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다가 죽는 수가 있다, 아그야"

캐리어 사측, 언론 탄압 극심…카메라 탈취에 기자 폭행까지

등록 2001.05.24 19:04수정 2001.05.24 20:35
0
원고료로 응원
"니가 뭘 안다고 사진을 찍어?"
"왜 계집애가 나서서 설쳐?"
"좋은 말 할 때 필름이랑 사진기 내 놔라이."
"사진 찍다 죽는 수가 있다, 아그야."

지난 21일(월) 광주 캐리어 공장 앞. 캐리어 정규직 노동자들로 구성된 구사대들의 폭언이 쏟아진다. 사내 하청 노조와 구사대의 충돌을 사진 촬영 중인 기자를 향해 던져진 말들이다.

21일 오전 7시 경 캐리어 사내 하청 노조와 청년진보당, 한국노련, 전학협 소속 대학생 등 50여 명의 사람들이 대체 인력 투입 반대에 대한 선전전을 펼치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구사대들은 천막을 부수고 플래카드를 찢는 등 행패를 부리다 50여 명을 무력으로 밀어붙였다. 뒤늦게 출동한 경찰은 구사대로부터 대오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50여 명의 사람들을 5시간여 동안 감금했다.

이 날 봉고차에 올라가 캠코더로 비디오 촬영을 하고 있던 인터넷 한겨레 조상영 기자는 구사대들의 난입으로 허리가 꺾인 채 끌어내려져 구타당했다.

또 구사대들은 조상영 기자의 캠코더에 돌을 던져 렌즈를 깨뜨려 촬영을 방해했다. 대학생신문 소속인 기자가 사진 촬영을 위해 다시 봉고차 위로 올라가자, 구사대들은 폭언으로 기자를 위협하고 목에 매고 있던 카메라를 카메라줄을 끊고 탈취해 갔다.

인터넷 한겨레 조상영 기자는 구사대들에게 폭행 당한 후 병원으로 후송되었고 기자는 나머지 사람들과 함께 5시간 여 감금당했다. 구사대들은 "촬영한 필름과 카메라를 주면 풀어주겠다"고 협박하며 대오를 억류했으며, "한 명씩 필름이 있는지 몸수색을 한 후 보내주겠다"고 하는 등 촬영 기자에 대한 협박을 일삼았다.

오후 3시경 억류되어 있던 사람들이 민주노총 금속연맹 차를 앞세워 전경들을 뚫고 나아가려 하자, 구사대는 대오에 속해 있던 기자의 묶은 머리채를 잡아 대오에서 끌어내 집단 구타했다. 입고 있던 점퍼가 갈기갈기 찢겨지고 점퍼 안에 매고 있던 가방도 파헤쳐져 남은 한 대의 카메라마저 탈취당했다.

기자는 구사대들에게 밟혀 실신했으며 실신한 기자를 여성 조합원들이 공장 안으로 끌고 가려 했다. 이 과정에서 기자의 상의가 벗겨지고 사지가 뒤틀리는 사태가 벌어졌다. 몸수색을 해 필름을 찾는다는 명목하에 벌어진 일이었다.

4대 중대에서 출동한 전경들과 여경들은 기자가 구타당하는 광경을 눈앞에서 목격했으나 저지하지 않았고 실신한 기자가 몸을 움직이지 못하자, 그때서야 여경을 동원해 기자를 피신시켰다.

캐리어 취재 도중 오마이뉴스 강성관 기자는 카메라 1대를 탈취당했으며, 인터넷 한겨레 조상영 기자는 캠코더 2대와 카메라 1대를, 기자는 카메라 2대를 탈취당했다. 이후 강성관 기자와 기자가 카메라 탈취에 대해 광산 경찰서장에게 항의했으나 담당 경찰은 "왜 우리에게 그러느냐?"며 발뺌할 뿐이었다.

캐리어 사측은 취재 기자를 구타하고 카메라를 탈취하는 방법으로 사측의 불법 행위가 언론에 보도되는 것을 차단하려 했다. 이에 대해 지난 23일 신문개혁국민행동광주전남본부가 성명서를 발표하고 취재 기자 폭행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오마이뉴스와 대학생신문에서도 항의 서한과 성명서 등을 발표하고 21일 사태에 대한 해결을 촉구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김조영혜기자는 <대학생신문>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김조영혜기자는 <대학생신문>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라면 한 봉지 10원'... 익산이 발칵 뒤집어졌다
  2. 2 기아타이거즈는 북한군? KBS 유튜브 영상에 '발칵'
  3. 3 "이러다간 몰살"... 낙동강 해평습지에서 벌어지는 기막힌 일
  4. 4 한밤중 시청역 참사 현장 찾은 김건희 여사에 쏟아진 비판, 왜?
  5. 5 내 차 박은 덤프트럭... 운전자 보고 깜짝 놀란 이유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