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판 없는 미군 차량 따라잡기

미군 차량 특별 우대인가, 무관심인가?

등록 2001.05.25 00:08수정 2001.05.25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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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주한미군철수국민운동부산본부(주미철 부산본부, 대표=이인수)는 '부산 미 하얄리아 부대와 관계당국에 보내는 경고문'이라는 제하의 글을 한 사이트에 올렸다.

'미군부대 폐쇄 및 주한미군 철거를 위한 1인 시위'를 하다 미군부대 출입 차량 중 많은 차량들이 번호판이 없는 것을 알게 됐다. 경찰쪽 단속요구를 했지만 요지부동이다. 그래서 우리가 직접 나서서 단속을 하겠다'라는 내용을 담은 이 경고문은 기자로 하여금 과연 이런 차량이 있을까부터 시작해 있다면 왜 조사를 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들게 했다.

먼저 사실 확인을 위해 하얄리아 부대로 향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지난 달 4일부터 벌이고 있는 1인 시위가 먼저 눈에 띄였다. 인사라도 할 겸 그들에게 다가가려는 찰나, 기자 앞으로 미군차량이 유유히 지나갔다. 바로 번호판 없는 차량이었다. 행여나 하는 마음에 부대로 들어가는 뒷모습까지 봤지만 역시나 번호판은 눈을 씻고 봐도 없었다.

오늘 1인 시위로 나선 주미철 부산본부 이인수 대표는 "번호판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있는 것도 교묘하게 위조한 번호판도 문제다"라며 귀띔해 준다. 또 "부대 안에만 다니면 상관 안 한다. 문제는 거리를 나와 사고를 냈을 경우 뺑소니치거나 발뺌하면 처리할 길이 없다"며 불만을 터트린다. 그와 대화를 나누는 도중 군부대 차량뿐 아니라 번호판 없는 민간인 차량도 왕왕 보였다.

때마침 경찰청 관계자가 다가와 "번호판 없는 차량은 법적인 문제는 없나요?"라는 질문에 차량 등록 사무소에 물어보라며 모로쇠로 일관했다. 그는 매일같이 1인 시위가 있으면 나와서 감시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부대에서의 현장 확인 취재를 마친 기자는 그렇다면 관련기관은 왜 이렇게 수수방관하고 있는지 궁금해 경찰청 관계자 귀띔대로 먼저 차량 등록 사무소로 연락했다. 사무소쪽에서는 "번호판이 있는 차량만 관리를 할 뿐이다"라며 경찰서로 연락하라고 한다.

경찰서는 또 구청 교통행정과에 물어보라며 일러준다. 어렵사리 통화를 한 교통행정 담당인도 금시초문이라며 다만 한번 알아보겠다는 답변만을 들려줬다.

그렇다면 결론은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것이다. 궁색한 답변이라도 듣고 싶었건만 기자의 전화는 사건 제보만 했을 뿐 어떤 답변도 얻지 못한 격이다.

'설마'로 시작한 번호판 없는 차량 취재는 이렇게 끝맺었다. 과연 번호판 하나 없이 버젓이 다니는 미군차량에 대한 이같은 처우는 미군에 대한 '특별 우대'인지 '무관심'의 발로인지. 아무래도 지금 상황에서는 시민 안전을 위해서라도 이 대표의 말마따나 '시민의 힘으로라도 단속해야 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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