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멜 표착지 재조명 필요

제주도 산방산 일대 용머리해안 '하멜타운' 조성

등록 2001.05.21 15:54수정 2001.05.21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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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람은 법 없이도 산다"는 말은 듣기에 거북살스럽지 않다. 그렇다고 실제 법 없이 우리가 세상을 산다고 할 때 상상만 해도 암울하기 짝이 없다. '인식'도 그렇다. 우리가 인식하지 않는다면 그냥 덮고 넘어갈 일이 '인식'된다면 쉽게 넘어갈 수 없는 노릇이다.

사전적 용어로 '인식'이라는 말은 '사물을 분명히 알고 그 의의를 바르게 이해·판별하는 일'이다. 이는 기억과 상상, 구상, 판단, 추리를 포함한 광의의 지적 작용일수도 있다.

최근 산방산 일대가 하멜타운으로 조성되고 있다. 이미 1월말에 하멜수족관이 기공돼 현재 기초공사가 한참 진행중이다. 남제주군은 이 사업에 250억원을 투입해 어류관람장 및 수족치료실, 해양동물쇼장을 비롯한 부대시설을 지하 2층 지상 2층 규모로 시설하고 있다.

또 남제주군의 용머리 해안 정비계획에는 '하멜표류지'에 하멜 기념비를 비롯 하멜 수족관과 하멜상선, 풍차 등의 시설을 갖출 예정이다. 산방산과 용머리 해안 일대를 자연·문화 관광지로 조성한다는 것이다.

현재 남제주군은 개발의 주제를 '동양과 서양의 만남'으로 잡고 하멜표류의 역사성을 재조명하는 한편 이를 활용해 용머리 해안 일대를 네덜란드적인 요소와 제주 이미지가 복합된 관광지로 정착시켜나갈 계획이다.

한마디로 역사성과 지역성이 결합된 국제적 관광지로 조성한다는 것이다. 이번 사업을 추진하면서 남제주군은 자연환경 보전을 우선 적용해 제주대 환경연구소에 환경영향 평가도 의뢰할 예정에 있다. 또 네덜란드 대사관에서도 현지를 방문해 군수 등과 하멜타운 조성과 관련 공동참여 방안을 논의했다.

산방산을 낀 용머리 관광지구가 산방덕이, 호종단 설화에다 1653년 최초의 서양인인 하멜 일행이 표류해 유럽에 우리나라를 처음 소개하게 된 곳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우선 인식해야 할 것은 사물을 분명히 알고 그 의의를 바르게 이해하는 것이다. 그 정점이 하멜 표류지에 대한 올바른 이해이다. 현재 하멜표류지에 대한 본격적인 관광개발은 이뤄지고 있으나 역사적 사실로서 규명은 아직도 표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제주 향토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대부분 한경면 고산이나 중문 등지가 유력하지만 제주 표착일 경우 한라산이나 가파도 등 섬 자체를 타깃으로 삼기 때문에 표착지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용머리 해안의 하멜 표류기념비는 81년 세워졌다. 하지만 실제 하멜 표류지에 대한 유력한 근거는 1694년에 제주에 부임했던 목사 이익태가 쓴 지영록(知瀛錄)에 나타난 대정읍의 신도2리에서 한경면 고산에 이르는 지경이다.

지영록은 당시 제주목사였던 이익태가 13가지 항목으로 제주에 표류했던 중국선박들의 기록인데 그 가운데 하멜표류기와 관련 서양국표인기라는 대목에서 하멜의 행적이 드러나 있다.

여기에 "1653년 7월24일 난파선의 생존자 서양국만인 핸드릭 얌센 등 36명이 각양각색의 옷을 입고 표착했다"고 밝혀져 있다. 지영록에 나타난 표착지명 가운데 '대야수(大也水)'는 고산과 신도리가 인접한 곳으로 마을 주민들이 대야물이라고 부르던 지명이다. 1750년 영조 집권기에 제작된 전국 군현지도첩에도 이곳을 '대야수포'로 명기하고 있다.

하멜 표착지로 간주되는 정확한 장소는 학자들 사이에 이견이 있지만 현재 사계리 용머리 해안이 아니라는 데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이다. 남제주군에서도 이를 인정하고 있지만 아직 용머리 해안의 하멜 표류기념비에 적시된 정확한 표착지에 대한 수정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산방산과 용머리 일대에 추진되고 있는 하멜 관광타운도 하멜의 정확한 표착지가 규명되지 않은 가운데 81년 하멜표류기념비가 세워진 장소에 조성된다는 것은 일견 당연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용머리 해안에 세워진 기념비대로 그곳이 하멜이 처음 표착된 곳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게 사실이건 아니건, 김치가 기무찌가 될 수 있듯 널리 알려진 관광지를 되려 수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과거이래 열악한 제주사 현실에서 왜곡된 기술의 정립은 필요하다. 수백억원이 투입되는 하멜 표착지의 관광단지 조성도 이같은 역사조명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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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학신문기자, 전 제주언론기자, 전 공무원, 현 공공기관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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