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실수로 두 번 태어난 사람

진싱 <신의 실수도 나의 꿈을 막지 못했다>

등록 2001.06.07 16:00수정 2001.06.08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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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알려진 이름 진싱. 조선족 출신의 무용가로 중국 대륙을 휩쓴 사람. 남자로 태어났으나 언제나 스스로를 여성이라고 생각했고 결국 자신의 성을 바꿔 여성의 삶을 새롭게 시작한 사람. 호기심으로 펼쳐든 그의 책을 넘기다보면 운명을 개척하는 한 인간의 눈물겨운 노력과 진솔한 목소리를 만나게 된다.

진싱. 이 사람에 대한 호칭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난감하다. 타고난 성을 따진다면 '그'라는 호칭이 맞겠지만 현재의 성을 따른다면 '그녀'라고 불러야 옳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접했던 무용에 매료되어 '춤 잘 추는 귀여운 아들'로 불렸던 진싱은 그 춤의 매력을 억누르지 못하고 9살 어린 나이로 심양군구 전진가무단에 입대하기에 이른다. 그곳에서 꽉짜여진 고난도의 훈련을 이겨냈지만 신체적인 조건이 불리하다는 이유로 무용가로서의 꿈이 좌절될 위기를 맞게 된다.

하지만 그의 천부적인 재능을 아끼던 스승의 주선으로 북경 해방군예술학원에 입학하고 그곳에서 전국무용경연대회 소년부 최우수를 수상하면서 본격적인 무용가로서의 꿈을 펼치게 된다. 그 후 광주 무용학교에서 미국인 선생님을 모시고 현대무용 실험반을 만든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진싱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어렵사리 그 반에 들어가 현대무용이라는 새로운 세계와 만나게 된다.

주위의 도움으로 다시 미국 유학에 오르고 그곳에서 본격적인 현대무용가의 길을 걷게 된 진싱. 고향인 중국에서는 천안문 사태가 벌어지고 그 때문에 귀국이 늦춰지면서 미국이라는 신세계를 누비며 마음껏 춤의 날개를 펼치게 된다.

하지만 그의 육체는 비록 남자였지만 스스로 여자라는 믿음을 잃었던 적이 없었다. 1994년 그는 모국인 중국으로 돌아와 성전환수술을 결정하고 위험을 무릅쓰면서 수술대에 오른다. 마지막 수술에서 3시간의 대출혈과 함께 간호사의 실수로 하반신이 마비되면서 자살을 결심했지만 혹독한 재활 치료와 의지력으로 무대에 복귀하는 의지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그렇게 시작된 여자로서의 새로운 삶은 정신과 육체의 불일치 속에서 고민하던 그에게 새로운 삶을 열어주었고, 하반신 마비로 예전 기량의 70%밖에 발휘할 수 없던 한계가 오히려 그의 춤에 감동이 수위를 높여주면서 명실상부한 중국 최고의 무용수로 확고한 자리매김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의 선택은 언제나 예상 할 수 있는 모든 불안과 위험을 안고 있었다. 군대를 탈영해 미국 유학에 올랐던 일이나 남성의 육체를 포기하고 여성의 새로운 육체를 선택했던 일.

하지만 그의 선택에는 항상 춤이라는 매력적인 이유가 있었고 목표가 있었다. 그는 결국 모든 장애의 요소들을 딛고 최고의 춤꾼이 되었으며 현재까지도 그 꿈을 통해 자신의 모든 삶을 불태우고 있다.


고통스러운 선택들이 지금의 평온을 만들어주었다는 그의 고백은 삶의 목표를 위해 모든 것을 걸고 노력했던 한 인간의 끈질긴 집념과 열정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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