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마에선 임신부도 강제노동에 동원"

<인터뷰> 버마노총 집행국장 마웅 씨

등록 2001.05.02 19:00수정 2001.05.03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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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일 노동절 집회에 참석한 리윈 마웅 탄씨(왼쪽)를 비롯한 한국의 NLD지부 회원들 ⓒ 김가연
"이렇게 많은 노동자들과 학생들이 모여서 자유롭게 시위할 수 있는 모습을 보니 너무 부럽습니다."

5월 1일 대학로 111주년 메이데이 기념식장에서 만난 버마노총(FTUB) 집행국장 리윈 마웅 탄(Lwin Maung Than, 50)씨는 자유롭게 집회를 할 수 있는 한국 노동자들의 모습이 너무 보기 좋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마웅 씨가 한국을 부러워하는 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다. 그의 조국 버마에서는 노동자들이 함께 모여서 집회를 개최한다는 것은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노조활동도 물론 금지돼 있다. 군부독재가 전권을 휘두르고 있는 상태에서 군부를 반대하는 어떤 단체행동도 용납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그가 활동하고 있는 버마노총 본부는 이웃나라 태국에 있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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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웅 씨를 포함해 버마 민주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민족민주동맹(NLD), 버마 망명정부(NCGUB)대표 5명은 5월1일 노동절을 맞아 한국을 방문해 노동단체와 시민단체를 찾아다니며 버마 민주화에 보다 적극적인 열의와 관심을 보여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아웅산 수지가 이끄는 NLD는 90년 총선에서 80% 이상을 차지했지만 군사정부는 국민의 뜻을 저버리고 독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아웅산 수지는 현재 가택연금 상태고, NLD지도부들은 대부분 구속 상태에 있어요. 여기다 군부는 국민들과 구속자들에게 강제노동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보다 못해 작년 6월 국제노동기구(ILO)는 창립 이후 처음으로 버마에 강제노동종식을 요구하는 제재조치를 내리기까지 했어요."

그러나 ILO의 결정은 버마 본국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군사정부는 ILO결정 이후 외부 눈을 의식해 바로 NLD지도부와 비밀회담을 추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후 나아진 모습을 발견할 수 없었다.


"정치적인 제스처에 불과했던 겁니다. 군사정부의 태도는 변화가 없었습니다. 뭔가 개선되는 모습도 없고..."

강제노동을 당하는 시민들과 구속자들에게는 인권이 전혀 없다고 마웅 씨는 설명했다. 군사시설물을 만들기 위해 강제동원 되는 사람들은 하루 12시간에서 14시간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야 하고 거기다 휴식공간은 물론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마웅 씨는 5월 2일 종로구 안국동 참여연대 2층 철학카페 느티나무에서 열린 '버마강제노동종식과 민주화를 촉구하는 공동기자회견'에서 버마 강제노동의 실태를 설명했다.ⓒ 김가연
"상황이 몹시 열악합니다. 병에 걸려서 죽기도 하고, 일부는 강제노동을 견디다 못해 탈출을 시도하기도 합니다. 조사자료에 의하면 임산부까지 강제로 일을 시키고, 군대에 의해 강간 등이 일어나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강제 노동의 열매를 따먹는 건 비단 군사정부뿐이 아니다. 아세안 국가들은 1997년 버마 군사정권을 아시안에 가입시키고 내정 불간섭을 주장하며 '건설적 관여'라는 말로 군사정권의 행동을 정당화시켜 왔다. 물론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ILO총회에서 미얀마강제노동제재 결의안 결정이 내려질 당시 한국은 기권함으로써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한국정부가 인권외교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버마 민주화를 위해 적극적인 관심과 전향적인 외교적 행동을 보여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한국의 양심 있는 기업들이 강제노동이 계속되고 있는 버마에 대한 투자도 중단해주었으면 좋겠구요."

마웅 씨를 비롯한 버마NLD대표와 망명정부 관계자 5명은 5월 4일까지 한국에 머물며 성공회대 NGO특강을 비롯해 인권운동사랑방,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을 방문할 예정이다.

한편 5월 2일 종로구 안국동 참여연대 2층 철학카페 느티나무에서는 나와우리, 인권운동사랑방, 참여연대,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16개 단체가 참가한 가운데 버마강제노동종식과 민주화를 촉구하는 공동기자회견을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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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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