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코앞 텐트농성 20년

토마스씨의 군비삭감 요구 평화시위 현장

등록 2001.06.05 13:46수정 2001.06.05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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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백악관을 정면으로 마주 보고 있는 라파예트(Lafayette) 공원 앞길에는 백악관을 다녀가는 수많은 관광객들의 눈길을 당기는 묘한 풍경이 있다. “지혜와 정직”을 요구하는 대형 팻말과 꾀죄죄한 1인용 텐트, 그리고 그 안에는 20년째 밤낮을 가리지 않고 농성을 계속하고 있는 긴 수염의 아저씨가 앉아 있다.

노숙자의 겉모습에 히피의 분위기에 그러나 불 같은 열정과 도인스런 참을성을 갖추고 있는 이 사람은 이 날 행사의 주인공 윌리암 토마스(William Thomas).

그는 1981년 6월 3일, 레이건의 강경 외교정책이 무한의 군비경쟁을 불러 일으키는 현실을 개탄하여 핵무기 반대와 군비삭감을 요구하는 백악관 앞 시위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의 농성 20주년을 맞이하여 진행된 이 날 기념식에서 그는 참석자들을 향해 담담한 어조로 “비폭력과 평화의 기운을 모아 모든 전쟁과 무기를 사라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지금처럼 안정된(?) 시위 공간을 확보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처음 시위를 시작하자마자 구속되었던 것은 물론이고 그 이후에도 정부는 새로운 규정을 만들어 가면서까지 그의 시위를 막으려 했다. 1984년에는 구속으로 인하여 3개월 간 농성의 공백을 맞기도 하였으며 우익청년들의 폭력과 협박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그의 텐트와 몇 발짝 떨어진 곳에는 그보다 몇 개월 늦게 합류한 콘셉치온 피치오토(Concepcion Picciotto) 여사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자리를 뜨지 않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화창하게 개인 일요일(3일) 백악관 앞 라파예트 공원 귀퉁이에서 벌어진 이 날 기념식에서는 플로리다, 미시간, 볼티모어 등 각지에서 모인 60여 명의 시민과 평화운동가들이 자유롭게 발언을 하고 북과 춤 등 공연을 벌이며 음식도 나누어 먹는 등 비교적 여유로운 행사를 가졌는데, 참석자 중에는 20년 전 학생의 신분으로 그의 농성 모습을 지켜보며 길을 지나다니다가 이제는 중년이 된 아주머니도 있었고, 농성이 시작되었던 당시에 태어나 지금 대학생이 된 청년도 있었다. 이 날 기념행사에는 글로벌네트워크의 부르스 가그넌 사무총장도 함께 하여 참석자들과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갈등해결을 위한 협상과 중재 훈련”에 참가한 한국여성단체연합, 대구여성회, 전북여성단체연합, 평화를만드는여성회, 한국성폭력상담소, 광주여성민우회, 민족회의, 평화인권연대, 참여연대 등의 활동가들이 자리를 함께 하여 더욱 활기를 돋우었는데, 이들은 전날 밤을 새가며 만든 피켓과 유인물을 들고 행사장 주변을 돌며 부시의 미사일 방어(MD) 계획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하였다.

오는 10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피스액션(Peace Action), 사회적책임을위한의사회(Physicians for Social Responsibility), 새로운방향을위한여성행동(Women’s Action for New Directions) 등 미국 내 여러 반핵 혹은 평화운동단체들이 스타워즈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우주공간을 지배하려는 부시행정부의 허황된 구상에 경종을 울릴 수 있는 힘있는 시위를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갈등해소프로그램"은 미국친우봉사회(AFSC)와 한국여성단체연합,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참여연대가 함께 우리사회의 근본 문제를 치유하기 위해 지난 해부터 사회단체 활동가를 대상으로 한 교육훈련 프로그램입니다.

덧붙이는 글 "갈등해소프로그램"은 미국친우봉사회(AFSC)와 한국여성단체연합,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참여연대가 함께 우리사회의 근본 문제를 치유하기 위해 지난 해부터 사회단체 활동가를 대상으로 한 교육훈련 프로그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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