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트렁크에 자전거 실으면 안되나요?

등록 2001.05.14 18:38수정 2001.05.1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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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의 일이다.
꽤 친하게 지내온 졸업선배가 학교를 찾아왔다기에, 선배를 찾아갔다.

"OO선배, 어디 계시니?"
"예? 아 OO선배 시내로 나가시던데요."

수업이 끝나자 마자. 부리나케 달려왔건만, 벌써 시내로 술 한잔 하러 간 모양이었다. 개인적으로 학교 생활하는 데 도움을 많이 주었던 선배여서 꼭 만나뵙고 싶은 마음에 버스정류장으로 재빨리 발길을 옮겼다.

그런데, 시내는 커녕 아파트 단지를 돌아 돌아 한참 가는 버스들이 대부분이었고, 시내로 가는 방면의 버스가 10분이 넘도록 오지 않았다. 조급한 마음에 지나가는 친구의 자전거를 빌렸다.

키가 큰 친구의 자전거라서 안장이 좀 높은 편이었지만, 안 오는 버스를 기다리는 것보단 마음이 훨씬 편했다. 시내에 도착해 선배를 만났다. 털털한 성격에 인간관계도 넓어 함께 지낸지 꽤 오랜시간이 지났음에도 쉽게 서로의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술자리가 끝나고, 자취방으로 2차를 가려고 했다. 자전거가 있었지만, 택시 트렁크에 실으면 될 것이라 생각하고, 무작정 택시를 잡았다.

"아저씨 트렁크 좀 열어주세요."
"아니, 왜?"
"자전거 좀 실을려구요."
"자전거? 안 돼!"
"왜요?"


택시 기사 아저씨는 끝까지 자전거를 실을 수 없다고 했다.

"왜 트렁크에 자전거를 실으면 안 돼요?"
"여하튼 안 된다니까..."
"규정상 자전거 실으면 안되는 것도 있나요?"


나는 극구 양보하지 않았다. 계속 이렇게 실랑이가 계속되자 주변에 있던 친구들이 말리기 시작했다. 친구들이 날 말리는 사이 끝내 선배는 택시를 돌려 보냈다.

오래간만에 찾아 온 선배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지만, 당연히 할 수 있는 권리임에 불구하고, 단지 사람들이 평소에 트렁크를 쓰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라져가는 시민의 권리가 안타까웠다.

다른 택시를 잡아도 마찬가지여서, 우선 선배와 친구들을 택시에 태워 보내고, 자전거로 뒤를 따라갔다. 택시와 자전거의 속도 차이가 워낙 있는 지라 금세 멀어졌다.

유유히 도로를 지나가는 택시의 모습이 과연 물 흐르듯 부드러웠지만, 끝내 쫓아가지 못하는 자전거는 택시의 재빠른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이리저리 비틀거릴 뿐이었다.

덧붙이는 글 | 김정영 기자는 군산대학교 극예술연구회 해왕성에서 활동중이며, 시나리오 쓰기와 자유기고에 힘쓰고 있다.

덧붙이는 글 김정영 기자는 군산대학교 극예술연구회 해왕성에서 활동중이며, 시나리오 쓰기와 자유기고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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