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서점 와우북 노동조합 설립

'착취밸리'에 부는 노동조합 설립 움직임

등록 2001.05.09 22:48수정 2001.05.10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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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 휴무는 고사하고, 연월차 수당조차 기대할 수 없는 상황. 심지어 보건휴가마저 거부당하는 천박한 현실에 우리는 꼼짝없이 노출되어 있습니다. 너희들이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인 줄 아느냐. 연봉협상은 무슨 협상이냐. 그냥 들어가서 싸인 하고 나오라는 폭언이 난무하는 상황을 우리는 목도 합니다."

위의 글은 70년대 노동자가 쓴 글이 아니다. 2001년 인터넷 전문서점 와우북 노동조합(http://wowbook.nodong.net) 창립선언문의 일부이다.

와우북 노동조합은 5월 9일 동작구청에 노동조합 설립신고서를 제출하였다. 노동조합설립은 신고제이므로 신고한 이후 3일 내로 신고필증이 발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 3월 2일 인터넷 전문서점 알라딘이 노동조합을 설립한 이후 두번째이다.

그 동안 인터넷 서점은 작년부터 오프라인 서점을 위협할 만큼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음에도 노동자들의 근로여건은 열악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국내 인터넷 서점이 도서 시장 점유율은 5% 정도에 불과하지만 인터넷의 성장과 함께 빠른 속도로 시장을 파고들고 있으며 선두업체인 YES24는 작년 9월 하루 평균매출이 1억원을 돌파하는 등 작년 매출이 200억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와우북의 경우에도 5월 한 달 동안 도서 할인율을 50%로 낮추는 등 파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정보통신업계에도 멀티데이타시스템노조를 비롯하여 노동조합이 설립된 사례가 있었지만 대부분이 SI를 주업무로 하는 기업들이었다. 그러나 알라딘, 와우북을 필두로 인터넷상거래를 주업무로 하는 본격적인 인터넷벤처기업에서도 본격적인 노동조합 설립이 가시화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주)와우북 노동조합 창립선언문 

우리는 와우북을 사랑합니다 

조그마한 컴퓨터 전문서점에서 지금의 종합서점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와우북에서 즐겁게 그리고 힘차게 일해왔습니다. 2년이 넘는 시간을 와우북에 몸바친 이도 있고 입사한 지 몇 개월 되지 않은 이들도 있지만 우리는 공히 ‘와우북은 내 것’이라는 사명감을 갖고 일해왔습니다. 

사이트 오픈을 위해 몇일 동안 밤을 세우면서도 우리는 사발면 한 그릇과 담배 한 개비로 피곤을 달래며 즐겁게 일했고, 다시 맞이한 아침이면 꺼끌꺼끌한 눈을 비비며 마음을 다잡곤 하였습니다. 주 82시간이라는, 70년대 상황을 방불케하는 경이적인 노동시간을 기록하며 책을 나르고 싸면서도 회사의 방침을 믿었고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일해왔습니다. 파김치가 되어 의자에 널부러져 잠든 동료들을 바라보며 ‘비참함’을 떠올리기 보다는 우리들의 작은 힘들이 모여 회사의 큰 성공을 이루어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렇게 일해왔던 우리들은 현재의 상황을 보며 절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구조조정이라는 미명하에 벌어지는 부당해고는 노동자를 언제든지 버릴 수 있는 부속품 정도로 생각하는 구멍가게식 경영철학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기준과 원칙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인사고과평가는 와우북에서 성공하는 방법은 일을 잘하는 것도,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것도 아닌 몇몇 인사들과 꾸준히 점심식사를 하는 것이라는 점을 깨닫게 해줍니다. 

멀쩡하게 일하고 있는 노동자를 잘라 내고 그 자리를 다시 다른 이로 채우는 것은 구조조정이 아니라 부당해고 입니다. 회사에 치명적인 피해를 준 직원이 아니라면 해고를 피하기 위한 구제조처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사항들은 근로기준법이 정하는 최소한의 사항입니다. 70년대에 한 젊은 청년이 자기 몸을 불살라가며 외쳤던 그 법이 정하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인 것입니다. 

