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버리는 시대에 태어난 죄?

지난 5월 4일 비정규직차별철폐와 권리보장을 위한 공청회 열려

등록 2001.05.07 14:40수정 2001.05.07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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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노비문서 위탁계약서로 인해 노동기본권조차 보장되지 않는 변형된 계약직노동자 방문 학습지 교사들. 정규직 전환이라는 허울뿐인 희망 아래 고통당한 한국통신 계약직 노동자. 형식적 도급을 가장한 SK의 불법아래 신음하고 있는 인사이트 코리아의 노동자들.

지난 5월 4일 이들 비정규직 사업장 노동자들의 차별철폐와 권리보장을 위한 공청회가 대구여성회 강당회에서 열렸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현장에 종사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지역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이진용(한국통신계약직노동조합 대구경북본부 조직2부장)씨ⓒ허미옥
정규직 희망을 품고 열심히 일한 죄

"계약직으로 10년을 일했는데도 월급 85만원을 받고 다녔다"며 "수년간 계약직 사원은 언제 짤릴지 모르는 불안정함과 4대보험조차 적용이 되지 않는 열악한 근무조건 등 불합리한 계약조건에도 정규직이 된다는 희망에 열심히 일해온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구조조정의 철퇴였다"고 이진용(한국통신계약직노동조합 대구경북본부 조직2부장) 씨는 계약직 노동자의 희망을 하루에 물거품으로 만든 한국통신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한국통신 계약직은 선로유지·보수, 전화가설, 전화고장수리, 114번호 안내업무, 100번 민원상담 및 신규접수 업무, ADSL 설치 및 A/S업 등 정규직과 동일장소에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작년초 정부의 공기업 구조조정 압력에 의해 불합리한 계약조건에 신음하던 힘없는 계약직 노동자 7000명이 하루아침에 거리로 내몰렸다.

이진용 씨는 "저임금에 노동력을 착취한데 이어 부당해고를 한 한국통신측에 맞서 144일째 계약직 노조는 파업중에 있다"며 "계약직 사원중 1회 이상 계약갱신자는 상시노동자임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불법도급화를 즉시 중단할 것"을 위해 끈질기게 투쟁할 것이라고 했다.

김혜영(재능교육교사노조 대구동부 지부장)씨ⓒ허미옥
위탁계약이라는 멍에를 짊어진 학습지 교사들

현대판 노비문서 위탁계약서로 인해 노동기본권조차 보장되지 않는 변형된 계약직노동자 방문 학습지 교사들. 10시간이 넘게 발이 부르트도록 다니면서도 4대보험의 적용은커녕, 연월차 수당은 꿈도 꿀 수 없고 퇴직금도 보장이 안되는 이들이 바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말이 좋아 소사장이지 우리가 무슨 사장입니까? 이는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고 노동자들에게 지급하는 4대보험의 비용 등을 절감하기 위한 편법이죠"며 "학습지 교육이 줄어들 때 교사의 책임이 아닐 경우에도 고스란히 교사의 월급에서 공제돼 어떤 달은 10만원도 못 받는 경우도 있다"고 김혜영(재능교육교사노조 대구동부 지부장) 씨는 위탁계약이라는 멍에를 짊어지고 있는 학습지 교사들은 가혹한 근로조건에 시달려온 반면 불합리한 근로조건의 대가로 얻어진 이윤은 기업의 총수가 독식을 하고 있다고 했다.

99년 노조가 결성되어 그 이전보다는 나아졌다고는 하나 노동자라면 최소한 누려야할 근로기준법조차 적용이 안돼 여전히 그 불합리함은 남아 있고, 정규직에게서 느끼는 이견과 벽이 또 하나의 걸림돌이라고 김혜영 씨는 말했다.

김상범(인사이트코리아노조 부위원장)씨ⓒ허미옥
도급을 가장한 악덕 기업주 아래 신음하는 노동자들

"파견법 시행 이후 이를 피하기 위해 도급계약을 체결한 인사이트 코리아는 실질적인 업무는 종전과 다름이 없으며 실질적 사용주는 SK주식회사이다. 작년 10월 노동부 실사를 통해 인사이트 코리아는 업무폐쇠 조치와 SK는 파견노동자에 대한 직접고용의 지시를 내렸지만 노조관련자는 해고, 나머지 직원 134명은 3개월 ∼ 1년 계약직 고용으로 체결된 상태"라며 김상범(인사이트코리아노조 부위원장) 씨는 불법을 자행한 SK측에 강한 불만을 내비쳤다. 인사이트 노조는 SK불매운동과 더불어 열악한 근무조건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자가 아닌 노동자! 비정규직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는 전국에 700만명, 여성의 70% 남성의 52%에 육박하고 있다. 동일한 조건의 노동에도 불구하고 3/1정도의 저임금과 계약을 연장한다 해도 비정규직에 머물고 있는 것이 그들의 실정이다.

더욱이 특수고용노동자(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골프 캐디 등)들은 노조법이나 임금법상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유독 근로기준법에는 노동자로 인정이 안되고 있다.

김영숙(전국여성노동조합 대구지부 위원장)씨ⓒ허미옥
"6. 25당시 만들어진 근로기준법으로 2001년에 적용을 하려다 보니 문제가 안 생기겠느냐?"며 "노동자나 사용자의 개념 확대에 필요한 법개정과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간에 존재하는 멸시와 불신의 벽을 과감히 깨고 연대투쟁만이 해법일것"이라고 김영숙(전국여성노동조합 대구지부 위원장) 씨는 밝혔다.

21세기 신노예제도가 불리는 비정규직. 동일한 조건에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해도 저임금, 고용불안, 4대사회보험 미적용, 기업복지망· 사회안전망 소외라는 오중고에 시달리는 이들 비정규직의 잃어버린 절반의 권리를 이제는 생각할 때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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