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실어줄 땐 언젠데.. 이젠 사기?

등록 2001.05.26 23:12수정 2001.05.27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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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화장실에서 조선일보를 들춰보다가 구석진 면, 잘 보이지도 않는 곳에 숨어있는 기사를 우연히 발견하고 그만 실소를 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호주에 집을 사면 영주권을 준다는 광고가 조선일보에 실린 것을 본 것이 한 달 전이었는지 두 달전이었는지 확실이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이상 광고가 난 것으로 기억한다.

요즘 이민 가고 싶어 안달하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닌 상황이지만 호주는 캐나다보다 이민 가기가 결코 더 쉽지 않은 나라로 알고 있는데 호주에 집을 한 채 사면 영주권을 준다는 그 광고를 보면서 참으로 말도 안된다는 생각을 그때 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것이 사기라는 것이 그런 허황된 광고를 낸 바로 그 신문에 이번엔 광고가 아니라 사회면 사건사고 기사로 변신을 하여 나타난 것이다.

신문이 광고로 먹고 산다고 하지만 참으로 실소를 금할 수가 없는 일이다. 돈 때문에 신문이 사기극의 조연도 마다하지 못한다는 현실이 참 우스꽝스럽다. 개인이면 몰라도 세계적인 정보 네트워크가 구축되어 있고 서슬이 퍼런 각 방면의 기자들이 첩첩이 진을 치고 있는 유력일간지가 그런 광고를 거르지 못하고 게재했다가 한 달여가 지난 다음 사기라고 기사로 내놓는다는 것은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고 믿을 것 없는 세상이라는 허탈감을 주는 일이다.

신문사도 결국은 돈 벌어먹는 곳이니 돈 받아 먹을 것은 먹고 '기사는 기사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고, 다 그렇게 사는 게 인생이고 조직이고 세상살이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다. 또 언론이 저지르는 그런 "지킬 박사와 하이드"같은 행동이 불법이라고 처벌을 받는 일도 없는 것이 현실이고 그걸 가지고 뭐라하면 "언론 탄압"이라고 난리를 치는 것이 자본주의의 속성이다.

돈 앞에 무력하기만 한 언론도 언론이지만 우리나라 지식층들의 절제 없음에 다시 한 번 개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민 가서 집을 사면 누가 알지도 못할 것이고 누가 뭐라고 할 수가 있는 일도 아니다. 그러나 집을 사면 영주권을 준다는 그런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덜컥 믿고 억대의 돈을 사기를 당했다고 하니 참 어이가 없어도 한참 없는 일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자기가 하고 싶거나 갖고 싶은 일이 의외로 쉽게 성취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일단 의심을 가지고 확인해보려는 자세는 기본이다. 그런 이민 정책이 있는지 대사관이나 영사관에 문의를 하거나 대사관 쪽에서 공식적으로 발행되는 자료를 확인해야 할 것이다. 아니면 이민 수속 업무 관련 업체에 한 번이라도 확인해볼 생각을 했다면 그런 말도 안되는 사기극에 연루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선량한 사람이 그런 사기극에 걸려들어 사기를 당한 사실에 대해 안되었다는 마음보다는 중심 잡아야할 사회지도층들의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씁쓸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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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현대자동차 연구소 엔지니어로, 캐나다에서 GM 그랜드 마스터 테크니션으로 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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