이런 부당노동행위가 아무런 제재 없이 계속되는 한 와우북은 결코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커갈 수 없을 것입니다. 경영진에 ‘무조건 충성’하지 않는 한 어떠한 합리적인 의견도 묵살될 것이며, 심지어 언제든 잘려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한, 그 누구도 와우북의 발전을 위하여 진정으로 몸 바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격주 휴무는 고사하고, 연월차 수당조차 기대할 수 없는 상황. 심지어 보건휴가마저 거부당하는 천박한 현실에 우리는 꼼짝없이 노출되어 있습니다. 너희들이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인 줄 아느냐. 연봉협상은 무슨 협상이냐. 그냥 들어가서 싸인 하고 나오라는 폭언이 난무하는 상황을 우리는 목도 합니다. 갈팡질팡했던 경영진의 책임은 퇴사자들에게 모두 전가되고, 실무자들의 자잘한 실수는 침소봉대 되어 희생양이 될 것을 강요합니다. 우리는 그런 현실을 보아왔습니다. 

어느 시인이 이르기를 ‘절망은 끝까지 그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다’라고 하였습니다. 우리는 아직 와우북을 포기할 수 없기에 노동조합을 만듭니다. 절망이 끝까지 스스로를 반성하지 않을 것이기에 우리가 희망이 되고자 노동조합을 만듭니다. 

우리는 자신의 심부름을 한 회사간부를 ‘마름’이라 일컬었던, 아마도 직원들은 ‘노비’정도로 생각했을 정태수 씨의 한보그룹이 어떻게 망해가는지를 보았습니다. 그 이외에 전근대적인 기업행태를 자행하다 명멸해간 수 많은 기업들을 기억합니다. 우리는 지금과 같은 전횡들이 계속된다면 와우북은 그 꿈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사라져갈 것이라고 단언하며, 노동조합의 합리적 제언만이 회사를 살려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노동조합의 존재가 회사의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고 결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노동조합이 있음으로 해서 조합원들은 더욱 회사에 소속감을 갖게 될 것이며, 회사는 기업활동의 투명성 강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우리는 회사의 발전을 위하여 경영진과 파트너 십을 확보할 것이며,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경영진과 대화할 것입니다. 우리는 노동자와 경영진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들을 내놓을 것이며, 개인의 발전과 회사의 발전이 상호보족 하는 대안들을 제시할 것입니다. 합리적 논의를 통하여 회사의 발전에 일익 할 것입니다. 허나 경영진에서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거나 대화를 거부한다면 우리는 사회 재단체와 연대하여 투쟁을 전개할 것이며, 노동조합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하여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누군가 이야기했듯이 우리는 잃을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제 조합원들의 소망과 굳은 의지를 모아 노동조합을 창립합니다. 우리는 와우북이 우리 스스로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장이기를 바라며, 충실한 컨텐츠와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 서점으로 발전하기를 바랍니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와우북 노동조합은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일하고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너무 늦지 않았기 만을 바랍니다. 

2001년 5월 9일(주)와우북 노동조합

덧붙이는 글 (주)와우북 노동조합 창립선언문 

우리는 와우북을 사랑합니다 

조그마한 컴퓨터 전문서점에서 지금의 종합서점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와우북에서 즐겁게 그리고 힘차게 일해왔습니다. 2년이 넘는 시간을 와우북에 몸바친 이도 있고 입사한 지 몇 개월 되지 않은 이들도 있지만 우리는 공히 ‘와우북은 내 것’이라는 사명감을 갖고 일해왔습니다. 

