마늘가격이 1kg에 1500원으로 평년의 2133원, 지난해 같은 기간의 1650원보다 크게 떨어진 상태에서 이번에 내린 조치는 농민들이 김대중 정부를 농업포기 정부라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에 대한 강한 불신을 나타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심각한 봄가뭄 역시 농민들의 목를 타게 하고 있다. 24일 목포기상대에 따르면 이 주 안으로 봄가뭄을 해갈시킬 비는 당분간 오지 않을 전망이다.

기상대는 5월초 정도에나 가뭄에 해갈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현재 호남지역의 3~4월 강우량은 20~30mm의 불과, 예년의 15~30% 수준에 그치고 있다. 마늘, 양파 등 월동작물의 키자람은 1cm 안팎으로 예년의 60~70%선에 머문 데다 잎수도 적은 실정이다.

앞으로 무안 등 전남 서남권 지역 농민들은 유관기관과 대책위를 구성 공동 대응을 하는 한편 항의집회를 계획하는 등 김대중 정부의 농업포기 정책에 대해 강력히 규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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