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손가락이 잘리고 싶지 않다"

금속노동자들, 산업재해방지 대책 요구

등록 2001.05.26 16:10수정 2001.05.26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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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는 다치지 않고 일할 권리가 있다"
지난 24일 대낮의 명동거리, 땡볕이 내리쬐는 가운데 '우주복'을 입은채 땀을 뻘뻘흘리며 행진하는 사람들이 지나는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들은 '고 박오환'등의 영정과 잘려나간 손가락, 팔목 등이 담긴 사진을 들고 있었다. 바로 전국금속산업노동조합연맹 소속의 노동자들. 이들은 지난 24일과 25일 서울로 상경, 도심한복판에서 시위를 벌였다.

노동자들은 "우리 노동자 형제들은 그동안 기계취급밖에 받지 못했다. 잘려나간 손가락을 부둥켜안고 다시 노동에 임했음에도 돌아온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며 "국가는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해야 할 책무가 있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금속산업연맹은 "현재 노동현장에서는 90년대 들어 산업재해율이 하락에도 불구하고 중대재해가 다량 발생하고 있다. 재해 강도율과 사망율은 여전히 세계 수위를 차지하고 있고, 재해유형에 있어서도 사업주의 최소한의 안전상의 조치와 투자만 있으면 재해를 예방 할 수 있는 감김 끼임·추락과 전도·충돌 등 원시적인 재해가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조선산업은 산업 재해가 비교적 높다는 건설업에 비해서도 재해율이 2배, 그 재해의 강도율은 1.2배가 높은 실정이며, 재해 발생빈도·재해강도·사망만인율이 한국 최대의 재해다발 업종이라고 한다. 또한 사망사고 등 큰 재해가 속출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강조한다.

이들은 "자본의 탐욕과 이윤논리에 의해 죽어가야 했던 영령들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며 이제는 나서서 투쟁하겠노라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정부는 노동자들의 산업재해에 책임지지 않는 사업주에 책임을 묻고, 산업기금을 조성하라"고 주장한다.

산업재해문제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방기하고 있기에, 사업주들은 IMF에 안전관리자들을 1순위로 해고하고 재해예방에 대한 투자를 급격히 축소했다는 것이다.

"노동자 건강권 쟁취", "나는 손가락이 잘리고 싶지 않다"
이들의 꿈은 그저 '몸 성하게 일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러한 노동자들의 절규를 정부는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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