사이트 오픈을 위해 몇일 동안 밤을 세우면서도 우리는 사발면 한 그릇과 담배 한 개비로 피곤을 달래며 즐겁게 일했고, 다시 맞이한 아침이면 꺼끌꺼끌한 눈을 비비며 마음을 다잡곤 하였습니다. 주 82시간이라는, 70년대 상황을 방불케하는 경이적인 노동시간을 기록하며 책을 나르고 싸면서도 회사의 방침을 믿었고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일해왔습니다. 파김치가 되어 의자에 널부러져 잠든 동료들을 바라보며 ‘비참함’을 떠올리기 보다는 우리들의 작은 힘들이 모여 회사의 큰 성공을 이루어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렇게 일해왔던 우리들은 현재의 상황을 보며 절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구조조정이라는 미명하에 벌어지는 부당해고는 노동자를 언제든지 버릴 수 있는 부속품 정도로 생각하는 구멍가게식 경영철학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기준과 원칙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인사고과평가는 와우북에서 성공하는 방법은 일을 잘하는 것도,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것도 아닌 몇몇 인사들과 꾸준히 점심식사를 하는 것이라는 점을 깨닫게 해줍니다. 

멀쩡하게 일하고 있는 노동자를 잘라 내고 그 자리를 다시 다른 이로 채우는 것은 구조조정이 아니라 부당해고 입니다. 회사에 치명적인 피해를 준 직원이 아니라면 해고를 피하기 위한 구제조처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사항들은 근로기준법이 정하는 최소한의 사항입니다. 70년대에 한 젊은 청년이 자기 몸을 불살라가며 외쳤던 그 법이 정하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인 것입니다. 

이런 부당노동행위가 아무런 제재 없이 계속되는 한 와우북은 결코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커갈 수 없을 것입니다. 경영진에 ‘무조건 충성’하지 않는 한 어떠한 합리적인 의견도 묵살될 것이며, 심지어 언제든 잘려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한, 그 누구도 와우북의 발전을 위하여 진정으로 몸 바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격주 휴무는 고사하고, 연월차 수당조차 기대할 수 없는 상황. 심지어 보건휴가마저 거부당하는 천박한 현실에 우리는 꼼짝없이 노출되어 있습니다. 너희들이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인 줄 아느냐. 연봉협상은 무슨 협상이냐. 그냥 들어가서 싸인 하고 나오라는 폭언이 난무하는 상황을 우리는 목도 합니다. 갈팡질팡했던 경영진의 책임은 퇴사자들에게 모두 전가되고, 실무자들의 자잘한 실수는 침소봉대 되어 희생양이 될 것을 강요합니다. 우리는 그런 현실을 보아왔습니다. 

어느 시인이 이르기를 ‘절망은 끝까지 그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다’라고 하였습니다. 우리는 아직 와우북을 포기할 수 없기에 노동조합을 만듭니다. 절망이 끝까지 스스로를 반성하지 않을 것이기에 우리가 희망이 되고자 노동조합을 만듭니다. 

우리는 자신의 심부름을 한 회사간부를 ‘마름’이라 일컬었던, 아마도 직원들은 ‘노비’정도로 생각했을 정태수 씨의 한보그룹이 어떻게 망해가는지를 보았습니다. 그 이외에 전근대적인 기업행태를 자행하다 명멸해간 수 많은 기업들을 기억합니다. 우리는 지금과 같은 전횡들이 계속된다면 와우북은 그 꿈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사라져갈 것이라고 단언하며, 노동조합의 합리적 제언만이 회사를 살려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노동조합의 존재가 회사의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고 결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노동조합이 있음으로 해서 조합원들은 더욱 회사에 소속감을 갖게 될 것이며, 회사는 기업활동의 투명성 강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우리는 회사의 발전을 위하여 경영진과 파트너 십을 확보할 것이며,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경영진과 대화할 것입니다. 우리는 노동자와 경영진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들을 내놓을 것이며, 개인의 발전과 회사의 발전이 상호보족 하는 대안들을 제시할 것입니다. 합리적 논의를 통하여 회사의 발전에 일익 할 것입니다. 허나 경영진에서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거나 대화를 거부한다면 우리는 사회 재단체와 연대하여 투쟁을 전개할 것이며, 노동조합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하여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누군가 이야기했듯이 우리는 잃을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제 조합원들의 소망과 굳은 의지를 모아 노동조합을 창립합니다. 우리는 와우북이 우리 스스로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장이기를 바라며, 충실한 컨텐츠와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 서점으로 발전하기를 바랍니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와우북 노동조합은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일하고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너무 늦지 않았기 만을 바랍니다. 

2001년 5월 9일(주)와우북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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