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식 현장

등록 2001.05.02 17:54수정 2001.05.02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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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란하게 터지는 카메라 후레쉬와 많은 이들의 탄성 소리는 주위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가슴까지 벅차게 만들었다. 일찍부터 몰려든 인파는 또 하나의 뜻깊은 축제를 만들려는 소란으로 분주하기만 했다.

영화 팜플렛을 들고 자신이 선택한 영화에 대한 설명을 꼼꼼히 살피고, 약속지도 않은 대오를 만들어 영화인들을 맞이하고, 시간에 맞추어 차분하게 입장하는 관객들. 작년 처음 문을 열던 때와는 달리 이제 두번째인 만큼 관객들도 준비된 모습으로 여유로웠다.


상영관 앞에 줄지어 선 영화 애호가와 전주시민, 취재열기가 뜨거운 취재진들은 개막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선언하는 듯 열기가 달아올랐다.

쿵 쿵 쿠우우---쿵
쿵쿵쿵----쿵 쿠--우-우--쿵
2001년 4월 27일, 전북대 문화관에 장엄하게 울려 퍼지는 북소리와 함께 제2회 전주국제영화제의 성대한 막이 올랐다.

시원한 북소리와 쟁쟁한 타악기, 고급스런 피아노와 섹스폰의 음색은 문화관 천장까지 솟구쳐 올랐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거 같은 부조화 속에 '조화'를 일구어 낸 퓨전음악은 대안영화와 디지털영화, 아시아영화에 급진영화까지 추가한 전주국제영화제의 다양한 시도만큼이나 색다른 느낌을 선사했다.

소리 못지 않게 몸짓으로 표현하는 춤과 마임, 소리에 몸은 실은 동작으로 전주국제영화제의 상징인 'J'를 표현해 냈다. '디지털'이라는 영화제 주제에 걸맞게 최소 단위를 바탕으로 점과 선을 조합해 '전주'의 영문 이니셜인 "J" 모양을 완성했을 때는 모든 관객들이 한 목소리로 힘을 실었다.

이밖에도 벽에 그려진 그림과 오색찬란한 레이저 쇼 등의 식전행사는 관객들에게 또 어떤 충격을 안겨줄지 모르는 '실험'적인 프로그램으로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을 축하했다.


끊이지 않는 박수갈채와 함성 속에서 사회를 맡은 차세대 영화배우 조용원·김태우 씨가 등장했고, 김완주 전주시장은 대안, 디지털, 젊은 영화를 추구한다는 2회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을 선언했다.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 최민 씨는 "급변하는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자기 개혁이다. 전주국제영화제 역시 계속적으로 새로운 목표와 대안을 찾아갈 것이다"라고 축하 인사말에서 조금은 큰 포부를 밝혔다.


또한 전주국제영화제에도 잊지 않고 찾아온 김한길 문화관광부장관은 지난해 실험적 요소인 삼인삼색이나 워크샵, 사랑방 운영 등을 진행해 신선한 충격을 안겨 준 모습을 떠올렸다.

또한 이번 영화제를 발판으로 전세계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영화제로 발돋움하기를 바라며 지금과 같은 창조정신과 영화사랑의 성과가 있다면 영화에 대한 지원정책도 아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김한길 문화관광부장관 외에도 최재승 국회 문화관광위원장, 장영달 의원 등의 정계인사와 중국 오스카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국화차'의 진첸 감독, '꼬뮌'의 피터 왓킨스 감독, 정일성 촬영감독, 홍상수 감독, 김기덕 감독, 명계남 부산영상위원장, 영화배우 장미희, 윤양하, 류승범 씨 등이 자리를 빛냈다. 그밖에도 각국의 대사와 문화 담당자와 시민 2천여명이 참석해 전주의 열기를 확인케 했다.

군산에서 온 김성미(군산 간호대 1) 씨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았다고 한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아직은 대중적이지 않지만 요즘 범람하는 상업성이 강한 영화제와는 달라 또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어 다시 찾게 됐어요! 무엇보다 같은 고장인 전주에서 이런 행사를 한다는 것이 매우 뜻 깊어요"라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머나먼 제주도에서 뱃길로 전주를 찾은 김수형(회사원) 씨도 "새로운 무언가를 있을 거 같아 전주로 향하는 먼길도 마다하지 않았어요"라며 전주를 찾은 각오를 밝혔다.

자리를 빛내준 귀빈 소개를 끝으로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식은 끝나고 이어서 <세친구>로 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NETPAC상 수상한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가 개막작으로 상영됐다.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80년대를 관통한 우리 삶을 그린 영화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진솔한 '의미'를 짚어보는 영화였다. 나이트 클럽에서 연주하는 4인조 밴드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경기가 나빠진 이후 한 곳에 정착해 연주를 하지 못한 채 출장밴드로 전전한다.

리더 성우는 고등학교 졸업 후 한 번도 찾지 않던 고향, 수안보의 와이키키 호텔에 일자리를 얻어 팀원들과 함께 귀향한다. 고교 시절 순수하기만 했던 동창들은 어느새 생활에 찌든 생활인으로 변해 있다. 어린 시절의 꿈은 메마른 현실로 남아 꿈은 그저 꿈일 뿐임을 일깨워 준다.

하지만 그들은 비틀즈가 되겠다던 꿈을 버리지 않고 비록 지금은 초라한 음악을 하고 있지만 그 끈을 놓지 않았다. '언젠가는'이라는 희망을 품었기 때문에 각박한 삶도 살아볼 만한 것이었다. 그들의 음악에 대한 이런 사랑은 삶을 이어가는 유일한 희망이 된다.

자극적인 요소가 곁들여지지 않았음에도 끝나는 시간까지 관객들은 숨죽여 영화를 지켜보고 '제2의 박하사탕'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영화에 곁들여진 음악도 편안함을 느끼게 해준다는 평을 받았다.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 주인공에게 음악을 가르친 선생님 역을 맡은 김영수 씨는 "설정 자체가 우리네들의 삶이다. 모든 사람들이 수없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산다고 생각한다. 설정이 아닌 내가 사는 모습, 습관들이다"라며 연기가 아닌 자신의 이야기가 될 수 있어 어느 영화보다 친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막작 상영이 끝난 후에는 감독과 출연진이 함께 하는 자리가 만들어졌으며, 그것으로 2회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식 및 개막작은 막을 내렸다.

이제 영화제는 폐막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하지만 대안의 영화를 발견하고자 7일간의 영화천국을 만들어 가는 전주국제영화제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행진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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